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의 공동체 책리뷰

상상의 공동체상상의 공동체 - 8점
베네딕트 앤더슨 지음, 윤형숙 옮김/나남출판

현재 대다수의 한국인들은 자신을 '한민족'이라는 '민족' 공동체의 한 구성원으로 여기며 이러한 민족은 태고

적으로부터 계속 내려온 것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학계에서는 '민족'은 근대 서구의 '발명품'이며 그 이전

시대인 혹은 비서구권인들에게는 인식되지 않았던 개념이라고 인식하는 쪽이 주류다. 최근 들어 민족은 '상상'

된 존재라는 학계의 인식이 일반 대중에게까지 널리 퍼짐으로 많은 인식 상의 혼란을 낳고 있는데... 베네딕

트 앤더슨의 <상상의 공동체>는 민족주의에 대한 서적 중 명저로 인정 받은 작품이다. 나름 민족주의를 이해

하는데 도움이 될 듯 싶어 읽어보았다.

아메리카와 유럽이라는 서반구에서의 민족주의의 형성과 비서구권 세계로의 민족주의의 팽창이 어떤 양상을

띄었는지를 주로 다룬 책이다. 저자의 전공인 동남아시아의 민족주의화 사례가 주로 언급되지만 타 지역의

사례 또한 부족하지 않은 편이다. 그리 쉬운 내용이 아니기에 책 뒷편의 역자 해설이 큰 도움이 된다. 각

장의 중심내용이 잘 요약되 있어 내용 정리 용으로도 유용한듯 싶다. 하지만 '허난 코르테스', 프랑스 국

왕 '찰스 9세', 북아프리카의 '버버족'과 같은 고유명사의 음 옮김에서의 문제는 많이 아쉽다.

민족주의의 가장 크고 핵심적인 특성은 '민족 내부 구성원 간의 동질성'과 '타 민족과의 배타성'일 것이다.

책은 주로 유럽 중세 말 중심언어 '라틴어'의 쇠퇴한 이후에 일어난 지역의 '지방어'의 부흥이 각 지역 구

성원들이 서로 동질감을 가지게 하는데 큰 기여를 했다고 말하는 언어적 관점에서의 민족주의 형성을 소개

한다. 또한 때 마침 발달한 '인쇄자본주의'에 힘입어 신문과 같은 '지방어'로 된 대량 생산되는 인쇄물을

통해 여러 구성원들에게 자신이 직접 보지는 못하지만 같은 '공동체'의 구성원이 있음이 확인됬다고 주장

한다. 국가 역시 행정의 효율성을 위해 이러한 지방어의 사용을 공식화한다. (책은 민족주의의 분위기가

하층 계층에서 형성됨에 따라 국가 또한 이를 받아들였다고 말한다. 민족주의의 기원은 국가가 아닌 셈이다.)

그렇다고 꼭 민족국가의 언어가 그 국가만의 고유한 것은 아니다. 아메리카 일대의 민족 국가들은 식민모국

이었던 스페인이나 영국, 포르투갈의 언어를 쓰고 있다. 중요한 것은 구성원 간의 동질성을 느끼게 할 수

있는 힘을 가진다는 것이지 타 지방과의 차별성은 필수적인 요소가 아닌 것이다. 결국 통일된 지방어를 통

해 '내부간의 동질감','외부와의 경계 긋기'(언어의 차이가 아닌 우리와 다른 이를 분명히 구분하는 것)가

이루어지는것이다.

저자는 스페인의 아메리카 식민지 출신 백인 '크리올'에서 민족주의의 첫 형태가 나타났다고 주장한다. '크리

올'은 스페인 중심으로 관직 진출이 불가능 했고 노예 처우 개선 압력 등 중앙 정부의 '긴섭' 또한 종종 받았

다. 이런 배경 속에서 식민지 내부의 '인쇄자본주의' 발달로 스페인으로부터 독립의지가 폭발하게 된 것인데

... 흥미로운 것은 각 주가 긴밀히 연결되 있어 연방 통일 국가 화 된 미국과는 달리 스페인령 아메리카가

통일 민족 국가가 되지 못한 이유에 대한 책의 설명이다. 멕시코에서 아르헨티나까지 이동하는데 수개월이

나 걸리는 당시의 기술적 한계와 더불어 스페인의 분할 통치, 즉 멕시코의 '크리올'은 콜롬비아의 관료가

될 수 없다는 지역 간 수평적 관료 임용의 제한이라는 배경으로 스페인 아메리카 식민지 간의 '동질성'이

생겨나기 힘들었다는 것이다.

