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드 훔치기>에 언급된 길어지는 성씨에 대한 우려에 대한 양성쓰기 운동가의 답과 사회진화론에 배치되는 다윈의 의견 책에 관한 여러 잡다한 것들


... 문 (고종석) : 어떤 사람들은 부모 성 함께 쓰기를 하면 아래 세대로 내려갈수록 성이 한없이 길어질

                      거라는 걱정을 합니다만 

    답 (고은광순 : 99년 당시 '호주폐 폐지를 위한 시민의 모임'의 운영위원) : 쓸 데 없는 걱정입니다.

                       아래로 내려가면 어머니 성과 아버지 성 가운데 한 자씩만을 따서 성으로 삼으면 됩니

                       다. 또 외할머니 성이나 할머니의 성을 딸 수도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지금의 부계 성

                       이 상징하는 가부장성을 해체하는 것입니다. 성이라는 것에 대한 유연한 태도가 필요
                      
                       합니다. ...

                                                                                                               <코드 훔치기> 49P

  양성쓰기 운동에 의문을 제기하는 이들이 주로 갖게 되는 질문에 대한 양성쓰기 운동가의 대답이다.

  글쌔... 본인이 보기에는 이렇게 성씨의 기능을 해체하느니 차라리 성 자체를 폐기해야 된다고 주장하

  는게 더 낫지 않을까 생각한다. 

  ...  토르는 <종의 기원>의 인기에 가려져 사람들에게 거의 읽히지 않은 다윈의 또 다른 책 <인간의 계보>

    를 독자들에게 들이민다. 이 책에서 다윈은 문명화가 진척된 상황에서는 자연선택의 원리가 작동하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지적하고 있다. 다윈은 자연선택 이론의 창시자이지만, 그 선택의 원칙이, 특히

    그 도태의 측면에서, 문명 상태에서는 작동하지 않는다고 주장한 사람이기도 하다. 그러니까 다원의 

    인류학은 실상 사회적 다위니즘이라는 유사 다위니즘이나 그것의 변종인 사회생물학과는 정반대의 

    논리를 내세우고 있는 것이다.

     다윈의 <인간의 계보>에 따르면, 사회적 선택의 공간 안에서는 자연선택(자연도태)이 이루어지지 않

    는다. 문명을 향한 인간의 발걸음은 그 반대로 진화의 과정에서 도태를 도태하는 경향을 보여왔다.

    진화의 지도 원리인 자연선택은 문명을 선택했고, 그 문명이 자연선택에 반대한 것이다. 다원이 발견

    한 이런 역설적 효과를 토르는 '진화의 역전 효과'라고 명명했다.
     
     진화의 역전 효과는 자연선택의 논리 그 자체에 의해 쉽게 설명된다. 왜냐하면 자연선택의 논리는 

    유리한 유기체적 변이만을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유리한 본능들도 선택하기 때문이다. 이런 유리한

    본능들 가운데는 '사회적 본능'이 포함된다. 문명화의 진전에 따라 점점 더 큰 몫을 차지하게 된 사

    회적 본능은 이타주의적 사고나 행동을 일반화하고 제도화한다. 그리고 이 이타주의적 양식이 야만

    적인 선택의 게임을 억제한다. 자연선택은 이렇게 사회적 본능을 이용하여 자신과는 역행되는 선택

    - 이성적이고 보편적인 원리나 법률, 너그럽고 평등 지향적인 도덕 따위 -을 행한다.

      사회적 진화론이나 사회생물학으로 구현된 다위니즘이 야만의 과학이라면, 진화의 역전 효과를

     재발견한 토르의 다위니즘은 문명의 과학이랄 수 있다. 지금까지의 인류사가 진화의 역전 효과를

     충분히 목격하지 못한 채 원시적 투쟁으로 점철돼 있었다면, 그것은 인간의 문명화가 아직 충분히

     진척되지 못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다면 다음 세기(21세기)의 진화론은 두 번째 진화론일 것이고,

     또 그래야만 할 것이다. ..

                                                                                                      <코드 훔치기> 53 ~ 55P


     서구문명과 비서구문명, 상류 계층과 하류 계층간의 차별을 정당화하는 이론으로 한 때를 풍미한 

     '사회진화론' 

      과학사학자 파트릭 토르는 <위계적 사상과 진화>라는 책을 통해 다윈 본인은 적자 생존의 원칙

      은 문명화된 인간 사회에는 적용하지 않는다라 주장했다고 말한다.  이론의 근원지에서 그 이론

      에 반하는 주장이 나왔다는 것을 생각하면 '사회진화론'은 역시 그 정당성을 잃을 수 밖에 없어

      보인다.

