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예슬 선언 - 오늘 나는 대학을 그만둔다, 아니 거부한다 책리뷰

김예슬 선언김예슬 선언 - 8점
김예슬 지음/느린걸음

올해 초 '고려대'생 김예슬의 자퇴는 우리 사회에 큰 파문을 불러 일으켰다. '지성의 전당'에서 기업의 필요

에 부합하는 졸업생을 양성해내는 '취업학원'으로 변이한 대학과 그러한 구조하에서 취업을 위한 스펙 기르기

에 종속된 젊은이들의 현실을 거부한다는 그의 선언은 찬반을 넘어 우리 사회 구성원 모두가 깊이 고민해 봐야

할 가치가 충분해 보인다. 마침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자퇴 선언문에 보다 살을 붙인 <오늘 나는 대학

을 그만둔다 아니 거부한다>라는 제목의 소책자가 출간되 관심이 가 읽어보았다.

문제의 그 대자보 선언문을 책 도입부에 담음으로 당시의 충격을 환기시키는 이 책은 선언문에 담긴 생각을

보다 확장하고 몇 몇 사회 조류에 대한 저자의 견해를 담고 있다. 128P 분량의 작은 소책자이고 문체 또한

직설적이라 술술 읽힌다.

소수에게 돌아갈 몫인 고시 합격과 '괜찮은 직장' 입사를 위해 '스펙' 쌓기라는 '트랙 경주'에만 매몰되

자기 자신에 대한 성찰과 사회에 대한 관심 등의 다른 차원의 문제에는 눈을 돌릴 기미가 없는 외눈박이가

되가는 젊은이들 양산해 내는 기업과 대학의 체제에 작은 균열을 냈다는 김예슬은 책을 통해 획일적인 공

교육체제와 무언가를 하려면 일단 해당하는 분야의 대학 학부에 들어가야 한다는 사회인식 등의 근원적

문제까지 공격한다. 김예슬은 구체적이지는 않지만 자기 나름의 재능이나 관심사를 가지고 각자 스스로가

세운 규모만큼 살아갈 수 있는 자급자족화된 공동체를 살려내야 이런 계량화된 '자격증 시스템'을 대체할

수 있다고 말하는 듯하는데... 발상 자체는 아름답지만 고도로 전문화되고 거대화된 현대 사회의 매커니즘

을 그런 소소한 공동체가 흡수해낼 수 있는지는 의문이다. 사실 '스펙'이나 '자격증'이라는 제도는 전문

화된 매커니즘에 적합한 인재를 걸려낼수 있는 나름의 효율적인 시스템이기 때문에 현실적으로는 완전 철

폐가 불가능 할 것이다. 김예슬은 이에 대해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일부 진보 진영 인사들은 그런 복잡한

현대 사회의 매커니즘의 산물 자체를 포기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할수 있을것이다. 하지만 현대 산업 사회

의 산물을 무의식적으로 당연한 자연스러운 것으로 받아들이는 현대인들에게는 몽상적으로 밖에 느껴지지

않을거라는 점에서 납득할만할 대안은 아닐듯 싶다.

김예슬은 더 나아가 '가슴 뛰는 삶', '젊은이의 도전 정신'과 같은 청년들을 획일화된 경쟁 구도에 불어

넣는 구호와 주체적인 자신만의 가치관이 아닌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직업을 '꿈'으로 여기는 사회 관념을

비판하고 진보 진영의 인문학 부흥과 사회 복지 확충 같은 현실주의적 진보 정책에도 비판적인 시각을 드러

낸다. 관념적인 차원에만 그칠 수 있는 인문학 부흥을 넘어 이를 생활화하고 직접 현실에 참여하는 인문적

인 '삶'으로 확장해나가야 하며 타협적인 현실주의를 넘어 자본주의 체제라는 근원 자체를 바꿔야 한다는

게 김예슬의 주장이다. 개인적으로는 김예슬이 문제 의식을 보인 구호나 관념에서 벗어날 수 있는 인간상

또한 존중받아야 하고 인문학적인 사고 또한 관념을 넘어서 시민 전체의 생활에 뿌리 박혀야 한다고 보기

때문에 김예슬의 의견에 동의하지만 현실주의를 넘어 자본주의 체제 자체를 바꿔야 한다는 근원적인 태도

에는 쉽사리 공감이 가지 않는다. 김예슬 또한 바꿔야 한다는 당위만 있을 뿐 이를 대체할만할 대안 체제

제시는 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앞서도 언급했듯이 슬며시 언급되는 '공동체' 또한 완전한 대안이 되기는

어렵다. 대중은 불확실한 근원적인 변화보다는 모순이 있어도 나름의 원리하에서 살아갈수 있는 안정적인

체제를 더 원한다는 것은 선배 현실 사회주의자 세대부터 인식했을 점이 아닐까. 불확실한 판 갈기보다는

조금이나마 확실한 개선을 가져올수 있을 현실주의적 변화가 더 이롭다는게 본인의 생각이다.

8개월전 사회를 떠들썩하게 했던 김예슬 선언은 이제는 세간의 관심에서 사라진지 오래인듯 하다. 그런 가

운데에서도 고시와 괜찮은 직장 합격을 위한 청년들의 끝없는 트랙 경주는 계속되고 있다. 본인은 책 말미

에 '누가 더 강한지는 두고 볼 일이다'이라며 '자격증 체제' 등 자신이 결별한 체제에 대한 거부를 지속할

것이라고 밝힌 김예슬이 자신이 원하는대로 자아의 관념에 충실한 자유인으로서 살아가길 진심으로 바란다.

하지만 구조적 올가미를 꺨 확실한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는 이상은 그저 한 작은 사건으로나 기억될 찻 잔

속의 폭풍이 될 가능성이 높을듯해 매우 안타깝기도 하다.
http://costa.egloos.com2010-11-11T09:41:300.3810

덧글

  • dunkbear 2010/11/11 21:40 # 답글

    뭐.... 사실 토익이나 (상당수) 자격증은 무용지물로 전락한 지 오래긴 하죠...

    문제는 '대학졸업'이라는 장벽인데... 이건 뭐... 답이... 에휴.... ㅠ.ㅠ
  • 소시민 2010/11/13 23:11 #

    그 누구나 가지는 '자격증'역시 누구나 가지기에 가지지 않으면 불안하므로 꼭 따야 하죠. ㅠㅠ

    전에도 몇 번 언급했지만 직업 간의 소득, 사회적 인식 등 여러 격차가 유의미하게 좁혀지지 않는다면

    절대 해결되지 않을 문제일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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