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 평안은 없다 책리뷰

더 이상 평안은 없다더 이상 평안은 없다 - 8점
치누아 아체베 지음, 이소영 옮김, 브루스 오노브락페야 그림/민음사

1. 반여년 전에 읽은 나이지리아 출신 작가 치누아 아체베의 소설 <모든 것이 산산이 부서지다>는 우무오피아

마을의 전통 사회가 서구 제국주의의 침투로 무너지는 모습을 그려낸 작품이었다. 서구 제국주의의 야만성을

느끼고 해설을 보던중 작가가 <더 이상 평안은 없다>, <신의 화살>, <민중의 사람>등의 소설을 연이어 내면서

식민지 시대의 나이지리아 역사를 기록해냈다는 문구에 관심이 갔다. 특히 <더 이상 평안은 없다>는 식민지와

독립국 사이의 과도기인 1950년대의 나이지리아를 다룬다 해 흥미가 생겨 읽어보게 되었다.

2. 주인공 오비 오콩코는 조국을 번영하고 깨끗한 나라로 만들고자 하는 포부를 가진 영국 유학을 다녀온 젊은

엘리트다. 오비의 대사와 자신이 직접 지은 시를 통해 나이지리아라는 국가와 우무오피아라는 자신의 태어난 마

을에 대한 자부심 또한 강하다. 하지만 오비의 패기는 시일이 지날수록 거대한 사회의 장벽에 막혀 작아지고 결

국 스러지게 된다.

3. 이전에 어느 책에서 조선 시대에 관직을 얻은 사람은 여러 촌수의 친족들까지 가문의 생계를 책임져야 한다

는 의무감을 가졌는데 정당한 봉록만으로는 이를 충족시키기에 부족해 이로 인해 관리들의 부정부패가 심화됬

다는 내용을 본적이 있었다. 오비의 좌절 또한 여기서 기인한게 크다. 오비의 영국 유학에 필요한 금액은 고향

인 우무오피아 전체의 노력으로 마련된 것이고 이는 '이전엔 백인들 만이 있을 수 있는 자리'에 오비가 진출함

으로 고향에 헌신할 수 있을거라는 기대감에서 나온 것이다.

3. <모든것이 산산이 부서지다>에서 나타나듯이 오비의 할아버지 등 우무오피아 사람들은 서구의 침투에 맞서

자신들의 전통 사회를 지키려 했다. 하지만 이러한 움직임은 다른 피식민지들과 마찬가지로 실패로 들어가고

수십년 뒤 오비가 활동한 시기에는 서구의 문물을 상당히 많이 받아들인 양상을 보인다. 그렇다고 전통사회에

서 내려져 온 관념이 우무오피아 사람들 사이에서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오비의 불행의 가장 큰 원인은

여기서 나온다. 태초에 신이 정해주었다는 이유로 '오수'라는 집단을 상종도 하지 말아야 한다고 배척하는 인습

은 1950년 중반에도 건재했고 심지어 기독교도인 오비의 아버지조차 이를 따르는 모습을 보인다. (사실 오비의

아버지의 경우는 본인이 진지하게 그렇게 믿는다기 보다는 마을에 지배적으로 남아있는 관념을 거스르면 마을

의 구성원으로서 살아남기 힘들다는 현실적인 고려에서 나온것으로 보이지만) 서구의 자유롭고 합리적인 관념

체계를 가진 오비에게는 이해가 안되는 악습으로 보이지만 홀로는 마을 전체에 강하게 남아있는 인습을 넘기엔

너무나도 역부족이다.

4. <모든 것이 산산이 부서지다>에서도 가부장적 체제와 '오수'에 대한 차별 등 나이지리아 전통 사회의 부정적

인 면이 제시됬긴 했지만 여기서는 서구의 야만적인 제국주의적 침투에 대한 비판에 초점이 맞춰졌다. 반면

<더 이상 평안은 없다>에서는 나이지리아 사회 자체의 병폐에 초점을 맞추었다는 느낌이 든다. 오비의 영국인

상사 그린의 '난 나이지리아를 문명화 시키려 왔는데 나이지리아인들은 이에 부응하지 못한다!'라는 식의 말과

같은 식민주의적 편견이 가끔 드러나긴 하지만 말 그대로 가끔 등장하고 작품의 큰 줄거리에 큰 영향을 미치지

는 않는다. 사실 이러한 나이지리아 사회의 병폐는 식민 통치의 후유증이라고 해석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

만 이 작품은 그러한 배경에 대한 분석은 다루지 않는다. 어쨌든 당시 나이지리아의 문제점은 곧 출범할 독립국

가가 풀어나가야 할 난제였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소설이 나이지리아가 독립한 1960년에 발표됬다는 점

은 의미심장하게 느껴진다. 치누아 아체베는 새롭게 출발하는 조국이 풀어나가야할 숙제가 무엇인지를 이 작품을

통해 제시한게 아닐까?

5. 시대가 변화해서 그런지 이 작품에 등장하는 우무오피아의 고유어는 <모든 것이 산산이 부서지다>보다 확연

히 줄어들었다. 그래서 고유어에 대한 번역본의 뜻풀이도 따로 책 뒷편에 정리한 <모든 것이 산산이 부서지다>

와는 달리 처음 해당 단어가 등장한 페이지 하단의 주석으로 처리됬다. 이따금씩 등장하는 브루스 오노브락페야

의 흑백 판화 풍의 그림도 인상적이다.

6. '마침내 평안해진 마음'이라는 뜻을 지닌 이름을 가진 오비 오콩코는 끝내 '더 이상 평안은 없는' 상태로

전락했다. 부조리한 사회에 도전하다 그 사회의 높은 벽에 막혀 무너진 오비의 모습은 먼 동쪽 한국의 젊은이

들과도 겹친다. 물론 부차적으로는 많은 부분이 다르겠지만 젊은이들이 처음 가지던 꿈들이 '세상을 알면서'

무너지는 모습은 여기저기서 많이 목격되지 않는가. 오비의 좌절은 그만이 가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본인은

책을 읽고난 뒤 더욱더 씁쓸해졌다. 치누아 아체베의 다른 소설 <신의 화살>, <민중의 사람>도 하루 빨리 번

역되었으면 한다.
http://costa.egloos.com2009-12-12T06:54:430.3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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