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구의 비서구권 침략에 대한 분노은 이해가 되지만 이런 식의 비난은 좀 그렇다. 책에 관한 여러 잡다한 것들

... 린드크비스트의 논리에 맞춰 유럽의 '진짜 역사'를 복원해 보면 대충 다음과 같다. 15 ~ 16 세기까지만 해도 

유럽은 이슬람 문명을 중심으로 한 지중해, 중동 국제체제의 후진적이며 가난한 주변부에 지나지 않았다 ...

종교, 문화 교류 분야에서도 영국의 식민지였던 인도에서 기독교가 누린 인기보다 영국에서의 인도 철학과 종교

에 기울인 관심이 훨씬 더 높았다는 사실만 봐도 유럽의 문화적 열등성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18세기 계몽철학

을 대표했던 볼테르가 극동의 유교를 '가장 합리적인 세계관'이자 '기독교를 대체할 수 있는 가장 효율적인 대안'

이라고 생각해 예수의 성상 대신 공자의 초상화를 걸어놓고 아침마다 예를 드렸다는 일화는 그 당시 유럽과 극동

의 관계를 잘 보여준다 ...

                                                                                <좌우는 있어도 위아래는 없다> 박노자 91 ~ 92 P

스웨덴의 문화비평가 스벤 린드크비스트의 저서 <놈들을 모조리 섬멸해 버려라>라는 책을 소개함으로 근대 유럽

의 야만적인 비유럽권 문명 침략을 비판하는 내용인데 한가지 마음에 걸리는 것은 '후진적이며 가난한 주변부에

지나지 않은 유럽', '유럽의 문화적 열등성'이라는 부분이다. 

본인의 내공이 부족하기 때문에 구체적으로 지적하긴 힘들지만 아무리 서구의 오리엔탈리즘이 심하다해도, 근대

이전 비서구 문명이 서구보다 발달한 부분이 분명 있었던게 사실이라고 해도 19세기 이전 유럽문명에 '열등한', 

' ~ 에 지나지 않는' 수사법 사용은 지나쳤다는 느낌이 든다. 

일정한 발전 수준에 상관없이 모든 문명은 고유의 가치를 지녔기 때문에 다른 문명을 ' ~ 에 지나지 않는다'라고

강하게 단정짓는것은 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언급한 사례들도 그렇게 단정짓기에는 수가 적으며 대표성도 부족

하다고 느껴진다. 볼테르 한 명의 예라면 극동 명나라 쪽에도 기독교로 개종하고 서양 기하학에 관심을 기울인 

서광계의 예로 맞받을수 있지 않나 싶다.

암흑기라고 인식되는 서양 중세에도 대학, 기사도 문학, 스테인드글라스 같은 주목할만할 고유의 문화가 존재했고 

19세기 이전 유럽에 등장한 민권 사상은 인류 역사 시작 때부터 이어진 억압적인 전제지배체제를 붕괴시켰다 (물론

아직까지도 그 이상이 완전히 이루어진것은 아니지만) 이런 사례를 봤을 때 19세기 이전 서양의 문화가 동양에 비

해 무조건적으로 수준이 낮았다라고 쓰는것은 불합리하다고 느껴진다.

물론 유럽의 비유럽권 문명에 대해 행한 악행들은 철저히 비판받아야 마땅하다. 하지만 그렇다고 '너희가 한것을

그대로 되돌려 주마'식의 비난을 한다면 이러한 악순환이 계속 이어질뿐이라고 생각한다.

덧글

  • 위장효과 2009/12/25 12:05 # 답글

    그것보단 박노자씨도 러시아 출신이라는 한계때문이 아닐까요. 러시아의 역사도 사실 유럽과의 대립-유럽으로의 편입 노력으로 점철된 비서구문명사의 대표적인 한 예이고, 러시아 문명 자체가 그 기원인 동방 정교라든가 몽고의 지배이후 형성된 특유의 독재체제등 비서구적 특징을 지니고 있으니 말입니다.
  • 소시민 2009/12/26 20:09 #

    일단 박노자씨는 러시아도 그 서구 침략자 중 하나라고 여기는듯 합니다.
  • 그건 2009/12/25 22:38 # 삭제 답글

    저런식의 평가는 박노자씨만의 수사법에 문제가 아니라 90년대 이미 유행한 오리엔탈리즘에서도 비슷한 주장을 이미 하였고 그 영향을 받은 서구의 오리엔탈리즘 뿌리에 대한 평가의 일반적인 내용 아닌가요?
  • 소시민 2009/12/26 20:14 #

    물론 박노자씨만의 수사법은 아니겠지만 그렇다고 일리있는 평가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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