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대 후반 ~ 2000년대 초반 게임지의 번들경쟁에 대한 기억 게임

본인이 초등학교 고학년 ~ 중학생 시절이었던 90년대 후반 2000년대 초반 (연도를 명확히 따지자면 1997년 ~ 2002년)

에는 게임피아, 피시파워진(98년 까지는 피시챔프), 피시플레이어, 피시게임메거진, 브이챔프(피시게임메거진과 브이 

챔프는 1998년에 창간)라는 5종의 PC 게임지가 치열한 경쟁을 하고 있었다. 기사나 공략, 특집 등 내용적인 측면의 경

쟁도 상당했지만 그보다 더 치열한 경쟁이 있었으니 게임번들경쟁이다! 게이머의 안목을 증진시킨다는 취지로 시작된 

정품게임 번들 제공은 얼마 지나지 않아 어느 쪽이 재미난 최신 게임을 제공하느냐는 과열 경쟁으로 변질되고 이는 국

내 패키지 게임 시장의 몰락의 주원인 중 하나로 꼽힐 정도로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했다는 평을 듣고 있다.

1996년경 부터 정품게임 번들이 도입됬다. 초기에는 울티마7, 삼국지3와 같은 90년대 초반의 도스 기반 게임(즉 번들 

제공 시점에서도 3 ~ 4년 가량 전에 출시된 시장성이 낮은 게임) 위주로 제공되었다. 하지만 97년 후반에 들어서 과열 

경쟁이 시작될 기미가 보였는지 게임지들은 이제 정품 게임을 번들로 제공하지 않기록 합의한다. 그러나 게임피아는 

합의가 있고 난뒤 바로 발간된 1997년 10월호에 '졸업'이라는 정품 게임을 번들로 제공함으로 합의를 일방적으로 깨뜨

렸다. 이에 정품 게임을 제공하지 않은 타 게임지들은 이에 발끈했다. 피시챔프가 해외에서도 출시된지 얼마 안된 '커

맨드 앤 컨쿼 골드'를 97년 11월호, 12월호를 통해 연달아 제공하는 초강수를 두고 게임피아는 당시 발매된지 갓 1년된 

'툼레이더'를 번들로 제공하는 등 번들경쟁이 심화되게 된 것이다. 1998년에 창간한 피시게임매거진과 브이챔프 역시 

이러한 번들경쟁에 열성적으로 뛰어들었다. 창간호인 피시게임메거진 1998년 10월호는 파랜드 택틱스 2, 다크 콜로니,

에버 블룸을 번들로 제공했다. 파랜드 택틱스 2와 다크 콜로니는 당시 발매된지 1년이 갓지난 게임이었고 에버 블룸은 

정식발매조차 되지 않은 게임이었다. 

1999년 초에 들어서는 출시 된지 1년 안팎인 '메인 게임' 1~2개와 3 ~ 4년된 도스 시절 작품인 '서브 게임' 3 ~ 4개로 

구성된 5 ~ 6개의 게임을 한꺼번에 제공하는 사태까지 벌어진다.

예를 들면 

게임피아 1999년 2월호 번들 
캠퍼스 러브스토리, 샤크3, 마법사가 되는 방법2, 타키온, 도전 뿌요림픽
피시게임메거진 1999년 2월호 번들
벤티지 마스터 택틱스1, 마크로스, 성세기전장, 요정이야기, 아크리츠, 보마 헌터 라임 
피시파워진 1999년 5월호 번들 
다크레인, 라스트 레이버즈, 은하 영웅전설 3 SP, 소오강호

게임지 자신들도 너무 했다고 생각했는지 (...) 99년 하반기 부터는 '1잡지 2번들' 체제로 공통적으로 전환됬고(물론 

6편의 게임을 번들로 제공한 2000년5월호 피시플레이어 같은 예외도 가끔 존재한다.) 이는 2001년 까지 지속된다.

게임 갯수가 줄어들었다고 번들 경쟁이 사그라든것은 아니다. 게임지들은 그 대신 출시된지 1년도 안되거나 아예 국내

에 출시되지 않은 게임을 번들로 제공한다든지 영화와 애니메이션을 부록으로 제공하는 것을 통해 치열하게 경쟁해나

갔다. 피시파워진의 '아미맨 2'나 피시게임메거진의 '서머너' 등이 국내 미출시작 번들 제공 사례로 뽑을 수 있고 피시

플레이어는 2001년 5월 '공동경비구역 JSA', 2001년 6월 '글래디에이터' VCD를 번들로 제공했다. 무엇보다 피시파워

진이 2001년 2월 ~ 4월호 이 세달 간에 걸쳐 '발더스 게이트'와 확장팩을 번들로 제공한 사건은 많은 이들을 충격과 

공포에 빠뜨렸다.

