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하지 않는 기사 책리뷰

존재하지 않는 기사존재하지 않는 기사 - 8점
이탈로 칼비노 지음, 이현경 옮김/민음사

이탈리아 소설가 이탈로 칼비노는 3편의 소설로 구성된 '우리들의 선조들'라는 시리즈를 통해 선조들이 살던

과거를 배경으로 하면서 비현실적이고 환상적인 이들을 소개함으로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을 이를 통해

다시 생각해보게 하려 했다. 본인 역시 이 시리즈 중 나무 위에서 평생을 살아갔지만 동시에 어느 순간마다

속세의 인간들과 관계를 맺어온 '코지모'남작의 일대기를 다룬 <나무 위의 남작>과 전쟁 중 포탄을 맞아 선한

자아와 악한 자아로 정확하게 반으로 쪼개진 '메다르도'자작을 그려낸 <반쪼가리 자작>을 이전에 읽었고 나

름 괜찮게 받아 들였었다. 그래서 시리즈 중 남은 한 권 <존재하지 않는 기사> 역시 읽고 싶었으나 국내 번

역본은 이미 오래전에 절판되 구할수 없어 애를 태우다가 최근 '민음사 세계문학전집'에 포함되는 형태로 재

출간됬음을 알게 되 바로 구해 읽어보게 됬다.

프랑크 왕국의 샤를마뉴 대제 휘하의 직무에 매우 충실하나 흰 갑옷외에는 자신을 규정할만할 실체가 존재

하지 않는 기사 '아질울포'의 이야기가 담긴 소설이다. 그러나 시리즈내 다른 작품들과는 다르게 '아질울

포'는 이야기 전체를 이끌어가는 유일한 주인공이라기 보다는 이야기를 만들어나가는 여러 인물 중 하나라

는 인상이 강하다. 육체적인 형체는 존재하되 상황에 따라 오리, 배나무 등 여러 물체로 자신을 인식하고

그에 따라 사람들에 의해 다르게 불리는 이름이 다양함으로 자신의 존재감을 인식하지 못하는 '구르둘루',

주목할만한 육체와 정신을 가졌으나 육체가 존재하지 않는 '아질울포'를 쫓아 구애하려 하는 여기사 '브

라다만테,' 혈기왕성한 신체를 가졌으나 아직은 자신이 견지하고자 하는 존재의식을 확립하지 못한 젊은

풋내기 기사 '랭보' 이 모두가 각자의 특성을 두드러지게 드러냄으로 작품의 주제의식을 살려내고 있는 것

이다.

173P라는 적은 분량으로 이야기를 다룬 소설이다. 114P에 불과한 <반쪼가리 자작>보다는 많은 양이긴 하

지만 역시나 360여 페이지 분량인 <나무 위의 남작>처럼 풍부한 서사를 다루기에는 부족할수 밖에 없다.

그렇기에 이전에 <반쪼가리 자작>을 읽으면서 느꼈던 스토리 전개에 필수적인 요소만을 남겨놓아 읽는 재

미가 떨어지는게 아닌가하는 우려를 했지만 다행이 읽으면서 그런 느낌은 들지 않았다.

아마 의미 자체는 충분하지만 그리 새롭게 느껴지지 않았던 <반쪼가리 자작>의 주제의식과는 달리 <존재하

지 않는 기사>의 메시지는 뭔가 이전까지는 미쳐 생각해보지 못한 존재의 의미에 대한 관심을 환기시켰다

는 점에서 위와 같이 느껴진게 아닌가 싶다. 비록 눈에 띄는 육체적 존재는 없지만 뭔가 자신만의 확고한

정신적 존재의식을 갖추었다면 육체는 존재하나 뚜렸한 자아를 가지지 못한 이보다는 더욱더 매력적으로

보이지 않을까 싶다.(비록 작중의 아질울포는 동료 기사 사회 안에서는 별 인기가 없었지만 말이다.)

그래도 개인적으로는 육체적인 존재는 필요할수 밖에 없지 않을까 싶다. 결정적인 스포일러가 되기 때문에

직접적으로 말할 수는 없지만 정신적인 존재의식을 언제든지 가꾸어 바꿔나갈수 있는 육체를 가진 인간과는

달리 육체가 존재하지 않는 존재는 한 번 정신이 무너진다면 다시 돌이킬수 없게 되는 정말로 어느쪽으로나

존재하지 않을 수 밖에 없게 되는 치명적인 결과를 맞이할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로서 칼비노의 '우리들의 선조들' 시리즈를 완독하게 됬다. <반쪼가리 자작>이 살짝 아쉽기는 했지만 세

작품 모두 환상적인 인물상 제시와 나름 흥미로운 이야기 전개를 보여주었기에 읽는 동안 상당히 즐거웠다.

앞으로 접하게 될 칼비노의 다른 작품에서도 이와 같은 만족감을 얻었으면 한다.
http://costa.egloos.com2010-12-25T07:34:490.3810

덧글

  • dunkbear 2010/12/25 16:55 # 답글

    결국 의식과 육체는 모두 절대적으로 필요한 존재라는 것일까요... 흠.
  • 소시민 2010/12/26 17:12 #

    뭐 생각하기 나름인듯 합니다. 그러고보면 언젠가 등장할 생각과 감정을 가진 컴퓨터가 등장하게 되면

    그 존재에 대해 어떻게 인식할것인가 하는 문제 또한 대두되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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