덧글

  • 아빠늑대 2010/11/26 18:47 # 답글

    역시나 말씀하신 바와 마찬가지로 성씨란 권력 혹은 힘의 지향에 따라 발생된 것이기에 광순씨 처럼 주장하기 위해서는 성씨가 가진 힘을 제거할 필요가 있죠. 그게 가능하다면 "걷는 매" 나 "한눈의 소"도 가능하겠지요. 그 전까지는 광순씨의 주장은 성씨의 본질조차 이해 못하고 표피적 마인드만 가득한 GR의 한 방편일 뿐이라 보여집니다.
  • 소시민 2010/11/29 17:45 #

    동의합니다. 저렇게 주장하느니 차라리 성 자체를 없애야한다고 주장하는게 더욱더 선명성을 드러내는게

    아닌가 싶습니다.
  • dunkbear 2010/11/26 19:04 # 답글

    현실에서 여성이 아직도 폭력과 차별에 노출되어 있는 마당에 성씨가 무슨 도움이 되는 지 솔직히 모르겠습니다. 오히려 미국이나 유럽 여러나라들 여성들은 결혼하면 남편성을 따르는 거에 비교하면 성씨 측면에서는 오히려 우리나라 여성들이 더 대접받는 것 같은데 말이죠. 조선시대 박씨부인이니 하면서 이름조차 거세된 거에 비하면 엄청난 진보라고 보구요...
  • 소시민 2010/11/29 17:47 #

    그 분들은 성씨에 대한 문제 제기 또한 자신들이 해야할 중요한 사명이라고 보시겠지만... 저런식으로

    성씨가 행해온 기능을 무력화시키려면 차라리 성씨를 없애는게 낫다는 점에서 보다 확실한 입장을 보이

    는게 그나마 더 나아보일거라 생각합니다.
  • Allenait 2010/11/26 19:44 # 답글

    저도 굳이 성씨를 저런 식으로 표기해야 하나 모르겠습니다.
  • 소시민 2010/11/29 17:47 #

    차라리 성씨를 없애자고 주장하는게 낫죠.
  • 네비아찌 2010/11/26 21:18 # 답글

    성씨가 없어도 잘 살아가는 나라(아이슬랜드)도 있는데...
  • BigTrain 2010/11/29 17:07 #

    '붉은 폭풍'의 그 아이슬랜드 아가씨의 이름이 "XXX의 딸 ㅌㅌㅌ"라는 형식이라는 걸 보고는 "성은 따로 없나?" 싶었는데 정말 없었군요. ㄷㄷ

    러시아도 미들네임은 'XXX의 아들(딸)'이라는 식으로 들어가는 걸 보면 성 붙이는 방식은 꽤나 남성 중심주의적이라니까요..
  • 소시민 2010/11/29 17:49 #

    말씀하신 사례를 들어 성씨를 없애야 한다고 주장한다면 최소한 논리를 가진 주장이라고 볼수 있겠지만

    (물론 찬성 여부는 별개의 문제지만요) 위와 같은 해명은 성 자체를 의미없게 만든다는 점에서 반대자들

    을 오히려 격양시킬 뿐이라고 봅니다.
  • 청풍 2010/11/26 22:47 # 답글

    잠깐 굉장히 당황스러운게, 길어질걸 막기 위해 내려가면서 둘중 하나만 취사선택한다고 하는데, 아버지나 어머니중 어느쪽을 택할지에 대한것도 문제가 되지 않나요...아버지쪽을 따면 이것도 가부장적이라고 깔거같은데...
  • 소시민 2010/11/29 17:51 #

    어머니든 아버지든 한 쪽 성만을 따르게 된다는 점에서 모순이 양성쓰기운동의 취지와 모순되니까요.

    그 분들은 어찌됬든 강제로 규정된 것을 선택하게 된다는 점에서 의미있다라고 말씀하실지 모르지만

    그러느니 아예 없애자고 주장하는게 낫죠.
  • 2010/11/27 09:28 # 삭제 답글

    흠, 글쎄요. 양성사용 주장자들의 입장은 대부분 궁극적으로는 성씨 자체를 폐지해야 하고 양성사용은 단지 그 중간에 위치한 방편적 단계로 인식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성이라는 것을 최종적으로 폐지하고 싶다고 해도 아직 사회에서는 성/이름으로 개인을 인식하는 것이 절대적인 관습으로 되어있기 때문에 갑자기 성을 폐지한다고 나설 때 개인이 감당하는 엄청난 사회적 비용을 생각해 봤을 때 양성사용은(비록 유일한 방법은 아니라 하더라도) 충분히 유효한 상징적 운동이라고 생각합니다.
  • 소시민 2010/11/29 17:54 #

    그 중간 방편인 '양성쓰기 운동'이 많은 대중들에게서 싸늘한 반응을 얻는다면 그 중간단계로서의 기능도

    제대로 못하는게 아닌가 싶습니다. 차라리 궁극적인 목표인 성씨 폐지를 선명화하는게 더 낫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물론 제가 이에 찬성하는 것은 아니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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