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인이 여태까지 봐온 사극에 대한 기억 (2) 사극 관련

본인이 여태까지 봐온 사극에 대한 기억 (1)

용의 눈물 등 90년대 중후반을 풍미한 사극들에 대한 기억을 담은 저번 글에 이어

1. 태조 왕건

새천년의 봄에 시작한 KBS 고려시대 사극 시리즈의 첫 작품이다. 통일 신라 말기 궁예와 견훤이 궐기할때부터

고려의 후삼국 통일까지 50여년에 가까운 세월을 200화라는 방대한 분량의 드라마로 그려냈다.

200화라고는 하지만 정작 중요한 후백제 멸망과 그로 인한 후삼국 통일은 마지막 3 ~ 4회 분량으로 급히 끝냈다

는 느낌을 주었다. 덕분에 왕건의 죽음도 다루어지지 못한걸로 기억한다. (...) 개인적으로는 작품 내내 보여진

궁인 혹은 장수 들의 늘어지는 별 내용 없는 대화들만 줄여도 충분히 후반부도 밀도 있게 진행될 수 있을거라는

생각도 든다. 예전에 자중자애님도 지적했듯이 'A란 말이지 A가 그렇다지 암 A야 말로' 식의 대사 스타일 역시

호오가 엇갈릴듯 하다. 본인은 그 자체로는 나쁘진 않았지만 은근히 이런 부분에서도 불필요한 시간을 잡아 먹었

다는 생각 또한 든다.

배우들의 연기와 등장인물의 캐릭터성이 두드러지게 나타난 작품이다. 특히 김영철씨가 연기한 '궁예'는 상당히

큰 인상을 남겼고 지금까지도 인상적인 사극 캐릭터 중 하나로 회자되고 있는것으로 안다.

궁포스.jpg


나름 이상으로 가득찬 젊은 시절의 모습에서 점차 관심법 등의 장치와 철퇴 즉결 처형과 같은 공포 분위기 조성으로

신료들과 백성들에게서 폭군으로 불리게 되었으며 결국 '의형제' 왕건이 주도한 정변으로 최후를 맞이한 드라마틱한

그의 인생이 드라마를 통해 나타났다. 가끔씩 나타나는 궁예의 광기어린 난동에 웃음이 나오기도 했지만 생각해보면

그 역시 권좌에 고립된 불행한 영혼 중 하나가 아닌가 싶어 연민이 가기도 한다.

그 밖에도 김하균씨가 연기한 태평 군사(무려 이 분이 나주 공략에서 '동남풍'을 불게 한 장면이 당시 한 에어컨 CF에

도 활용됬다!)와 아들 견훤에 대한 분노와 코믹한 모습을 동시에 소화해낸 김성겸씨가 연기한 아자개, 촉망받는 당나라

유학생 출신으로 초지일관 중립적인 자세를 유지하다 결국 비참한 최후를 맞이한 전무송 씨가 연기한 후백제의 책사

최승우, 독특한 발음을 통한 코믹 연기를 보인 이계인 씨가 연기한 애술(무려 박술희의 라이벌)도 인상적이었다.

왕건, 유금필, 신숭겸, 박술희 의형제 설정과 잦은 복병 활용, 위에도 언급한 '동남풍'(...) 등 삼국지에서 영감을 받은

듯한 장면들도 이따금 보였다.

중학교 시절 상당히 재미있게 본 작품이지만 분량 배분이 잘 이루어졌으면 더 좋았을거라는 아쉬움이 아직까지 남아

있다. 

2. 제국의 아침, 무인시대, 명성황후

태조 왕건이 종영된 뒤 후속작으로 왕건의 아들 광종 시기를 다룬 '제국의 아침'이 방영됬다. 왕건의 죽음 직후를 다룬

드라마라 박술희, 최지몽, 박영규, 왕식렴 등 '태조 왕건'에서도 등장한 인물들이 대거 나오는데 '태조 왕건'에 등장했던

모습과는 판이하게 달라 상당한 위화감이 들었다. 특히 '태조 왕건'에서 코믹한 이미지를 보였던 박술희가 '제국의 아침'

에서는 노회하고 진중한 이미지로 나타나고 '태조 왕건'에서 착실한 이미지를 보였던 왕식렴이 '제국의 아침'에서는 강

한 야심을 드러내는 인물로 나타나는건 정말 적응이 안됬다. 가장 큰 것은 '태조 왕건'에서는 나름 괜찮은 이미지를

보였던 혜종이 '제국의 아침'에서는 아버지의 위독함에 질질 눈물을 흘리는 나약한 모습으로 나타난것 (...)

결국 이 떄문에서인지 얼마 안 지나 보지 않게 됬다. 다른 시청자들의 호응도 별로 였는지 원래 계획보다 조기 종영됬다.

'제국의 아침'이 종영되고 정중부, 경대승, 이의민, 최충헌으로 이어지는 고려 무신집권기를 다룬 '무인시대'가 방영

됬다. 이 작품 역시 보다 말다를 반복해 큰 흐름을 잡을 수는 없지만 정중부의 아들 정균을 연기한 이민우씨의 표독한 

표정과 드라마의 마지막을 장식한 임종 직전의 최충헌을 젊은 시절의 최충헌이 꾸짖는 장면은 지금도 어렴풋이 기억에 

난다.

