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트 골드 책리뷰

화이트 골드화이트 골드 - 8점
가일스 밀턴 지음, 이충섭 옮김/생각의나무

근대 세계의 노예라면 흔히 아프리카 출신의 흑인 노예를 떠올릴 것이다. 이런 인식을 가진 대중들에게 근대에

는 흑인 노예 만이 아닌 백인 노예 역시 존재했다는 사실을 알리면 상당히 놀라운 반응이 나올지도 모르겠다.

영국의 대중 역사 저술가 가일스 밀턴의 저서 <화이트 골드>는 이러한 백인 노예를 다룬 책이다. 비록 맨드빌

의 <여행기>라는 소재 자체의 한계로 크게 인상적이지는 않았지만 나름 볼만했던 동일 저자의 <수수깨끼의 기사>

에 대한 호의적인 기억이 있어서 이 책도 볼만할듯 해 읽어보게 됬다.

17세기 초반 ~ 19세기 초반 북아프리카 이슬람계 '바르바리 해적'에게 나포되 지금의 모로코, 알제리에서 강제

노역을 해야했던 스페인, 프랑스, 영국 등 유럽 출신 백인 노예의 양상이라는 배경이 설명된뒤 18세기 초반 10

대 초반의 어린 나이에 나포된뒤 20여년 동안 모로코에서 노예 생활을 한 영국 출신 토머스 펠로우의 일대기를

상세하게 그려낸 책이다. 이런 개인의 사례를 중점적으로 그려낸 책은 사례의 기반이 되는 거시적인 배경을 그

리는데 소홀해질수 있다는 위험이 따르지만 책은 당시 모로코의 상황과 영국을 비롯한 백인 노예들의 본국 유럽

국가들의 대응 등 배경 묘사에도 신경을 써 이러한 위험성을 제거한다.

당시의 모습을 그린 그림과 노예들의 피와 땀을 통해 지어진 모로코 술탄의 궁전의 남아있는 모습을 담은 사진

등 시각 자료도 풍부하다. 뒷 부분 참고문헌 부분이 상당히 인상적이다. 대부분의 책은 참고문헌의 제목과 해

당 페이지 정도로만 정리하는데 비해 이 책의 참고문헌 부분은 '~를 알고 싶으면 ~ 책을 참고하라'라는 식의

친절한 설명으로 이루어져 있다. 가끔 확장된 내용을 간략하게 서술하기도 한다. 이를 통해 30P 분량의 참고

문헌 부분이 상당히 새롭게 보인다.

'바르바리' 해적에게 잡힌 백인들은 햇빛이 들어오지 않는 비좁고 비위생적인 공간에서 부족한 음식을 먹으며

연명한뒤 모로코, 알제리 등 북아프리카 일대로 흩어진다. 흩어진 백인 노예들은 온갖 궁전 공사 등 혹독한

노동에 시달려야 했으며 간간이 찾아오는 서양 사절단의 교섭을 통한 석방 기회, 혹은 목숨을 건 탈출을 통해

서만 고통에서 빠져나올수 있었다. 그렇지 못하면 죽을 때까지 수십년 동안 노예 생활이라는 지옥을 인내해야

만 한다.

게다가 당시 모로코는 물라이 이스마일이라는 잔혹한 군주의 지배하에 있었다. 서양 사신을 맞이할 때 죄인을

처형한다던지 수틀리면 바로 그 자리에서 신하의 목을 베어버리는 등의 잔인성과 예측불허의 변덕, 크고 화려

한 궁전을 지을려는 야욕 등의 이스마일의 면모가 묘사된 책의 서술을 보면 전제군주정이 사라진 현대에 살고

있다는게 정말 다행이다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영국인 노예가 석방되려는 움직임에 노동 강도 상승을 우려한

스페인 출신 노예들이 격렬히 반대한다든지, 석방된 영국인 노예들을 노예 시절 입었던 다 헐어진 옷을 그대로

입히고 가두 행진을 벌이게 함으로 자신들의 통치가 모로코에 비해 나음을 대중에게 인식시킬려는 영국 지배층

의 모습이라든지, 백인 노예의 참혹함에 분노하면서도 정작 흑인 노예의 현실에는 눈을 감은 당대 영국인의 인

식이라든지 여러 씁쓸한 당대의 한 단면 또한 잘 드러난다.

결국 북아프리카의 백인 노예는 19세기 초반 영국의 무력 행사로 종말을 고하게 된다. 가일스 밀턴은 방대한

자료 수집을 통해 수세기 동안 분명히 존재했던 백인 노예의 실상을 현대인들에게 성공적으로 전했다. 읽는 재

미가 훌륭하지만 동시에 이러한 야만이 다시는 반복되어서는 안된다는 경고가 내포되 있기도 한 책이다.
http://costa.egloos.com2010-05-27T02:06:190.3810

덧글

  • StarSeeker 2010/05/27 11:36 # 답글

    오스만 트루크의 예리체니들도 트루크 병사들에게 의해 납치되어 키워진 유럽계 민족들이었지요... -_-; 다행인건 일반 노예들에 비해 대우는 좋았다고 하니...

    노예라고 보기에는 약간 거리가 있지만 넬슨 시대때 영해군은 병력을 충원 할 방법이 없어서, 자국 해안의 국민들을 강제 징집(...) 하기도 했었구요...
  • 위장효과 2010/05/28 09:19 #

    그것도 발칸 반도의 기독교계 가정에서 징용해서 이슬람 전사로 키워냈지요. 그걸 보고 어느 역사학자는 "야생 맹수를 길들여서 번견으로 쓰는 유목민족 특유의 경험이 인간 번견도 그렇게 키우는 법을 고안해냈다."라고 했었죠.
    원조인 아랍계 이슬람 왕조들보다는 어째 나중 편입된 민족계통 왕조에서 노예군사들을 더 잘 쓴 거 같습니다. 셀주크 투르크에도 노예군단이 있었고, 나중에는 아예 노예 왕조가 들어서기도 했고, 사파비 페르시아 제국에서도 노예군단이 최정예병이었고.
  • 소시민 2010/05/28 23:13 #

    StarSeeker님// 저도 해상 팽창기 영국에서 거의 반강제로 도시의 젊은이들을 선원으로 모집했다

    는 얘기를 들은적이 있습니다.

    위장효과님// 지난번에 이어 이번에도 확장된 정보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
  • 들꽃향기 2010/05/27 19:04 # 답글

    개인적으로 재미있게 보았던 기억이 나네요. ㅎㅎ 특히 언급하신 "영국인 노예가 석방되려는 움직임에 노동 강도 상승을 우려한 스페인 출신 노예들이 격렬히 반대한다든지,"의 부분은 저도 보고 많이 놀랐습니다. ㄷㄷ

    이 작가가 혹시 기회가 된다면, 원조 '화이트 골드의 역사'...즉 크림과 달마티아를 통한 슬라브계 노예의 역사를 보다 심층적으로 다뤄줬으면 하는 기대가 있습니다. ㅎ.ㅎ;;

  • 소시민 2010/05/28 23:13 #

    슬라브계 노예라 그 쪽에도 관심이 생기네요. 저 역시 가일스 밀턴이 해당 주제를 다룬 책을

    내놓길 바랍니다.
  • Mr 스노우 2010/05/27 23:00 # 답글

    저도 매우 흥미롭게 읽었던 책입니다 ^^
  • 소시민 2010/05/28 23:13 #

    볼만한 책이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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