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시 신드롬 책리뷰

비시 신드롬비시 신드롬 - 8점
앙리 루소 지음, 이학수 옮김/휴머니스트

인터넷을 둘러 보다 보면 2차 대전 종전 후 벌어진 프랑스의 대독협력자 청산을 잘된 과거 청산으로 꼽는 글들을

종종 볼수 있다. 광복 후에도 요직을 차지한 우리 나라의 친일파들과는 달리 프랑스의 대독협력자들은 해방되자

마자 바로 처형되었다며 우리도 이처럼 청산을 했어야 한다는 내용이 대다수인데 대부분 피상적인 수준의 접근

으로 보여 좀더 자세한 정보를 알고 싶어졌다. 마침 <비시 신드롬>이라는 책을 발견해 이 책이 나름 도움이 될

듯 싶어 읽어봤다.

책은 비시 정부와 페탱 원수와 같은 나치 점령기의 '기억'이 책이 출간된 1980년대 후반까지의 전후 프랑스 사회

에 어떻게 남아 있고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주제로 삼는다. 역사 연구는 어떤 사건이 일어난 당시만이 아닌

그 사건이 이후에 어떻게 인식되어왔고 시대에 따라 그러한 인식이 어떻게 변화해왔는지까지를 다루어야 한다

는 인식에서 나왔다고 하는데 나름 의미있는 접근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나치 점령기의 대독협력자와 레지스탕스의 양상과 해방 직후의 대독협력자 청산에 대해 자세히 알고

싶은 독자에게는 이 책은 그리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또한 상당히 학술적인 주제의식과 서술로 이루어졌기

때문에 비전공자에게는 상당히 난해하게 느껴진다. 본인도 책을 읽어나가는게 상당히 힘들어서 책을 완전히

이해했다고는 할수 없어 아쉬웠다. 이후에 내공이 좀 더 쌓인다면 다시 읽어봐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책에 나타난 몇 몇 팩트를 통해 프랑스 역시 과거 청산과 그 유산에서 자유롭지 못했다는건 분명히 알 수

있었다. 경제를 재가동 시켜야 했기 때문에 대기업 간부들은 상대적으로 대독 협력에 대한 유죄 판결을 피할 수

있었으며 드골 대통령 시기에 레지스탕스는 신화화 됬지만 정작 레지스탕스 출신은 정계에 잘 진출하지 못했고

승전 기념 공휴일이 폐지되거나 예산안에서 유공자 기금이 사라진 일 등은 레지스탕스 출신 인사들을 분노케

했다. (결국 이 두 조치들은 원래대로 회복됨으로 사라졌지만) 또한 에르상의 대독협력 전적을 좌파측 국회의원

후보로 출마했을 때는 우파가 공격했고 이후 언론 재벌이 됬을때는 좌파가 비판하는 양상 등 정치적인 공세로

과거문제가 활용됬으며 1983년 실시된 여론 조사에서 나치강점기를 경험한 노년층이 젊은 층보다 페탱 원수에

대해 관용을 베푸는데 찬성하는 비율이 더 높았고 70년대 초 역사와 지리 교사 임용 시험에서 응시자들이 나치

강점기를 다룬 부분에서 나쁜 점수를 받는 경향 또한 발견됬다.

물론 과거 청산은 필요하다. 하지만 이는 단순한 '무조건 적인 처형'으로만 밀고 나가기에는 너무나 복잡한 현

상이다. 모범적인 과거 청산 국가로 자주 언급되는 프랑스 조차도 이와 같은 난맥상과 후유증을 겪지 않았는가.

어려운 책이긴 하지만 최소한 과거 청산이 얼마나 어려운 일이고 그러므로 신중하게 추진되어야 한다는 교훈은

분명히 얻을 수 있을 것이다.


http://costa.egloos.com2010-02-17T03:26:470.3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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