이러한 게임지들의 번들 경쟁에 독자들은 초기에는 별 문제의식을 가지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주 독자 층이며 게임

시장의 주 소비층인 초중고등학생들은 그리 큰 돈을 지니지 못했기 때문에 30000 ~ 40000원 정도 되는 정품 게임을 

7000 ~ 8500원의 잡지를 통해 손에 넣을 수 있다는 것에 크게 끌릴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2001년 경부터 지나친 번들

경쟁이 개발사의 정상적인 수입을 왜곡시켜 게임시장을 좀 먹는다는 목소리가 커지기 시작했다. 실제로 당시 부터 피시

게임시장, 특히 국산 패키지 게임의 위기론이 강하게 대두되었다. 국내 피시 게임 시장의 몰락 원인은 국산 패키지 게임

사의 열악한 환경과 여기서 나온 게임의 작품성 부족, 불법복제 만연 등 여러 이유가 있기 때문에 번들 경쟁에만 모든 

책임을 물을 수는 없지만 어쨌든 번들 경쟁이 피시 게임 시장의 몰락에 주된 역할을 했다는 주장은 많은 이들의 공감을

얻었고 2002년에 들어서는 게임지들도 '1잡지 1번들' 체제로 들어서게 된다. 사실 이 때 쯤이면 게임 시장의 위축으로 

번들로 제공할 게임 자체가 줄어든 것도 그 원인 중 하나일 것이다.

결국 번들 경쟁은 2002년 중반 브이챔프, 피시게임매거진이 폐간되고 2003년 중반 게임피아가 휴간하며 (7년이 지난 

지금도 복간되지 않은걸 보면 사실상 폐간) 2003년 10월호 부터 피시파워진이 번들을 제공하지 않음으로 막을 내린다.

위에 언급했듯이 3개의 게임지가 사라지고 피시파워진 또한 얼마 지나지 않는 2005년 초 폐간 된 것을 보면 번들 경쟁

이 주원인 중 하나로 지목된 게임 시장 붕괴가 게임지의 생명에도 지대한 위협을 끼쳤음을 알 수 있다. 왜곡된 과열 경

쟁이 시장 자체를 완전히 붕괴시킨 셈이다. 

본인은 1998년 2월호 게임피아를 시작으로 2003년 1월호 피시파워진까지 5년 동안 게임지를 구독했다. 초반 몇 개월 

동안은 게임피아만 구독했으나 '파랜드 택틱스 2'를 앞세운 피시게임메거진 창간호에 혹해 그 달에 게임지를 두권 구

입하는 용자짓(...)을 저지르고 이후에는 마음에 드는 번들을 제공하는 게임지를 구매하는 이른 바 '철새 독자' 생활

을 했다. (...) 2001년에 들어서는 피시파워진을 지속적으로 구매하게 됬는데 그 원인 중 하나로는 피시파워진이 전반

적으로 타 잡지에 비해 좋은 번들을 지속적으로 제공했다는 점도 들을 수 있다. (...) 사실 본인 개인적으로는 게임을

저렴한 가격에 구할수 있었기 때문에 이러한 번들 경쟁이 반가웠다. 번들이 없었더라면 그 시절 그 만큼 풍부한 게임

생활을 영위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 와서 당시를 생각하면 번들을 제공하더라도 최소 2 ~ 3년된 게임을 

제공해야한다는 엄정한 공통 룰 하에서 이루어졌어야 된다는 생각이 든다. 

사실 지금은 국내 뿐만이 아닌 해외 게임 시장 역시 위축된 상태이기 때문에 지금까지 피시게임지의 번들 경쟁이 이어

졌다 하더라도 한 번에 여러개의 게임을 제공하지는 못할 것이다. 과거 피시게임메거진이 '하얀마녀', '파랜드 택틱스2'

를 총 두번 제공 했듯이 한 게임을 일정한 텀을 두고 여러번 제공하는 양상도 보일거라는 생각도 든다.  

간만에 본인의 유년 시절을 풍미했던 문화 현상이었던 번들 경쟁이 생각나 이렇게 적어보게 되었다. 지금도 2001 ~ 

2002년 경의 피시파워진 번들이 남아있으니 여유가 있으면 다시 플레이하고 싶다. (사실 엔딩 못 본 게임이 꽤 된다.)