2001 ~ 2002 년 사이 KBS 2TV에서 방영한 명성황후는 예기치 못한 사정으로 명성황후를 맡은 배우가 이미연씨에서

최명길씨로 교체 된 것 외에는 별 기억이 나지 않는다. 최근 모 케이블 채널에서 방영하는걸 우연히 발견해 잠깐 봤

는데 무려 손탁이 한국어를 쓴다는데에서 흠좀무였다. 보아하니 배우도 한국분인것 같은데...

2000년대 중반부터 지금까지의 사극은 다음에 다루겠다.

덧글

  • 어릿광대 2010/04/17 22:17 # 답글

    태조왕건 후반기때였나요 그때 질질끌었던 사극이었던것으로 기억합니다..
    그러고보니 견훤 흉내를 잘 내던 같은반 남자애가 기억나네요... 어쩌나 흉내잘내던지..
  • 소시민 2010/04/18 23:43 #

    그런 불필요한 장면들만 쳐냈어도 매우 중요한 후백제 멸망 부분을 졸속으로 다루는 결과는

    나오지 않았겠죠.

    견훤 흉내라면... 본문에 언급된 'A란 말이지 A가 그렇다지 암 A야 말로'를 말씀하시는 것인지요?
  • 어릿광대 2010/04/19 06:40 #

    예로 들면 "수달이가 죽었어...."가 상당히 흉내를 잘냈던 기억이 나네요..
    나머지 대사들도 꽤 흉내잘냈던거 같은데 기억이 안나네요 ㅎㅎ
  • 을파소 2010/04/17 22:18 # 답글

    무인시대까지는 그나마 역사를 크게 훼손하지 않으려 한 편이었죠. 가공인물인 두두을도 나중에 해설로 실제 고려사에 나온 두두을 얘기를 하면서 그걸 모티브로 만든 인물이란 걸 사실상 밝혔고...

    그리고, 그 후속작에서 모두를 놀라게 한 명대사, "좋다, 내 저들을 베고 도성을 칠 것이다!"가 나왔죠.
  • 소시민 2010/04/18 23:45 #

    그 후속작이라면 '불X의 X순X'을 말씀하시는 것이군요. 다행히 저는 보지 않았습니다 (응?)

    확실히 많은 분들이 그때를 막장 사극이 범람하기 시작한 때로 보시더군요.
  • 들꽃향기 2010/04/17 22:41 # 답글

    태조 왕건은 사실상 궁예전으로 인식되었다는 점에서, 수양제전이 되어버린 환개소문이나, 설인귀전이 되어버린 대조영의 선구적 사극(?)이 아니었을까 하는 망상(?)이 듭니다.
  • 소시민 2010/04/18 23:47 #

    궁예가 죽으니 한동안 매우 허전해었던 기억이 납니다. 그만큼 강력한 인상을 준 캐릭터죠

    '대조영'의 설인귀는 실제보다 훨씬 오래 살아 극 전체에 나타났지만 궁예 만큼의 존재감을

    보이지는 못했죠...
  • Mr 스노우 2010/04/17 23:01 # 답글

    태조 왕건... 그 반복되는 괴상한 대사들이 저는 개인적으로 처음에는 잘 몰랐는데, 초지일관 그런식이니 후반부에는 다소 짜증이 나기도 했습니다. 작전회의도 별 의미없는 대사들의 나열에 불과했지요. 게다가 캐릭터들도 특히 왕건측 진영은 매우 평면적이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 소시민 2010/04/18 23:50 #

    궁중 여인들의 대화도 정말 의미없는 발언들로 가득찼었죠... 이런것들만 잘 쳐냈어도 서둘러

    끝낸 듯한 결말이 좀더 풍성해졌을거라 생각합니다. 확실히 몇 몇 등장인물들에선 그저 숫자

    채우기에 불과한듯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 oldman 2010/04/18 00:21 # 답글

    개인적으로는 무인시대가 정통사극의 마지막 작품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리고 태조 왕건이 한창 인기를 끌때 군복무 중이라 제대로 챙겨보지 못한 것이 참 아쉽습니다.
  • 소시민 2010/04/18 23:51 #

    네 많은 분들이 그때를 정통사극과 막장사극의 경계점으로 보시더군요.

  • 아롱쿠스 2010/04/22 22:23 #

    전 태조왕건을 1,2회만 보고 군대갔죠~
  • 타자와 2010/04/22 21:15 # 답글

    태조왕건의 후속작이 불멸의 이순신이었나요?

    분명 불멸의 이순신의 경우에는 대조영이 끝난 다음에 방영을 했던것으로 기억합니다.

    그리고 대조영 때부터 슬슬 막장사극의 기미가 보였지요. 너무 오래끈 감도 있었구요.

    그래도 불멸의 이순신의 경우에는 그나마 정통사극쪽에도 통한다고 생각하구요. 용의 눈물에 비해서 방영기간이 짧지만 많은 매니아층을 가지고 있어요.

    아, 이렇게 쓰다보니까 생각났는데 왜 용의 눈물은 DVD로 안나오는 것일까요?

    역시 너무 오래되서 DVD로 하기 힘든가?
  • 소시민 2010/04/23 18:52 #

    불멸의 이순신은 2005년에, 대조영은 2006 ~ 2007년에 방영한 사극입니다.

    불멸의 이순신은 제가 보지 못해 잘 모르지만 주변 역사 블로거분들은 '원균명장론'등의 이유로

    매우 탐탁치 않게 생각하시더군요...

    저도 고전 사극의 DVD 발매가 활발히 이루어지기 바랍니다.
댓글 입력 영역



메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