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34 책리뷰

14341434 - 8점
개빈 멘지스 지음, 박수철 옮김/21세기북스(북이십일)

중국 명나라의 정화 함대가 정설로 알려진 범위를 넘어 아메리카에 까지 도달할 만큼 넒은 범위를 항해했다는

도발적인 주장을 담아 화제가 된 <1421>이라는 책을 2년 전 쯤 읽어본적이 있었다. 비록 정설화 되지는 못했지만

나름 그럴듯한 근거를 통한 문제 제기 였기에 나름 흥미롭게 봤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리고 지금 후속편 격인

<1434>가 국내에 출간됬다.

1434년 정화의 마지막 함대가 '홍해 - 나일 운하'를(본인은 운하 건설 시도가 있었다는 것으로만 알았지 실제로

이용되었다는 것은 이번에 처음 알았다.) 통해 이탈리아에 도달해 교황을 접견하고 이 와중에 <농서>, <무경총

요> 등 중국의 지적 자료가 토스카넬리, 알베르티 등 당대 이탈리아 지식인들에게 전해져 르네상스를 촉발시키

는데 큰 역할을 했다는게 저자 게빈 맨지스의 주장이다. 중국에서 전해진 지적 유산은 천문학, 수학, 인쇄술,

농기구, 병기 등 매우 다양하며 다빈치의 수 많은 구상도 디 조르조, 타골라라는 선배 학자들에게서 영향을 받

은 것으로 이들 선배 학자들의 구상 또한 중국의 문물에서 영감을 받은 것이라 말한다. 또한 콜롬버스, 마젤란

이 활용한 세계지도에는 당시 유럽인들이 알지 못한 마젤란 해협 등의 지역이 그려져 있다 말하며 이 역시 정화

함대의 지도가 토스카넬리에게 전달됨으로 가능한 것이라고 한다.

이러한 도발적인 주장의 근거로 저자는 크게 1418년에 나왔다는 정화의 지도와 16세기 초(즉 아직까지 유럽인들

아 마젤란 해협에 도달하지 않은 시점)에 그려진 발트제뮐러와 쉐너의 지도의 유사성과 르네상스 시기 기술자들

과 중국의 서로간의 기기 도안과 그 원리의 유사성을 들고 있다. 확실히 책에 실린 그림만 보면 정말 매우 흡사

해 보인다. 게다가 이런 르네상스기의 진보는 1434년 이후로 급격하게 나타났다고 하니 더욱더 그럴싸하게 보인

다. 사실 이런 유사성은 우연이라고 볼수도 있고 아무리 상이한 문화권이라고 해도 특정 기기의 원리는 유사한

양상을 보인다는 점에서 침소봉대라고 느낄수도 있다. 하지만 저자가 드는 예는 그렇게 생각하기에는 너무나 많

다.

그러나 저자는 이 두가지 주요한 근거에만 크게 의존한듯 하다. 인쇄술, 운하 갑문, 농기구 같은 상대적으로 작

게 다룬 부분은 주요한 근거로 인해 정화의 함대가 이탈리아에 문물을 전파한게 입증됬으니 이 또한 자연스래

딸려오지 않았겠느냐는 '정황' 제시에 의존하고 있다. 또한 그렇게 중대한 변화를 이끌어낸 정화 함대의 방문이

중국과 이탈리아의 문헌 사료에는 왜 언급이 안되는지도 의문이다. 따라서 현재로서는 저자의 주장을 정설로 단

정짓기에는 위험하다.

이외에도 저자는 초반에는 정화 함대의 거대함과 인도양 연안 일대에 넓게 퍼진 중국과 아랍의 해양 교역망을

소개하고 후반에는 정화 함대의 아메리카 도달을 난파된 정크선의 흔적, 아메리카 해안가 일대에 발견되는 당대

중국의 유물, 아메리카 해안 일대에 남아있는 중국어나 중국 풍습의 흔적 등을 들어 증명하고 있다. 이 쪽도

나름 그럴듯 해 보이지만 아직까지 15세기에 사망한 것으로 추측되는 중국인의 시신이 발견된 적이 없다는 점

에서 단정하기에는 이른듯 하다.

사실 아랍 일대까지 이르는 중국의 광대한 해상 교역망과 거대하고 튼실한 정화 함대의 함선은 이미 정설화 된

내용이니 '홍해 - 나일 운하'를 통해 유럽에 도달하는 것은 기술적으로는 충분히 가능할 것이다. 위에 제시된

주요 근거도 어느 정도 설득력 있어 보인다. 하지만 보다 직접적인 확증이 나올때까지는 판단을 유보해야 할듯

하다. 그리고 책에 소개된 르네상스에 영향을 미친 중국의 요소들은 거의 기술적인 부분이다. 르네상스의 의의

는 기술적인 진보 보다는 인간 중심의 사고라는 정신적인 혁신이 주 내용이라고 알고 있다. 저자 역시 그리스,

로마의 유산 또한 르네상스를 불러일으키는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는 말하지만 초점을 두는 내용이 기술에만

국한됬다는 점에서 중국의 정화 함대가 르네상스에 불을 지폈다는 부제는 너무 포괄적이라고 본다. 여하튼 허무

맹랑하다고 치부할만한 책은 아니다. 학계에서의 치열한 논쟁을 기대해 본다.
http://costa.egloos.com2010-07-07T02:08:020.3810

덧글

  • dunkbear 2010/07/07 11:12 # 답글

    항상 나오는 얘기지만 교차검증이 필요한 주장들이라고 봅니다...
  • 소시민 2010/07/07 18:50 #

    일단 문헌 상의 직접적인 증거가 없다는게 큰 약점이죠.
  • Mr 스노우 2010/07/07 23:40 # 답글

    우리 학교에서 전공수업 중에 누군가가 이 양반 책을 인용했다가 교수님께 많은 비판을 받았던 적이 있었지요.
  • 소시민 2010/07/09 16:28 #

    역시 정설로 검증된 자료를 인용해야 되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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