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녀와 베난단티의 밤의 전투 책리뷰

마녀와 베난단티의 밤의 전투마녀와 베난단티의 밤의 전투 - 8점
카를로 긴즈부르그 지음, 조한욱 옮김/길

얼마전 주경철 교수의 <역사의 기억, 역사의 상상>이라는 책을 읽던 중에 <마녀와 베난단티의 밤의 전투>라는

제목의 책에 대한 서술이 눈에 들어왔다. 이탈리아 프리울리 지방의 농민 신앙 '베난단티'와 이에 대한 로마

카톨릭의 탄압이라는 소재가 흥미롭게 다가왔고 저자가 <치즈와 구더기>라는 저서를 통해 기존 기독교 세계관

과는 다른 견해를 내비친 '메노키오'를 소개한 긴즈부르그이기에 기대가 되 읽어보게 되었다.

<치즈와 구더기>와 마찬가지로 <... 밤의 전투>는 16세기 후반 이탈리아에서의 기독교의 다른 신앙적 움직임

에 대한 탄압을 주 소재로 삼고 이에서 나온 심문관의 심문집이라는 사료를 주로 이용해 내용이 전개된다.

서문 역시 <치즈와 구더기>와 마찬가지로 전공자가 아닌 독자에게는 상당히 어렵게 느껴질 수 있고 내용 또한

어떻게 읽기는 해도 개운하게 이해하기에는 쉽지 않다.

'베난단티'는 밤에 마녀와 전투를 벌이는 전사다. 태어날때 양수막을 쓰고 태어난 이들이 '베난단티'가 되며

20세 즈음에 시작되 이후 10여년 정도 마녀와 싸운다. 육체가 잠이 들 때 영혼이 빠져나와 쥐 등 동물로 변신

하거나 이를 탄 뒤 마녀와 대결하는 전장에 도착해 수수를 든 마녀에 회향단을 통해 전투를 벌인다. 마녀에게

이기면 풍년이 찾아오고 지면 흉년이 된다는 믿음인데... 이는 프리울리 주변의 중부유럽 일대에서도 유사한

양상으로 나타난다. 밤에 늑대로 변해 곡물 씨앗을 훔쳐간 악마와 싸운다고 주장한 리보니아의 티스가 그런

사례 중 하나다. 사실 풍요에 대한 욕망은 시간, 공간을 넘은 농민 공통의 정서일 것이라는 점에서 '베난단티'

는 자연스러운 농민 신앙이라고 볼 수 있다. '베난단티'는 죽은 사람의 영혼과 접할 수 있다는 '무당'과 비슷

한 양상으로도 나타난다.

사실 '베난단티'는 그 자체로는 기독교에 대해 뚜렷한 반감을 드러내지는 않는다는 점에서 적극적으로 기존 기

독교 교리에 의문을 제기한 <치즈와 구더기>의 '메노키오'와는 구별된다. '베난단티'가 사용하는 무기 중 하나

가 기도 성일 행진 때 사용되는 가막살나무 지팡이라는 등 '베난단티'에 기독교적 요소가 침투한 양상도 보인다.

기독교 역시 '베난단티'의 존재를 인지하기 시작한 16세기 후반에는 오히려 '베난단티'에 대해 무관심한 태도

를 취하는 모습을 보인다.

하지만 '베난단티'는 영혼이 육체에서 분리된다고 믿는 점 등 기독교 교리와는 배치되는 측면을 분명히 드러냈

으며 17세기 초중반에 들어서는 '베난단티'의 자백을 통해 기독교가 악마와 연결 시킴으로 '마녀'와 동류로

규정되고 처벌을 받게 됨으로 약화되간다. 사실 책에 나타난 사례에는 '베난단티'로 판결된 이가 사형까지 가게

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생각보다는 크게 가혹하지는 않은 셈. 사실 개인적으로는 '베난단티'는 책에 잠깐 언급

된데로 기독교의 탄압 보다는 마술적 현상에 대한 합리적인 회의적 태도가 널리 확산됨으로 인해 사라졌다고 생

각한다. 하긴 그 때 쯤이면 '과학혁명'이 시작될 즈음이기도 하다.

같은 저자의 <치즈와 구더기>에서도 느꼈지만 이 책을 완전히 소화하기에는 아직 본인의 내공이 부족한 것 같다.

좀 더 실력을 쌓은 뒤 다시 읽어보면 보다 느끼는 바가 많을 듯 하다. 그런 의미에서 불과 27세에 이 책을 쓴

저자 긴즈부르그의 천재성이 새삼 놀라울 따름이다.
http://costa.egloos.com2010-06-13T13:21:360.3810

덧글

  • 들꽃향기 2010/06/14 20:48 # 답글

    사실 긴즈부르그의 다른 책 '치즈와 구더기'와 더불어서 미시사 연구의 지평을 연 서적으로 평가받으면서도, 종래 사학의 연구의식을 계승했다는 점에서 훌륭한 책으로 꼽고 싶습니다.

    즉 긴즈부르그 스스로가 상기 저작들을 통해서, 전근대사회 민중들의 인식과 일상세계가 우리의 생각보다 다양한 양상으로 움직이고, 나름의 정당한 인식-논리세계를 가지고 있었음을 미시사적 양상을 통해 보여주면서도...

    피터 버크나, 뮈상블레등 종래의 진보적 사학에서 문제로 지적하던 '근대 전환기에서의 상층문화의 하층 민중문화에 대한 공격'이라는 문제의식을 투영시킨 것은, 자신의 연구와 시각에 종래 사학의 문제의식을 적절히 투영시킨 훌륭한 양상이라고 감히 평하고 싶네요 ㅎㅎ
  • 소시민 2010/06/15 15:14 #

    오오 역시 제현 분의 눈에는 좀 더 잘 보이는군요. 정보 주셔서 감사합니다. ㅎㅎ
  • bluerose 2011/10/29 21:56 # 삭제 답글

    글 감사합니다. 치즈와 구더기를 읽으면서 베난단티에 관한 이해가 필요하여 이렇게 들리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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