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씨 451 책리뷰

화씨 451화씨 451 - 8점
레이 브래드버리 지음, 박상준 옮김/황금가지

1.<화씨 451>은 모든 책들이 불태워지는 미래 사회를 그린 소설로 <1984>, <멋진 신세계>, <우리들>과 함께 '디

스토피아' 소설의 대표적인 작품으로 꼽힌다. 그 명성은 예전부터 들어왔으나 이제서야 읽어보게 됬다.

2. 책은 진시황 치하의 고대 중국과 나치 치하의 독일 등 과거에도 불태워진 적이 여러번 있었다. 그래도 이 때

는 모든 책을 불태우지는 않았다. <화씨 451>에 그려진 미래 미국은 모든 책을 불태운다. 이런 파국에 이르게

된 배경은 권위적인 국가권력의 갑작스런 결정에서만 나온게 아니다. 영상 등 자극적인 다른 문화로 대중의

관심이 쏠리고 책은 갈수록 간소해져 그 깊이를 잃어버려 생명력을 잃어버린게 '책의 몰락'의 주원인으로

작품에서 설명된다.

3. 책이 금지된 사회의 사람들은 감정이 결핍되고 사고의 깊이는 얇아져 직선적이고 획일화되었으며 또한 단순하

다. 벽면 TV에 나오는 말초적인 화면에 빠져들고 너무 빨라 주변 간판이 보이지 않을 정도인 '제트카'를 타는 사

람들은 행복함을 느끼나 서로 간의 대화가 적고 공격적이며 제트카에서 내려 주변 자연 풍경을 둘러 보는 사람을

이상하게 여기는 등 책을 통해 기를 수 있는 지성과 감성을 상실했다. 이러한 사회 구성원의 모습은 다른 디스토

피아 소설에서도 공통적으로 나타난다. <멋진 신세계>의 시민들은 '소마'를 통해 행복을 느끼며 <우리들>에서 그

려진 사회에서는 감정은 치료해야할 질병으로 간주된다.

4. 그런데 <화씨 451>에는 거시적인 권위주위적인 권력의 실체, 즉 <1984>의 빅브라더 같은 존재가 드러나지 않

는다. 그래서인지 <화씨 451>의 음산한 배경은 다른 디스토피아 소설에 비해 상대적으로 미시적이고 제한적으로

느껴진다. 물론 냄새를 맡아 끝까지 '사상범'을 추격하는 사냥개와 같은 공포스러운 억압적인 기재는 존재하지만

거대한 권력에서 오는 공포라는 점에서는 아무래도 미약한게 사실이다.

5. 책을 불태우는 '방화수'인 주인공 몬태그의 각성은 너무 급작스럽게 이루어졌다는 느낌이 든다. 몬태그의 각

성이 이루어지는데 중요한 두 번의 큰 사건을 발견할 수 있기 때문에 근거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몬태그

의 각성에는 좀 더 숙성 과정이 필요한게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 아마 몬태그의 각성에 큰 영향을 미친 소녀

클라리세가 일찍 작품에서 퇴장한 것이 이런 아쉬움을 더 한게 아닌가 싶다. 클라리세는 일찍 퇴장하기에는 너무

나 강한 인상을 주는 캐릭터다. 많은 독자들이 저자에게 이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하는 편지를 보내고 트뤼포 감

곡의 영화와 희곡에서는 클라리세가 살아있는 것으로 설정된 것을 보면 본인 만의 아쉬움은 아닌 듯 하다. 각성

된 이후의 몬태그의 행동은 주도면밀함과는 거리가 멀고 너무 조급해 보여 별로 보기 좋지 않다. 몬태그는 그닥

매력적인 인물이 아니다.

6. 거대한 권력을 넘지 못하는 비극적인 결말을 보이는 대표 디스토피아 소설들과는 달리 이 작품의 결말은 희망

적인 편이다. 그런데 이를 가능케 한 결정적인 사건은 생각해볼 여지가 있다. 그렇게 파괴적인 사건으로만 억압

적인 사회체제를 무너뜨릴 수 있는가라는 점과 몬태그 일행의 자력이 아닌 다른 강력한 힘에 의하여 이루어졌다

는 점이다. 이는 우리 민족의 광복이 자력보다는 외세의 힘으로 일제가 패망함으로 이루어졌다는 한계가 연상된

다.

7. 저자의 후기와 인터뷰가 같이 수록되 있다. 이 중 주목할만한 부분은 저자는 표현의 자유를 강력하게 옹호한

다는 점이다. 이 와중에 여성단체와 같은 '소수자'에게 자신의 작품이 공격받은데 대해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기

도 해 어떤 리뷰에서는 이러한 저자의 태도가 불편했다는 언급도 보인다. 개인적으로는 저자의 태도는 '비판의

자유'는 '표현의 자유'까지 꺽을 수 없다는 생각에서 나왔다고 생각한다. 비판은 충분히 보장되어야 하지만 그렇

다고 표현을 아예 하지 말라는 요구는 받아 들일 수 없다는 것으로 본인도 이에 동의한다.

8. 깊은 사색의 기회를 제공하는 책과 빠르고 현란한 화면을 제공하는 영상은 모두 제 나름의 존재 가치를 가진

다고 생각한다. 어느 한 쪽이 사라지는 극단은 피해야 할 것이다. 아쉬운 점이 여러 있었지만 가치있는 작품임은

분명하다.
http://costa.egloos.com2009-10-28T01:21:270.3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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