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화의 시대 책리뷰

신화의 시대신화의 시대 - 6점
이청준 지음/물레

<당신들의 천국>이라는 걸작을 남긴 작가 고 이청준. <당신들의 천국>을 감명 깊게 읽어서 저자의 다른 작품도

읽어보고 싶다고 생각하던중 작가의 유작인 <신화의 시대>라는 작품이 눈에 띄여 읽어보게 됬다.

구한말부터 일제 강점기인 1930년대까지가 배경으로 '태산'이라는 인물의 탄생 과정과 광주사범학교로의 진학

까지의 성장 과정을 다룬다. 처음 보기에는 별 상관 없어 보이는 '자투리'라는 말을 연발하는 정신 이상 증세를

보이는 여인의 에피소드와 양반 출신 의원 이인영의 방랑과 그 부인의 고난을 다룬 에피소드가 작품의 절반 이

상을 차지한다. '자투리' 에피소드는 태산의 그것과 중요한 관계를 가지고 있음이 밝혀지지만 이인영의 에피소

드는 이 작품만으로는 '태산'이라는 중심 인물에 어떤 관계를 가지는지에 대해선 잘 드러나지 않는다.

몇 부작으로 기획된 작품인지라 향후 후속작이 나온다면 위와 같은 의문이 풀릴법도 하지만 저자의 사망으로

후속작이 나올 가능성은 사라져 버렸다. 덕분에 이후 본격적인 태산의 행적은 미궁 속에 빠져버리게 됬다. 작

중의 '태산은 짦고 파란만장한 삶을 살았다'라는 식의 짦은 언급이 힌트가 될 뿐이다.

안타깝게도 전체 시리즈의 '도입부'인 이 작품만으로는 '태산'의 매력이 크게 느껴지지 않는다. 야무지고 의

협심이 강한 모습을 보이지만 잘사는 집 학우의 학용품을 빼았아 가난한 학우에게 주는 장면은 별로 보기 좋

지 않다.(이 장면만 봤을땐 성년이 된 태산이 아마 공산주의 운동에 투신하지 않을까라는 추측도 해볼수 있

겠다.) 전반적으로 태산은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의 엄석대와 비슷한 양상을 보인다는 점에서 아직까지는

설익은 리더라고 할수 있다.

이 작품을 읽으면 전통 농촌사회 또한 꼭 현대사회에 비해 순수한 편은 아님을 느낄 수 있다. 장애인 이방인

'자두리'에 대한 마을 사람들의 멸시, 서출 출신의 딸을 남겨둔체 중앙으로 올라간 뒤 연락을 끊은 관원 (후

임 지방관에게 딸을 잘 보살펴줄것을 부탁했지만 사실상 부녀간의 인연을 끊은 것이나 다름없으니... 물론 이

것은 당대 사회의 분위기에 큰 책임이 있을것이다.) 등을 보면 인간 사회의 어두운 면은 과거에도 존재했구나

라는 씁쓸함이 느겨진다.

만약에 이후 시리즈물이 계속 출간되어 흥미로운 본격적인 이야기를 보여주었다면 이 작품은 나름 괜찮은 도

입부로 여겨질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후속작이 나올 가능성이 사라진 현재 홀로 남은 도입부는 독립된 작품

으로서의 매력을 발하기에는 부족해 보인다. 조금은 이름 편인듯한 고 이청준 작가의 타계가 새삼 아쉽게 느

껴 질 수 밖에 없다.
http://costa.egloos.com2010-08-19T05:49:190.3610

덧글

  • 네비아찌 2010/08/19 16:33 # 답글

    전통 농촌 사회가 실은 현대 사회보다 더 폐쇄적이죠.
    사람들 사이에 몇 겹의 인간관계가 얽혀 있어서 그 관계 외부에서 들어오거나
    관계의 거미줄이 끊긴 사람은 이질분자로 판단되어 배제당하게 되죠.
    우리나라만 그런 것이 아니구요. 미국 괴담이나 공포영화 중에 시골을 여행하던 도시 사람들이 살인마를 만나는 내용이 유독 많은 것도 그런 영향이 있죠.^^;
  • dunkbear 2010/08/19 23:15 #

    제가 사는 지역이 말씀하신 딱 그런 곳입니다... 피부로 느끼고 있죠... ㅜ.ㅜ
  • 소시민 2010/08/20 17:05 #

    그렇군요... 어느 시대 혹은 어느 공간이든 그늘을 보지 않는 이상화는 위험하다고 생각합니다.
댓글 입력 영역



메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