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잔차키스가 이집트에서 목격한 씁쓸한 사건 책에 관한 여러 잡다한 것들

... 한 무리의 미국인들이 방금 이집트 농부와 내기를 걸었다. 당신이 저 거대한 피라미드를 6분 안에 올라갔다

내려오면 반 파운드를 주겠다. 여위고 굶주린 불쌍한 농부는 엄청난 돌덩이들을 죽기 살기로 기어오른다. 바위

들 사이로 허둥지둥 뛰어다니며 이따금 보였다 안 보였다 하더니 마침내 꼭대기에 도착한다. 그러고는 곤두박

질치듯 돌진해 내려온다.

 나는 괴로운 심정으로 그를 뒤따른다. 미국인들이 유유히 지켜보며 시간을 잰다. 사내가 헉헉대며 돌아와 그들

의 발치에 털썩 쓰러지더니 목만 쳐들고 헐떡거린다. 그러나 미국인들이 이겼고, 그들은 헛웃음을 남긴 뒤 떠나

버린다. 농부가 통곡하기 시작한다 ······.

 "저 사람에게 바위를 들어 놈들의 머리통을 부숴 버리라고 해요." 나는 함께 있던 아랍인에게 말했다.

 그러나 아랍인은 껄껄 웃었다.  

"왜요? 저 양반들이 돈을 주지 않는 건 당연한데. 저 사내가 졌잖아요."

"하지만 비웃을 것까지는 없었잖아요?"

"승자들은 늘 웃게 마련입니다. 모르셨어요?"

 케케묵은 굴종의 공기 속에서 나는 이 작은 일화가 이집트의 역사를 낱낱이 비추는 것을 느꼈다. ...

                                                                               <지중해 기행 - 니코스 카잔차키스 전집> 55 ~ 56P

1920년대 이집트 등 동지중해 일대를 여행한 그리스의 작가 니코스 카잔차키스가 목격한 사건이다.

오랜 가난에 근래(1920년대)에는 서구의 식민통치에 시달리는 이집트 민중의 고단한 처지가 이 일화를 통해 

상징적으로 드러나는 듯 하다.

가난한 삶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된다면 인간다운 자존감을 포기할수도 있다는 절박감, 이를 이용하거나 혹은

즐기는 강자의 기만, 이에 침묵하거나 때로는 동조하는 주변인이라는 위 일화의 구도는 현재에도, 한 국가의 사회

구성원 간에도 나타나는 모습인듯해 더욱 씁쓸해진다.

덧글

  • dunkbear 2010/09/26 13:56 # 답글

    올림픽 금메달리스트를 말과 경주시킨 나라 출신들인데 저정도는 뭐.... 쩝...
  • 소시민 2010/09/28 19:11 #

    ?? 말씀하신 사건에 대해서 좀 더 자세히 알고 싶습니다.
  • dunkbear 2010/09/28 20:12 #

    1936년 베를린 올림픽의 육상영웅이었던 제시 오웬즈가 정작 미국에서는 말과
    경주를 해야했을 정도로 처지가 안좋았다는 내용을 오래 전 어느 올림픽 관련
    책에서 읽은적이 있습니다. 혹시 이 에피소드 과장되거나 헛소문은 아니겠죠? ㅠ.ㅠ
  • 위장효과 2010/09/26 14:29 # 답글

    하지만 요즘 그랬다간 이집트 경찰이 떼거지로 들이닥쳐서 끌고 가서는...
  • rumic71 2010/09/26 14:47 #

    그럼 반 파운드가 아니라 1천 파운드 정도 줘야하는 거죠. 경찰들에게.
  • 소시민 2010/09/28 19:11 #

    외부의 괄시가 내부의 억압으로 이동한거군요... ㅠㅠ
  • ㅋㅋㅋ 2010/09/26 21:35 # 삭제 답글

    으하하하하. 그렇지요. 아주 좋은 예입니다.
    인간이 저렇게 되면 원숭이랑 별 차이가 없죠. 재미있는 이야기 감사합니다.
  • 소시민 2010/09/28 19:12 #

    저도 책에 있는 내용을 그대로 옮긴지라... 어쨌든 재미있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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