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강의 소용돌이에서 살아남기 책리뷰

열강의 소용돌이에서 살아남기열강의 소용돌이에서 살아남기 - 8점
박노자, 허동현 지음/푸른역사

1. 2년 전 쯤에 <우리 역사 최전선>이라는 책을 접한 적이 있었다. 상당한 세월이 지난지라 책에 대한 기억은

희미해졌지만 서간을 통한 박노자와 허동현의 한국 근대사 토론은 꽤 볼만했다. 그래서 청(중국), 일본, 미국,

러시아라는 열강의 침투에 나라를 보전해야 하는 책무를 가진 구한말 사람들의 열강관과 이러한 네 강대국의

영향이 지금까지도 크게 작용하는 우리 현실에 100여년 전 구한말의 경험을 어떻게 적용시킬수 있을까에 대해

박노자와 허동현이 논쟁한 내용이 담긴 <열강의 소용돌이에서 살아남기>라는 책 또한 상당히 기대되 이번에

읽어보게 됬다.

2. <우리 역사 최전선>과 마찬가지로 이 책은 특정한 주제에 대한 박노자의 서신과 이에 답하는 허동현의 서신

으로 이루어진 장들로 구성됬다. 위에 언급한 4개 강대국에 대한 내용이 각 각의 장을 이루어 총 4장으로 책이

구성된다. 저자들이 한 자리에 모여 실시간으로 논쟁을 벌이는 양상이 아니기 때문에 부제의 '지상격론'이라는

문구를 기대하고 책을 접한 독자에겐 실망스럽게 느껴질 것이다. 각 장의 끝 부분에는 두 저자의 원고를 미리

받아 본 독자에게서 나온 의문을 편집진이 저자들에게 전달하고 이에 저자들이 답하는 일종의 보론이 수록되

이해에 도움이 된다.

3. 책 끝부분에는 부록으로 윤치호, 유길준 등의 구한말 시기 인물들의 대열강관이 담긴 원문이 수록됬다. 당

대인들의 시점에서 바라본 내용이니 가치는 충분하지만 두 가지 편집 상의 아쉬운 점이 있다. 원문의 한문 혹

은 고대 한글 표기가 현대 한글 풀이 없이 그대로 실렸는데 이는 전공자에게는 큰 문제는 안되겠지만 책이 전

반적으로 대중교양서 수준의 레벨인 것을 생각하면 현대 한글 풀이가 없다는 점은 상당히 불친절하다고 느껴진

다. 두번째 편집 상 아쉬운 점은 당대인들의 대러시아관을 보여주는 원문들에선 첫번째 것 외에는 주해를 찾아

볼 수 없다는 것이다. 다른 국가들에 대한 원문에서는 주해를 달아놨으면서 왜 러시아 관련 원문에는 주해가 없

는지 이해가 안간다.

4. 구한말 시기의 한반도를 둘려싼 4곳의 강대국 구도가 100여년이 지난 현재까지 이어졌기 때문에 구한말의

열강관에서 얻을 수 있는 교훈을 현재의 열강관에 접목하고자 하는 관점은 분명 중요하고 책 서문에서도 이러

한 의도에서 책을 기획했다고 말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 책에서는 구한말의 대열강관 뿐만 아니라 현재

우리가 가져야할 열강관에 대한 저자들의 의견 또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한다. 오히려 몇 몇 부분에선 구한말

시기 보다는 현재의 양상을 더욱 강조해 서술하는듯한 느낌까지 들게 한다. 그렇게 많지 않는 분량 (부록 제외

하고 280P 가량)에 과거와 현재를 모두 다룰려 하다보니 내용의 깊이가 얕아졌다는 생각이 든다. 심화된 사실

을 접해보고 싶은 이에게는 성이 차지 않을 것이다.

5. <우리역사 최전선>에서는 허동현이 보수적 입장을 대표한다고 했지만 정작 책을 읽어보니 현실적 한계를 지

적하지만 진보적 이상 자체에는 공감하는 인물임을 확인할 수 있었던 기억이 난다. 즉 조X동, 한X라X 같은 '보

수'와는 다른 인물이다. 이 책에서는 허동현을 '민족주의적 시민주의자'라 표현하는데 단순한 진보 보수 구분

보다는 확실히 그의 정체성을 규정하는 적합한 표현이라고 본다. 민족주의를 넘어 세계시민사회를 이루어야 한

다는 진보적인 관점을 가지면서도 '악의 제국' 미국이라는 박노자의 대미 인식에 마이클 무어, 노엄 촘스키 등

을 거론하면서 부정적으로만 미국을 바라볼 수는 없다고 지적하는 등 유연하고 현실적인 인식도 마음에 든다.

하지만 이미 유럽권 국가들이 해상팽창을 적극적으로 추진했기 때문에 여러 나라와의 통상을 주장한 북학론이

그렇게 대단한 것은 아니라는 허동현의 주장은 받아들이기 힘들다. 한 사상의 가치는 일단 그 사상이 나온 사회

내에서 평가해야 하는게 아닐까?

박노자는 다른 자신의 저서에서도 말했듯이 이 책에서도 민족보다는 계급적 관점에서 역사를 인식하는게 중요,

'악의 제국'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의 제국주의적 행동도 경꼐하지만 일단은 미국보다는 덜 위험하다고 박

노자는 인식한다.), 사회진화론에 경도되고 민중의 안위는 생각하지 않은 개화파의 한계 등을 강조하고 있다.

이따금씩 책에서 구한말의 실패는 열강간의 관계를 넘어서 유교적인 애민정신마저 발휘하지 못한 고종과 개화

파의 내치에서의 무능을 지적하는데 자칫 망국의 원인을 외교적인 실패에서만 바라볼 수 있는 쏠림을 정정한다

는 점에서 의미있는 자세라 생각한다.

6. 구한말 시기의 우리 선조의 열강관을 심층적으로 살펴보고 싶은 고급 독자에게는 이 책은 시시해 보일지 모

른다. 하지만 이러한 주제에 관심을 가지지 시작한 초보자에게 이 책은 흥미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도입서로서

의 역할을 충분히 할 수 있을 것이다.
http://costa.egloos.com2010-01-22T05:26:380.3810

덧글

  • dunkbear 2010/01/22 16:08 # 답글

    미국의 존재 자체를 선/악으로 규정하는 것부터 좀 문제 있는게 아닌가 봅니다만...

    아무튼 말씀처럼 깊이는 부족해도 대중입문서로는 좋은 책 같습니다. 리뷰 잘 봤어요. ^^
  • 소시민 2010/01/23 19:04 #

    박노자씨 본인도 미국의 체제는 미워해도 미국의 선량한 시민들까지 싸잡아 악으로

    몰지는 않죠...

    글을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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