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의 세계일주 책리뷰

최초의 세계 일주최초의 세계 일주 - 8점
안토니오 피가페타 지음, 박종욱 옮김/바움

16세기 초 페르디난드 마젤란의 세계일주항로 개척은(비록 본인은 도중에 사망했지만) 세계사의 중요한 지점

중 하나다. 이 항해에 참가한 이탈리아 출신 인물 안토니오 피가페타는 항해일지를 작성해 카를로스 1세 국왕

이게 바쳤다. 그 항해일지의 사본이 지금까지 남아 국내에 <최초의 세계일주>라는 이름의 책으로 소개됬다.

세계사의 주요 순간을 직접 경험한 당대인의 생생한 기록을 보고 싶어 찾아 읽어 보게 됬다.

향신료가 풍부한 몰루카 제도로 통하는 동쪽 항로를 개척하기 위한 목적으로 시작된 세계일주 항해 중 거친

지금의 브라질, 아르헨티나 일대의 남미 해안, 마젤란 해협, 필리핀 제도, 몰루타 제도 등에서 벌어진 사건과

지역 원주민의 풍습과 자연 환경에 대해 주로 서술된 기록이다. 태평양 항해는 너무 고요해서 그랬는지 그에

대해선 별 내용이 없다 (하긴 그렇지 않았다면 항해가 실패할 가능성이 매우 높아졌을 것이다.) 스페인에서

남미로 가는 항로인 대서양 항로, 몰루카 제도에서 스페인으로의 귀환길도 적게 다루어졌다. 기록의 60%는

필리핀 제도와 몰루카 제도에서 벌어진 일과 풍습을 다루었다고 보면 된다.

저자가 마젤란과 주로 친하게 지내고 다른 선원들과는 별 교류가 없었다는 주석이 있는데 그래서 그런지 마젤

란에 대한 호의적인 언급 외에는 다른 선원의 특성 소개와 대화 내용 언급은 전무하다. 심지어는 마젤란 사후

함대를 이끈 세바스티안 델 카노에 대한 언급도 거의 없다. 선상 생활에 대한 설명도 부족한 편이다. 이러한

점은 한 개인에 의해 쓰여진 1차 사료는 불완전 할수도 있으며 어떠한 실체를 완전히 규명하기 위해서는 한

가지 자료에만 의존해서는 안된다는 교훈을 준다. 중간에 현지인에게 들은 동물을 집어가는 커다란 새, 공기

를 통해 임신하고 남자 아기가 태어나면 죽이는 여성들만 사는 섬 등의 이야기는 문득 <동방견문록>을 보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당연히 이런 서술은 가려 읽어야 될것이다.

책에 서술된 16세기 초 필리핀 제도와 몰루카 제도는 여러 왕국이 난립하면서 나름대로의 문명을 일구어나가

고 있는 원주민들이 살고 있는 곳이다. 중요한 부위를 제외하곤 옷을 걸치지 않는 등 '현대 문명인'이 보기에

는 약간 발전되지 못한 양상도 보이지만 중국, 아랍 상인들과 교류하고 나름의 항해, 조선 지식으로 마젤란 함

대의 행동을 돕는 등의 어느 정도 발달된 측면이 나타나고 있다. 비록 막탄 섬의 전투에서 마젤란이 사망하는

등 일부 충돌이 있었지만 전반적으로 필리핀 제도와 몰루카 제도의 국왕들은 마젤란 함대에 호의적으로 대하고

스페인과의 교역에 관심을 나타낸다. 마젤란 사망 이전에 만난 필리핀 제도 일대의 국왕들은 기독교로 개종하

기도 했다. 물론 이는 나름의 이해 계산에서 나왔겠지만 필요하면 철제 갑옷과 함포 발사를 이용하고 당시 대

단했던 스페인의 위세를 과시함으로 위력을 보이는 마젤란 함대 보다는 상대적으로 순박해 보인다.

포르투갈 출신인 마젤란이 스페인으로 가게 된 배경 등을 설명한 서문과 정향, 육두구 같은 향신료에 대한 상세

한 설명과 어떤 사건에 휘말린 선원들의 명단을 기재하는 등 충실한 모습을 보이는 주석은 내용 이해에 상당한

도움이 된다. 항로가 그려진 지도와 사진, 그림 자료도 볼만하다. 단 세계일주항해에 쓰인 배의 구조도와 항해

중 거쳐간 장소들의 사진이 없는건 아쉬운 점이다.

몇 가지 아쉬운 점이 있지만 당대인의 생생한 기록이라는 점만으로도 충분히 가치가 있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http://costa.egloos.com2010-04-12T03:27:200.3810

덧글

  • 들꽃향기 2010/04/12 13:02 # 답글

    오호 이책이 번역되었었군요. ㄷㄷ
  • 소시민 2010/04/13 19:54 #

    번역된지 6년이 지났지만 별 관심이 없는듯해 안타깝습니다 ㅠㅠ
  • dunkbear 2010/04/12 14:11 # 답글

    사료로서의 가치가 더 큰 책이군요... ^^
  • 소시민 2010/04/13 19:55 #

    넵. 이 것만으로 모든걸 판단해서는 안되겠지만요.
  • Mr 스노우 2010/04/12 20:08 # 답글

    매우 귀중한 사료로군요. 코르테스의 보고서도 그렇고, 이런 책도 계속 나와주고 있어서 다행입니다.
  • 소시민 2010/04/13 19:55 #

    코르테스의 보고서도 국내에 번역 출간되었나 보군요 ++
  • Mr 스노우 2010/04/13 21:17 #

    코르테스의 멕시코 제국 정복기라는 제목으로 출간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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