덧글

  • 들꽃향기 2010/06/06 20:16 # 답글

    아아 게임피아 그립네요....ㅎㅎ 옛날에 시디 보고 질러서 게임피아 잡지가 한 수북히~ 쌓였던 기억이 납니다. ㅋ 그나저나 게임시장 위축으로 번들게임 제공 여부가 줄어들었다니, 이런 사정이 있는 줄은 몰랏군요. =_=;;
  • 소시민 2010/06/06 20:20 #

    저도 5년 동안 모은 잡지를 공부한다는 이유로 전부 버렸던 기억이 나네요. 지금 생각해보면 나름

    추억거리인데 그렇게 사라지게되 상당히 아쉽습니다.

    게임시장 위축으로 인한 번들게임 양 축소는 언제까지나 제 추측이지만 그 때쯤 되면 나름 번들

    게임의 큰 비중을 차지했던 국산 패키지 게임이 크게 줄어든게 사실입니다.
  • dunkbear 2010/06/06 20:19 # 답글

    PC게임잡지는 모르지만 PC잡지를 2000년대 초반에 약 2년간 구입해온 경험으로 봐서 느낀 건
    PC잡지의 몰락의 경우, 인터넷의 컴퓨터 커뮤니티 사이트의 급성장이 주원인이 아닌가 싶더군
    요. 월간잡지보다 더 빨리 정보를 제공하고 부록 소프트도 인터넷으로 더 빨리 제공받을 수 있
    었기 때문에 굳이 돈 주고 잡지를 살 필요가 사라지지 않았나 봅니다.

    그 외에는 PC시장 환경 자체가 달라진 것도 한 원인이 아닌가 싶습니다. CPU와 VGA를 중심으
    로 신제품 출시 싸이클이 1-2년에서 몇개월로 짧아지면서 신구 부품의 교체 주기가 급격하게
    빨라졌고 이는 월간 잡지로는 도저히 커버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른 것이죠. 펜3 시절까지 소위
    "명가," "명품" 부품의 시대가 저물게 된 것도 이런 경향과 무관하지 않다고 봅니다.
  • 소시민 2010/06/06 20:22 #

    피시게임잡지 같은 경우는 인터넷의 영향도 무시 못하지만 무엇보다 대상으로 삼는 피시패키지

    게임시장이 크게 축소됬다는 점이 몰락으로 이어졌죠. PC시장은 양상이 달라지기는 해도 그 시

    장 자체가 괴멸 수준으로 축소된건 아니니까요.
  • 감자나이트 2010/06/06 22:16 # 답글

    저도 한 동안 모았지요...
    덕분에 이런 저런 즐거운 게임 라이프를 즐겼지만...
    이런 불편한 진실이 숨어있었다니...;
  • 소시민 2010/06/07 19:50 #

    역시 '공짜 점심'은 없는 것일까요...
  • 위장효과 2010/06/07 08:16 # 답글

    오죽하면 손노리는 "포가튼 사가"를 게임피아인가 어디다가 번들로 제공해주면서(그 시디와 공략집을 아직도 가지고 있음...)게임 시작부의 암호입력창에 캐릭터들이 손노리 제작자(어스토에도 나오는 그 대가리큰 캐릭^^)한테다가 "이렇게 번들로 내놓으면 정품구입자들은 어떻게하란 말이냐!"라고 항의하는 장면을 집어넣어서 나름 불만을 표출하기도 했었지요...
  • 위장효과 2010/06/07 08:17 #

    그리고 번들중 제일 기억에 남는 건 삭제판이긴 했어도 동급생2...(이건 어떻게 심의를 통과했을까???????)
  • 소시민 2010/06/07 19:54 #

    포가튼 사가는 피시파워진 번들로 나왔죠... 손노리는 그렇게 호소했지만 이후에도 '강철제국',

    '화이트데이','악튜러스'를 연달아 번들로 제공하게 되 안타까웠죠.

    동급생2는 일본보다 한참 늦게 나왔죠. 당시에 동급생2 발매를 두고 우리나라 심의도 보다 유연해

    졌다는 반응이 나왔습니다. 저도 동급생2를 번들로 준 피시게임메거진을 구입했습니다. 사실은

    서브 부록 '삼국연의 2'가 끌려서 그런거지 동급생2에는 별 관심 없었습니다.
  • BigTrain 2010/06/11 11:10 # 답글

    발더스 게이트 제공 당시의 충격이란..

    진짜, 누가 이겨도 미래는 없을 수밖에 없었던 레알 병림픽 of 병림픽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승리한 병신도, 패배한 병신도 없는. -_-
  • 소시민 2010/06/11 19:10 #

    전부 다 같이 망해버리게 만든 화려한 병림픽이었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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