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세대를 위한 세계사 편지 책리뷰

새로운 세대를 위한 세계사 편지새로운 세대를 위한 세계사 편지 - 8점
임지현 지음/휴머니스트

지금까지 해온 모든 '역사 공부'를 거부하라!라는 도발적인 책 뒷편의 카피에 관심이 쏠려 보니 임지현

교수가 저자라 한다. 저자의 책을 읽어본적은 없었지만 주어듣기로는 꽤나 논쟁적인 인물이라고 해 더욱더

흥미가 생겨책을 읽어보게 되었다.

에드워드 사이드, 한나 아렌트 등 학자와 괴링, 스탈린, 김일성, 게바라 등 20세기 주요 지도자들에게 보

내는 총 19 통인 저자의 편지를 모아놓은 책이다. 각 편지를 통한 해당 인물의 행적과 사상에 대한 소개와

이에 대한 저자의 해석을 풀어내는 것으로 책이 구성되 있다. 글은 세계 근현대사에 대해 고교 수준의 지식을

가지고 있다면 그리 어렵게 읽히지 않을 수준이다. 각 편지의 도입부에는 수신자에 대한 간략한 소개가 잘

정리되 있고 그리 많은 수는 아니지만 일반 독자가 쉽게 접하길 힘들었을 용어에는 상세한 해설이 마련되

있어 도움이 된다. 사진 자료는... 두 세장에 한 점 있을까 말까한 수준 (...) 풍부한 시각적 자료를 기대

했던 독자라면 아쉬울듯 하다.

특기할 점은 수신자들 거의 모두가 20세기에 활동한 인물이라는 점. 공자에게 보내는 편지가 있기는 하지만

이 역시 '유교 자본주의'로 대변되는 찬사와 허례허식으로 가득찬 '봉건사상'이라 주장하는 이들의 비판으

로 나뉘는 현대의 공자 인식으로 채워져 있다. 즉 역사시대 전부를 아우르는 세계사 서적이라고 생각하면

안된다

저자는 19통의 편지를 통해 크게 민족주의와 현실사회주의, 그리고 그 한계를 다룬다. 아슈케나지 유대인과

셰퍼드 유대인의 사례를 들어 민족주의적 차별 기제는 동일 '민족'내에서도 일어날 수 있다고 말하며 현실

사회주의 체제가 붕괴된 직후인 폴란드를 방문한 한국 지식인의 '못사는 백인'을 목격함으로 받은 충격을

언급하면서 상황에 따라 오리엔탈리즘 구도가 역전될수 있음을 밝힌다. 로자 룩셈부르크의 '계급본질주의'가

여성 문제 등 계급 이외의 진보적 의제를 억누를수 있음을 지적하고 현실 사회주의가 노동자의 소소한 소시

민적 행복에 대해 혁명적 의식이 부족하다고 비판한 점 등을 들어 지나친 도덕주의 강조가 현실사회주의의

몰락에 기여한 주 원인이 됬다고 말하기도 한다.

이에 더 나아가 저자는 실재와 괴리 되게 '규정' 될 수 있는 역사의 특성을 지적한다. 시온주의자들은 유대

인의 팔레스타인 이주라는 목표에 급급했을뿐 나치의 유대인 홀로코스트에는 묵인 혹은 영합적인 태도를

보이기도 했지만 이스라엘 건국 이후에는 아이히만 재판 등을 통해 이스라엘 국민들을 '홀로코스트의 생존

자'로 집단 기억화 시켰다는것이 대표적인 예일 것이다. 역사가 구로이타 가쓰미의 애국심 함양을 위해

'빌헬름 텔'과 같은 전설을 만들어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는 발언은 그가 일본 '실증사학'의 아버지라 불

린다는 점에서 더욱 놀랍다. '요코 이야기' 논란에서는 '가해집단'으로 인식되는 일본인 중에서도 큰 시련을

겪으며 본국으로 귀환하는 슬픔을 겪을 이가 있을수 있음을 보여주며 집단적 인식에 가려질 수 있는 다양한

개별 구성원간의 관계에 대한 우려를 드러낸다. (물론 저자는 요코 이야기 또한 조선인의 분노의 배경에

대한 언급이 부족하다는 점에서 역사적인 세밀함이 부족했다고 지적한다.)

저자는 파시즘과 현실사회주의라는 거대한 권력에서 오는 폭력에 저항하지 못하고 도리어 협력할수 밖에

없게되는 구조, 즉 '악의 평범성'을 언급하면서 그러한 이들에게 무조건적인 도덕적인 단죄를 할 수 없다고

말하는 듯 하다. 혼란스러워 할 독자에게 저자는 이에 대한 대안의 실마리는 살아남은 자의 '부끄러움'에서

나오지 않을까라고 말한다. 목숨을 걸고 유대인 친구 가족을 나치로부터 숨겨주려 했지만 이들 모두를 전부

수용할 수 없었기에 끝내 유대인 친구 가족은 자발적으로 떠나게 되고 다시는 소식이 전해지지 않았다고

회고하면서 평생 괴로워하는 한 폴란드인의 사례를 들면서 말이다. 바로 눈에 띌만할 거대한 변화로 이어지기

까지는 어렵겠지만 이런 개별적인 '부끄러움' 하나 하나가 더 밝은 미래를 위한 단초가 되지 않을까 싶다.

저자는 국사 교육의 해체를 주장하는 등 국제 구성원을 서로 타자화할 민족주의를 허물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본인 역시 짙은 민족주의 색채와 이를 위한 '기억' 조작에는 반대하는 편이지만 고구려는 중국도

한국도 아닌 북방 유목민족이 주도한 국가라는 주장에는 정서적으로 반감이 생기는것도 어쩔수 없었다. 사실

본인은 서로를 규정하는 차원의 민족주의는 괜찮다고 생각하는 편이라 본인 역시 어쩔수 없는 민족주의의

포로인게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

세계사라는 타이틀을 붙이기에는 좁은 범주고 어느 정도 낯설음에서 비롯된 반감도 있을지 모르곘지만 역사의

거대담론이 언제든지 규정될수 있는 것이며 때로는 집단을 강조해 개인성을 억누를수 있다는 점을 일반 독자에

게 그리 어렵지 않게 소개한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는 역사 교양서라 하겠다.
http://costa.egloos.com2010-10-26T10:28:500.3810

덧글

  • 아킬레우스 2010/10/27 01:12 # 답글

    흥미로운 책인 것 같습니다. 임지현 교수와 사카이 나오키 교수의 대담집인 "오만과 편견"을 재미있게 봤는데 나중에 이 책도 꼭 구해서 봐야 겠습니다.^^
  • 소시민 2010/10/28 17:30 #

    사카이 나오키 교수 또한 이 책의 수신인 중 한 분입니다. ^^ 저도 언급하신 책을 한 번 읽어봐야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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