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당깊은 집 책리뷰

마당깊은 집마당깊은 집 - 8점
김원일 지음/문학과지성사

역사의 거대한 흐름 속에서 한 개인과 주변 집단의 삶은 이에 자유로울 수 없다. 우리에게는 분단 고착화를

이끌어낸 한국 전쟁이 그 예 중 하나일 것이다. 그 시기 유년 시절을 보낸 소설가 김원일은 그 때의 기억을

<마당깊은 집>이라는 제목의 소설로 재구성했다.

전쟁 직후인 1954년 ~ 1955년 대구에서의 셋방 살이를 배경으로 하는 자전적 소설이다. 원래는 셋방을 옮겨

다니는 동안 따로 만난 피난민 가족들을 소설에서는 '마당깊은 집' 한 곳에 같이 사는 것으로 설정 하는 등

약간의 수정이 가해졌지만 전반적인 내용은 그 때의 실제 기억을 그대로 옮긴 것이다.

책을 읽다 보면 정말 그 시절을 직접 살지 않은게 다행이라는 생각이 자주 든다. 작품에 나타난 전쟁과 분단

이라는 참혹한 상처가 생생히 남아있는 시점에 닥쳐온 가난과 이를 이겨내기 위한 힘겨운 삶은 적어도 물질적

인 풍요로움은 보장된 현 시대룰 살아거는 젊은 세대에게는 큰 충격으로 다가올 것이다. 실업자와 부랑자가

들끓는 거리, 몇 달 동안 점심밥을 굶어야 했던 저자의 가정과 같은 가난한 모습 등등 현재로서는 상상도 가지

않는 풍경이다.

월북한 아버지의 역할까지 맡아야 했던 저자의 어머니는 혹독한 현실 속에서 생존하기 위해 냉철해질 수 밖에

없었다. 자상한 어머니가 필요할 나이인 주인공 13세 소년은 신문 배달, 장작 패기 등 강해지기 위해 필요하다

며 어머니가 부여한 일과 주인집의 밥을 얻어먹은 동생을 의존심이 커지면 안된다면 크게 혼내는 등의 어머니

의 엄격한 자식 훈육에 지쳐가면서 끝내는 가출까지 감행한다. 결국은 '자상한 어머니'의 모습으로 찾아온 어

머니에게로 다시 돌아가지만... 혹독한 사회적 환경은 무조건적으로 지켜져야 할 인간성까지 비틀어 놓는다.

근대 이전 유럽에서는 지독한 흉년이 있을때 아이들을 솥에 넣어 삶아 먹은 사례가 종종 발견된다고 하지 않는

가.

여하튼 저자는 신문배달을 통해 한주라는 믿음직스러운 친구를 만나는 등 많은 경험을 해나가면서 성장하게 된

다. 하지만 동시에 생존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선 정직과 성실 뿐만이 아닌 실력, 탐욕, 교활, 언변까지 갖춰야

만 한다는 세상살이의 어려움을 깨달았다는 점은 그러한 양상이 그 때 뿐만이 아닌 물질적으로 풍요로운 현재

에도 유효하다는 점에서 씁쓸하게 느껴졌다. 어느 때나 세상 살이는 힘든 것 같다.

사실 너무 서술이 평이한 편이라 큰 재미는 느끼지 못했다. 하지만 역사서의 건조한 서술로만 접해왔던 전후

사회를 생생하게 접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읽을만할 가치는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http://costa.egloos.com2010-03-31T03:31:140.3810

덧글

  • 초효 2010/03/31 13:13 # 답글

    MBC에서 예전에 드라마로도 만들었지요.
    마지막에 마당깊은 집에 살던 사람들 후기가 나오는데 다들 무난하게 잘 사시더군요.
    그 집이 재개발되어 아파트가 지어졌는데, 다들 그 아파트에 모여 산다고...^^(미군이랑 결혼 해서 미국 간 아가씨만 빼고...)
  • 소시민 2010/04/01 18:40 #

    소설에서도 의사가 된 평양댁 아들을 만나게 되 그 가족과 준호 아버지, 어머니의 근황을 알게되는

    장면이 나오죠. 안타까운 것 평양댁 장자 정태죠. 수십년간 옥중 생활을 하면서까지 믿어온 대상이

    실은 막장이라는게 명백히 밝혀졌으니까요.
  • 네비아찌 2010/03/31 14:27 # 답글

    저도 책보다 드라마로 먼저 접했었지요.
    후기에서 주인공 어머님이 나중에 잘 살게 된 후에도 가난에 한이 맺혀 끼니마다 고기반찬 드시다가 성인병으로 돌아가셨단 나레이션이 아직도 기억에 남네요.
  • 소시민 2010/04/01 18:42 #

    주인공 어머님은 정말 마음 고생이 심했을 겁니다. 자식들에게 험난한 세상을 견뎌나갈 힘을 길러

    주기 위해 눈물을 머금고 엄하게 나가는 경우가 많았으니까요. 어느 정도 사정이 좋아질때 좀 더

    오래사셨으면 좋을려만 그렇게 되 안타까웠습니다.
  • dunkbear 2010/03/31 15:50 # 답글

    70-80년대부터 태어난 이들에게는 죽어도 상상 못할 시절일 겁니다.
    그리고 절대 되풀이되서도 안되겠구요... 후우....
  • 소시민 2010/04/01 18:43 #

    네 이런 어려운 시절이 있었음을 분명히 기억해야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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