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드 훔치기 책리뷰

코드 훔치기코드 훔치기 - 8점
고종석 지음/마음산책

유시민, 강준만, 박노자와 함께 지난해 알라딘 선정 '논객 F4' (...)에도 선정된 고종석에 대해선 나름

인지도가 있는 논객으로 알고 있지만 정작 그가 쓴 글은 시사인에 기고되는 칼럼을 몇 번 본게 전부였다.

언제 한 번 그가 쓴 책을 찾아보겠다고 생각하던 중 <코드 훔치기>라는 책이 눈에 들어왔다. 보아하니 언

론에 발표한 칼럼 모음집인듯해 크게 부담없이 고종석을 접해볼수 있는 기회가 될 듯 해 읽어보게 되었다.

'새천년'에 대한 기대감이 팽배했던 지난 1999년 ~ 2000년에 한국일보에 연재한 '모색 21'이라는 칼럼

39편과 이 책에서 처음 공개된 마리화나 합법화 논란을 다룬 글 한 편이 실린 책이다. 정보화, 가족 형태

의 변화, 민족주의 관념에 대한 재해석, 자동화로 인한 노동의 종말, 생태주의 등 앞으러 펼쳐질 21세기

의 주요 화두가 될 '코드'들이 다루어진 것이다. 전반적으로 게놈 프로젝트, 2000년 시민단체의 낙선운동

등 당시의 시사적 주제, 대두된 개념에 대한 평이한 교양서 수준이기 때문에 쉽게 읽을 수 있으며 한 주제

에 대한 여러 관점을 같이 소개하려 노력하는 모습이 보인다. 물론 저자의 개인적 견해가 두드러지게 드러

나는 주제 또한 더러 보이는 편이다. 한국일보에 실린 칼럼인 본문이 끝날 때 마다 해당 코드에 관련된 개념

설명, 사례 제시 등의 덧붙여진 내용은 나름 이해에 도움을 준다. 인용된 개념과 사상이 프랑스 쪽 학자에

치중되 있는 것은 독자에 따라선 어느 정도 편중된게 아니냐는 불만을 가질수도 있겠다.

40가지 코드 분석을 통해 드러난 고종석은 일단 진보적인 성향을 가진 것으로 보인다. 마리화나의 위험

성은 술담배에 비해서도 낮은 편이고 무엇보다 피해를 준다하더라도 남용자 자신에게만 미칠뿐이기 때문

에 개인의 자유의 보장 차원에서 허용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든지 한국어의 복잡한 경어체계가 덜 복

잡화 된다면 이에 얽힌 한국 사회의 사회적 위계질서가 완화됨으로 민주주의의 전진에 도움이 될 수 있다

고 말한다든지 역사상 민족주의는 정복적, 공격적 민족주의화 되왔다며 민족주의, 애국심 그 자체에 대한

경계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든지 앞으로 대세가 될 '지식인화된 대중'이 국가와 기업에 휘둘리는 '유기적

지식인' 보다는 사회 현안에 대한 광범위한 비판적 목소리를 내는 '순응주의'에서 벗어난 지식인 되었으

면 좋겠다는 등... 진보적인 견해가 책 구석 구석에서 발견된다.

하지만 고종석은 현실적이고 유연한 경직되지 않은 자세 또한 이 책에서 보여준다. 세계화가 신자유주의

로 인한 20 대 80 사회를 불러일으킬 것이라는 우려를 소개하고 영어가 세계 공용어화가 된것은 언어 자

체의 우수성이라기 보다는 영미권의 정치적, 경제적 위세에서 비롯된 것이라 말하며 생태주의자의 주장에

힘을 실어주는 원전 참사 등의 사례를 가볍게 보지는 않는 저자지만 동시에 세계화와 영어는 피할수 있는

대상이 아니라하며 생태주의에 대해서도 과학기술을 완전히 배척하기 보다는 적절히 제어하는게 낫다고

지적한다는 점에서 어느 정도의 의견 차를 보이는 것이다. 독일의 철학자 한스 요나스의 반유토피아주의

소개를 통해 모호하고 다의적인 존재인 인간을 '유토피아'를 약속하는 어떠한 이데올로기 실현을 위한 총

제적이고 단일한 인간으로서 동원하려는 시도 자체를 비판한 장은 개인적으로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역사

적으로 사회 진보를 꿈꾸는 이들이 흔히 빠져 의도치 않게 큰 희생을 불러일으키게 된 매커니즘을 명확히

설명해냈기 때문일 것이다.

21세기가 시작된지 10년이 지난 시점이지만 21세기가 시작될 당시에 나온 책이 담은 소재가 현재까지도

매우 유효하다는 점은 참 시사적이다. 1910년에 1900년에 나온 20세기를 전망한 책을 읽은 이들의 심정

이 이와 같을까? 아직 21세기는 10분의 9나 남았다. 살다 보면 지금은 보이지 않을 변화를 직접 체감하

게 될 날이 올지도 모른다. 이런 거창한 의식까지 불러일으키지 않더라도 나름 괜찮은 교양서로서 볼만할

책이다.
http://costa.egloos.com2010-11-24T10:07:000.3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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