고양이 대학살 책리뷰

고양이 대학살고양이 대학살 - 8점
로버트 단턴 지음, 조한욱 옮김/문학과지성사

신문화사의 대가라 불리는 로버트 단턴. 그는 <고양이 대학살>이라는 저서를 통해 18세기 프랑스 문화사의

단면들을 소개한다. 민담을 통해 나타나는 당대 프랑스 농민들의 심성, '고양이 대학살'이라는 사건에서 드

러나는 인쇄 노동자의 '부르주아'에 대한 저항 의식, 몽펠리에의 한 부르주아의 도시 내 계급에 대한 인식,

한 검열관의 보고서에서 드러나는 당대 문인들의 양상, 디드로 등 <백과전서>를 편찬한 문인들의 편집관,

랑송이라는 독자의 편지에서 드러나는 루소에 대한 당대 독서인들의 열광이라는 6가지 주제가 모임으로 18세

기 프랑스의 문화사적 양상의 틀이 부분적으로나마 재현되는 것이다. 각 주제의 출발점이 되는 사료들은 각

장의 끝 부분에 부록의 형태로 실려 있어 이해 확장에 도움을 준다.(물론 분량이 방대한 사료의 경우는 일부

분 만이 책에 수록됬다.) 중간 중간 당시대의 풍경이 묘사된 그림이 등장하는 것도 볼만하다.(약간 흐릿하게

나타난 흑백 그림이지만) 에피소드에 포커스를 맞춘뒤 이에 얽힌 배경을 서술하는 형식이라 쉽게 접근할 수

있을듯 하지만 동시에 역사, 철학적 개념어가 상당히 많이 등장하고 사례가 쉴새 없이 빽빽히 제시되는 편

이라 읽기가 그리 녹록치 않다는 점에서 주의를 요한다.

끝없는 노동과 빈곤함, 높은 영아사망률과 많은 부랑 빈민의 실태라는 절망적인 환경에는 도덕적인 삶의 자세

의 견지보다는 '속임수'라는 그리 바람직하지 않은 방법으로 대처해나갈수 밖에 없다는 농민의 정서가 반영된

민담들, 주인과 피고용인이 함께 화목하게 일을 하는 환경에서 소수의 장인들이 인쇄업을 장악한 뒤 '부르주

아'와 낮은 직업안정성에 시달리는 인쇄공으로 분화되고 단절된 양상에 불만을 가지는 인쇄공들, 교회와 왕,

귀족의 권위를 조롱하는 '사상범' 문인들의 모습에서 1789년 대혁명을 이끌어낸 잠재적 불만이 감지되는 듯

하다.

하지만 동시에 농민과 인쇄공들은 자신의 상전들에게 '모욕'을 주려할뿐 그를 넘어선 체제 전복적 발상까지는

나가지 못했으며 몽펠리에의 한 부르주아는 일을 하지않는 귀족에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는 동시에 '본연적으

로 악하고 방종스러운' 평민들과 자신이 언어, 의복, 식사 습관등 여러면에서 분명히 구분됨을 명시한다. 문

인들 중에서도 경제적 어려움으로 인해 후원자 역할을 하는 귀족을 칭송하는 등 체제순응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역시 앞에 언급한 '균열'의 양상이 보이기 시작했다는게 중요한게 아닐까. 책은 이러한

균열이 어떻게 1789년의 혁명으로 이어졌는지는 설명하지 않는다. (사실 책에서 얻을 수 있는 것을 여기에만

한정지을수는 없는 노릇이기도 하니) 일단은 균열이 일어나기 시작한 체제는 자발적인 개혁을 이뤄내지 못한다

면 끝내 몰락하게 된다는 가정을 세워둘수 밖에 없겠다.

저자 자신이 밝히듯이 사료의 취사 선택에서 올수 있는 위험성등 책에서 나타나는 방법론적 한계는 분명 존재하

겠지만 민담, 편지, 보고서 등 '아래로부터의 역사'라는 관점하에서의 인류학적, 민속학적 역사 분석을 통해

18세기 구체제 프랑스의 부분적인 재현을 이루어냈다는 점에서 분명 가치가 있는 책이다. 당 분야에 깊은 지식

을 가지지 못한 독자에게는 상당히 버겁게 느껴질수도 있겠지만 그들 또한 내공이 쌓이면 다시 도전해보고 싶다

라는 생각이 들게할 매력을 가지고 있다고 본다.
http://costa.egloos.com2011-01-29T02:09:110.3810

덧글

  • 들꽃향기 2011/01/31 11:12 # 답글

    미시사 연구의 최고봉을 이루는 책 중 하나죠. ㅎㅎ 원래 우리나라 학계에서 이 책을 주목했던 것은 프랑스 혁명의 '전야제'로서의 '고양이 대학살', 즉 민중들의 불만표출과 폭력으로서의 표현(고양이를 죽인다는-_-;)이 '이런 작은 사건'에서부터 나타나고. 이것이 프랑스 혁명으로 발전되는 '망탈리테'를 보여주는 것으로 보여주는 것으로 파악되었습니다. -_-;;

    그런데 소시민님께서 언급해주신 부분, 즉 '하지만' 이하의 항목은 저 스스로도 궁금해오던 차에 이런 문제의식을 공유하는 서평을 보니 반갑기 그지 없네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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