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 여인의 죽음 책리뷰

왕 여인의 죽음왕 여인의 죽음 - 8점
조너선 D. 스펜스 지음, 이재정 옮김/이산

미국의 중국사 학계를 대표한다는 역사학자 조너선 스펜스는 <마테오 리치, 기억의 궁전>,<칸의 제국>과 같은

좋은 중국사 교양서들을 집필했다. 그래서인지 동일 저자의 <왕 여인의 죽음>이라는 책에도 관심이 갔다. '왕

여인'이라는 불명한 명칭에서 역사에 큰 족적을 남긴 '영웅'이 아닌 이름 없는 한 민초를 다룬 중국판 미시사

를 다루지 않았을까하는 기대감까지 생겨 책을 읽어보았다.

제목만 언듯 보면 '왕 여인'이라는 인물의 일생을 전반적으로 조명하는 문학적인 역사서가 아닌가라는 느낌이

들지만 정작 책에는 '왕 여인'에 대한 서술이 막판 35P 정도로만 다루어질 뿐이다. 그 전까지의 185P는 '왕 여

인'이 살던 17세기 중반 중국 산둥성 탄청현과 현 주민들의 양상에 대해 서술되 있다.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은

이유로 어떤 남자와 함께 남편에게서 달아났다가 결국 돌아오게 되 남편에게 죽임을 당하는 '왕 여인'의 사례

에선 여성의 정절을 강요하는 사회 분위기외에는 책 앞부분의 내용과 직간접적인 관계는 없어 보인다. '왕 여

인'의 구구절절한 일대기를 기대한 독자라면 실망할수도 있을 것이다.

저자는 <탄청현지>라는 지방의 공식적 기록, 탄청 현 지현인 황류훙의 <복혜전서>라는 개인적 회고록이라는

사료에 탄청 현 부근에 산 극작가 푸쑹링의 기담 <요재지이>를 책의 기본 자료로서 사용했다고 한다. 앞의

두 사료의 인용이야 이상할 것 없지만 기담인 <요재지이>가 대중 역사서를 쓰기 위한 자료로서 적합할까라는

의문을 가질 독자도 있을 것이다. 저자는 이를 통해 사료의 틀에 박힌 서술에 당시 탄청 현의 고독, 몽환과

같은 요소를 덧붙일 수 있다고 밝히는데... 기담이라고 해도 당시의 사회적 정서가 반영되 있기 때문에 사

료에 입각한 역사적 서술을 보완할 수 있는 도구로서 충분히 활용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책에서의 서

술도 그런 방식으로 나아가고 있으니 말이다. 사실 책에 언급된 <요재지이>의 에피소드는 따로 떼어놓고 보기

에도 좋을만큼 흥미로운 편이다.

별다른 수공업이 발달되지 않아 농업에만 의존하는 열악한 산업구조. 과거 합격자가 거의 전무하다 시피한 지

적 환경, 지진과 기근 같은 자연재해의 빈번한 발생, 앞서 언급한 이유 등으로 굶주림 해소를 위해 가족의 시

신을 먹는 경우가 속출하는 등 탄청 현은 당시 중국 내에서도 그리 사정이 좋은 곳이 아닌 걸로 보인다. 하지

만 여성의 정절을 강조하는 분위기, 세금 부담을 피하기 위해 자신 소유 토지의 상태를 실재보다 열악한 것으

로 보고하는 지주들의 행위, 들끓는 도적들로 인한 치안 약화 등의 양상은 책에 직접적으로 제시되지는 않았

지만 17세기 중반 중국의 전반적인 문제적 양상으로 보이는 듯 하다.

제목에서 기대하게 될 내용이 매우 미약하다는 점은 아쉽지만 17세기 중반 중국의 한 지역의 분위기를 개략적

으로나마 느낄 수 있다는 점에서 나름의 가치가 있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http://costa.egloos.com2010-11-06T15:02:430.3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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