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자와 유키치 자서전 책리뷰

후쿠자와 유키치 자서전후쿠자와 유키치 자서전 - 8점
후쿠자와 유키치 지음, 허호 옮김/이산

19세기 후반 일본의 서구화가 빠르게 진행되가는 시기에 활동한 유명한 개화 사상가 후쿠자와 유키치. 비록

조선과 청이라는 이웃 국가에 대해서는 '비문명국'이라는 부정적 시선을 보였기에 우리 입장에는 어느 정도

부정적으로 느껴질수 있는 인물이지만 자국 내에서는 1만엔 지폐의 초상이 되는 등 상당한 존경을 받고 있는

인물이다. <후쿠자와 유키치 자서전>은 그런 중요한 인물이 직접 자신의 삶을 풀어낸 내용이 담긴 책이다.

역사적 인물에 대한 소개가 많은 경우 제3자에 의해 이루어지는 것을 생각하면 상당히 색다른 느낌이 들것이

라는 생각이 들어 읽어 보게 됬다.

1899년, 그러니까 후쿠자와 유키치가 사망하기 2년 전에 간행된 자서전이다. 본인은 자서전 말미에 앞으로도

건강이 허락하는 한 할 수 있는 일에 전력을 다 할 생각을 가지고 있다 밝혔지만 얼마 안 있어 사망했기 때문

에 사실 상 이 책이 그의 인생 전체를 정리하게 됬다. 출생부터 노년 시기까지를 시간적 배경으로 삼고 있지

만 메이지 유신 초엽까지만 인생 역정이 자세히 소개되고 그 이후의 삶은 전반적인 개인적 삶의 양상과 <지지

신보> 창간 정도만 다루어진 한계가 있다. 덕분에 1880년대의 게이오기주쿠에 유학온 개화파 조선 인사에 대한

언급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에서 더더욱 아쉽다.

자서전 곳곳에 나오는 인명, 지명, 사건, 풍습 등에 대한 주석은 상당히 잘 되 있는 편이다. 거의 모든 고유

명사에 주석이 달려 있을 정도로 양적으로 풍부하고 인물에 대한 생애를 개략적으로 풀이하고 자서전 내의

오류를 교정하는 등 질적으로도 괜찮은 수준을 보인다. 본문이 시작되기 전에는 후쿠자와 유키치의 청년 시절

부터 노년 시기의 사진이 몇 페이지에 걸쳐 수록되 있으니 이를 살펴보는 재미도 쏠쏠할 것이다.

유신 이후의 장년, 노년기의 인생 역정이 소홀하게 다루어졌지만 개항, 유신 전야기의 청년 시절에 대한 상세

한 서술만으로도 후쿠자와 유키치의 서양문물에 대한 열정과 이를 일본에 이식하고자 하는 욕망이 매우 잘 확

인된다. 불과 30 ~ 40년 만에 '문명개화'한 조국을 보면 감개무량 하다는 서술이 간간히 보인다는 점에서도

그렇다. (후쿠자와 유키치가 좀 더 오래 살아서 러일전쟁 승리를 지켜봤으면 얼마나 흥분했을까?) 후쿠자와

유키치는 막부의 한심한 대외 인식과 태도, 막말 시기 일본에 팽배했던 양이론을 크게 비판하고 때때로 이로

인해 일본의 장래가 어두워질까봐 걱정까지 했지만 그래도 전도유망한 젊은 학도들 사이에서 네덜란드어,

영어로 된 서양 서적들이 읽히고 이에 실린 실험까지 시행했다는 서술을 보면 일본이 서구화에 성공할만할

지적 기반이 어느 정도 갖추어져 있었다는 생각이 든다. 조선에서도 서학이 들어왔지만 천주교 탄압 등의

여러 요인으로 활발하게 서양 학문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지지 못했다는 점에서 어느 정도 대비가 되는 듯 하다.

비록 술을 잘 마시고 그로 인한 객기 때문에 젊은 시절에는 말썽도 꽤나 피었지만 전반적으로 후쿠자와 유키치

의 개인적 면모는 꽤나 괜찮은 편으로 느껴진다. 막부 시기의 신분 차별에 거부감을 느껴 하위 계층인들을 함

부로 대하지 않고 다른 이에게 돈을 빌린 적이 없으며 편의를 볼 수 있음에도 정해진 금액을 낼려는 등 돈에

욕망을 두지 않으며 명백히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이상 자식에게 간섭하지 않고 공부를 희생하는 한이 있더

라도 건강을 챙기라고 자식들에게 당부하는 등 나름 현대인들에게도 귀감이 될만할 모습이 보인다. 이런 이가

조선인을 돈을 밝히는 탐욕스러운 족속으로 모는 것은 개인적 품성을 사상적 편견이 앞지른 사례 중 하나로

꼽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그의 후반기 인생 역정이 소홀하게 다루어졌다는 점은 아쉽지만 책에 실린 내용만으로도 후쿠자와 유키치라는

사상가의 개인적 면모와 그의 서구 지향적 사고를 확인하기에는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더불어 후쿠자와 유키

치가 직접 체감한 막말 ~ 유신 초의 일본의 분위기 또한 생생하게 확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가치 있는 책이라

본다.
http://costa.egloos.com2010-07-26T10:52:470.3810

덧글

  • dunkbear 2010/07/26 19:56 # 답글

    자신이 아는 세상 내에서는 품성 좋은데 정작 그 범위를 벗어나면 편견이 앞지르는
    경우가 많을 겁니다. 굳이 위대한 사상가만 아니라 일반인들이라도 말이죠... ^^
  • 소시민 2010/07/27 22:43 #

    동감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제3자가 비판을 해도 비판을 받는 당사자 자신은 왜 문제가 되는지

    전혀 이해를 못하는 경우가 많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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