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건 부두로 가는 길 책리뷰

위건 부두로 가는 길위건 부두로 가는 길 - 8점
조지 오웰 지음, 이한중 옮김/한겨레출판

<1984>, <동물농장> 등의 명작으로 유명한 소설가 조지 오웰. 그는 동시에 열성적인 사회주의자로서의 자신

의 사상이 담긴 애세이도 다수 남겼다. 올해 초 국내 출간 된 <위건 부두로 가는 길> 또한 그러한 오웰의 사

상이 잘 드러낸 르포집이자 에세이집이다.

책은 영국의 가난한 서민들의 삶을 직접 뛰면서 취재한 르포인 1부와 그러한 현실을 극복하기 위한 사회주의

가 폭넓은 지지를 받기 위해 사회주의자들이 어떤 변화를 이끌어내야 하는가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피력한

에세이인 2부로 구성되 있다. 문체는 약간 무미건조하게 느껴지지만 읽는데 문제가 되는 수준은 아니다.

본문에 언급되는 당시 영국의 풍습, 정황, 인물 등에 대한 주석은 상세하지는 않지만 최소한 무엇을 의미하

는지는 잘 알려준다. 사진이 가끔씩 보이긴 한데 열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로 그 양이 매우 적다. 이왕 사진

을 넣었으면 보다 풍성하게 꾸미는게 좋지 않을까?

1부에서는 석탄 광부들의 열악한 노동환경과 핍진한 일상, 더 나아가 영국 서민 계급의 실업과 형편없는 주

거환경 등을 세세하게 묘사한다. 특히 짙은 석탄 가루로 가득 찬 1미터 조금 넘는 높이의 5 ~ 10 km에 달

하는 갱도를 통해 몸을 구부리며 채탄 현장으로 향하는 모습을 다룬 서술과 매우 높은 사고로 인한 사망률

은 영국판 '노동 OTL'을 보는듯 하다. 슬럼가 주민들을 지자체에서 건립한 공동 주택으로 이주시키는 모습

에서(그 수 자체가 매우 적다는것도 문제지만) 오웰은 슬럼가에서 형성된 서민들간의 공동체가 해체되는게

아닌가라는 우려를 표한다. 몇 년 전 '대추리'를 둘러싼 논란에서도 제기된 얘기다. 대공황의 영향으로 실

업률이 높아지는데 대해 서민층이 위기감을 느끼면서도 영화 등 값싼 대중오락에 저항 의식이 희석되는 모

습도 그리 낯선 풍경이 아니다. 그래도 1930년대 영국에는 실업자에 대한 생활보조금 지급과 같은 미약한

수준의 사회복지제도가 갖추어져 있고 아동 노동은 금지되 있었다. 이조차도 없던 산업혁명 초기 시절 노동

자들의 삶이 어땠을지는 가히 상상이 가지 않는다.

오웰은 2부를 통해 사회주의가 민중을 이런 비참한 삶에서 구해낼수 있다고 말한다. 또한 당시 대두되가는

파시즘에 대항하기 위해서라도 더욱더 사회주의의 지지 기반을 넓혀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사회주의

자들은 성장 과정에서 무의식적으로 축적되는 계급 의식이 반사적으로 작동해 입으로는 '해방'의 대상인

노동자와 쉽게 어울리지 못하며 마르크스가 셰익스피어를 싫어했다는 이유로 셰익스피어 관련 기사를 실은

잡지에 불만을 표시하는 것과 같은 교조적인 자세를 가지고 있고 '그 들'에게나 통하는 어려운 단어 사용

을 함으로 대중들로부터 자연스래 멀어졌다고 오웰은 지적한다. '사회주의'는 괜찮으나 '사회주의자'에는

거부감을 느끼는 대중들의 반응을 무시해서는 안된다며 오웰은 사회주의자가 변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교조적이고 그들 자신에게만 통하는 형식을 집어 던져야 된다는 것이다. 그럼으로 '정의'와 '자유'를 공

유할수 있는 이들 모두의 '연대'가 이루어질 수 있다고 말하는 것이다. 물론 '정의'와 '자유'를 공유할

수 없는 이들은 연대의 대상이 아니다. 오웰이 현재 민주당 주도의 야권 단일화 논의를 보면 어떤 반응을

보일지는 어렵지 않게 추측할수 있을 것이다.

오웰 자신 또한 청년기까지는 계급 의식에 사로잡혀 있는 상류 계급인이었으나 식민지 버마의 경찰이라는

'압제'의 도구로서의 삶을 경험하면서 '압제'의 끔찍함을 몸소 느끼게 되 이후 사회주의자의 길을 걸었다

는 점을 소개하는 것은 '압제'의 실상을 경험한이라면 누구나 '압제'을 반대하는 인간적인 길을 걸으리라

생각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모든 '압제자'는 악하고 모든 '피압제자'는 선하다는것인데... 본인은 모든

'압제'('압제자'가 아니다.)가 악하다는데만 동의하지만 일단 이는 수사적인 문제고 '피압제자'에 대한

따뜻한 시선이라는 핵심은 크게 공감할수 밖에 없다.

사실 지금 와서는 오웰이 한 장 전체를 할애해 언급한 산업과 기술 진보를 이상시하는 진보의 생각이 기술

발달로 인한 비인간화에 대한 우려를 가진 이들이 사회주의에 호의를 느끼지 못한다는 부정적인 결과를 초

래한다는 주장은 지금으로서는 별 시의성이 없어 보인다. 지금으로서는 산업과 기술 진보에 대한 예찬은

보수 우파의 영역에 더 가깝기 때문이다. 또한 오웰은 사회주의자의 행태로 인해 사화주의가 부정적으로 인

식되는 것 뿐이지 사회주의 자체는 의심할 여지가 없는 최상의 대안이라고 주장하는데 이는 책이 출간된지

80년 가까운 세월이 지나는 동안 사회주의의 한계에 대한 지적이 끊임없이 나왔다는 것을 생각하면 지나친

낙관이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어보인다. 이 점들은 나름 시대의 한계라 인식해 받아들여야 할 듯 하다.

앞서 몇 번 언급했듯이 오웰이 소개한 1930년대 영국의 풍경은 2000년대 한국에서도 재현되는 듯 하다.

우리의 진보 역시 오웰이 지적한 영국의 진보와 같은 구태의연한 모습을 보인다는 점에서 이 책의 메시지

는 결코 간과할수 없다 하겠다. 2080년 즈음 2000년대의 한국 사회를 회고하는 글을 그 시대를 살아가는

후손들이 자신들의 사회와 동일시 해가면서 읽지 않길 바랄 뿐이다.
http://costa.egloos.com2010-08-02T14:42:210.3810

덧글

  • dunkbear 2010/08/03 18:18 # 답글

    오늘날 우리 사회의 모습과 위화감이 없이 잘 어울리는 내용의 책이 아닌가 하네요... 흠...
  • 소시민 2010/08/04 20:54 #

    아직도 갈 길이 멀다는 현실을 보여준다고 볼 수 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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