민족주의는 '민족국가'화 된 서구 국가의 식민 정책을 통해 비유럽권 국가에 까지 퍼지게 된다. 식민 정부

의 근대 교육 기관에서 수학한 피식민 청년 앨리트들은 '민족주의'에 대해 인식하게 되고 식민 상태가 '민

족주의'와 모순됨을 알고 독립 투쟁에 나서고 독립된 국가를 '민족국가'화 한다. 네덜란드 치하의 광대한

섬들이 '인도네시아'라는 민족 국가로 재탄생하게 된 것이다. 위에 언급한 분열된 스페인 식민지의 양상이

동남아시아에서도 나타난다. 프랑스령 인도차이나는 베트남, 라오스, 캄보디아에서 온 학생들이 공통 수학

함으로 통일된 민족국가가 될 가능성을 보였지만 프랑스 식민 당국의 배트남을 중심으로 한 지역간 차별 정

책으로 지역 간의 동질성이 확보되기 힘들었다. 이것이 '인도차이나'가 아닌 '베트남','캄보디아','라오스'

라는 별개의 민족국가가 탄생하게 된 배경이다.

민족국가가 형성되는 과정에는 '종교'로 구분되던 주민을 '민족'으로 구분한 인구정책, 역사 재창조 등이

방법이 쓰어졌다. 동일한 구성원의 국가로서 미국을 강조하기 위해 남북전쟁은 '독립된 국가' 간의 전쟁이

아닌 '내전'으로 정의되는 것이다. 이로서 민족국가라는 개념은 너무나 당연시화되 '노동자에게는 국적이

없다'고 말하는 사회주의 국가들 조차도 민족주의적 정서를 보이는 현상을 보인다. '크메르 루즈'는 자신

의 상징을 캄보디아 '민족'의 유산 앙코르 와트로 삼고 '소련'은 민족주의 국가 '제정 러시아'의 거점

크렘린을 정부의 본거지로 삼았다.

책에는 한국의 민족주의에 대해선 업급하지 않는다. 개인적으로 생각해 보면 한국은 '민족국가'화가 매우

용이한 곳이다. 고려와 조선이라는 중앙집권 국가 하의 행정과 문화를 1000년 가까이 경험해온 '동질화'

에 가까워진 이들에게 민족주의의 틀을 씌우는 것은 타 지역에 비해 수월한 셈이다. 물론 그 이전 한 민족

이라는 정체성을 가졌을리 만무한 고구려, 신라, 백제 또는 그 이전의 연맹왕국이라는 존재가 있었지만 이

는 구성원의 기억에 남기에는 너무나 오래된 과거다. 물론 박노자가 말했듯이 조선의 양반이 천민을 자신과

같은 구성원이라고 생각했을리는 만무하고 '민족국거' 대한민국에서도 동질화된 구성원이라기 보다는 계층

간의 위화감이 심한게 사실이다. 이런 모순에 대해 저자는 너무나 매혹적인 답을 내놓는다. 바로 민족은

정치적 이념보다는 친족이나 종교와 같은 이념체계라는 것이다. 아무리 가족 구성원이 미워도 가족 자체를

파괴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이는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많은 한국인들이 '한민족','한국'에 불평을 토로하

는 경우는 많아도 민족 자체를 부정하려 하지 않는 것은 이와 비슷한 양상이라고 생각한다.

본인이 과문해서 그렇게 느꼈을 가능성이 높지만 개인적으로는 책은 민족주의 형성의 배경은 잘 설명했지만

그러한 배경을 뒷받침해 민족주의를 형성해 나간 주체와 그 힘에 대해선 언급을 하지 않았다고 본다. 하긴

역사에서 '주체'를 따지는게 무리일수도 있겠지만... 이것이 대중 역사서와의 차이일지도 모르겠다. 여하

튼 민족주의의 형성에 대해 알고 싶다면 큰 도움이 될만할 책임은 분명하다. 보다 명확한 이해를 위해 보

다 많은 공부를 한 뒤 다시 읽어 봐야 겠다.
http://costa.egloos.com2010-08-06T03:21:100.3810

덧글

  • dunkbear 2010/08/06 14:46 # 답글

    좋은 책 같네요. 민족주의를 이해하려면 꼭 거쳐야 하는 저서가 아닌가 합니다. 근데
    중남미의 경우에는 스페인 식민지 이전부터 각기 다른 문명들의 존재로 이미 해당 지
    역의 인구들 사이에 어느 정도 문화적 이질성이 있었지 않을까 추측해봅니다.
  • 소시민 2010/08/07 20:38 #

    책에는 거의 언급되 있지 않아 제 추측에 의거해 말씀드리는 것이지만 스페인 이민자들의 후손인

    크리올이 중남미 토착 문명의 흔적에 큰 관심을 기울였을것 같지는 않습니다.
  • 2010/08/07 01:42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소시민 2010/08/07 20:42 #

    그렇군요... 역시 민족주의를 다룬 다른 저서들도 찾아 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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