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즈와 구더기 책리뷰

치즈와 구더기치즈와 구더기 - 8점
카를로 진즈부르그 지음, 김정하.유제분 옮김/문학과지성사

1. 이따금 씩 이런 생각을 한다. 과거에는 잘 알려진 위인들 뿐만이 아닌 이름 없는 일반 민중들도 살았는데 과

연 그 들은 어떤 존재였을까? 타임머신이 발명 되지 않는 이상은 그 들 개개인의 삶을 복원하는 것은 불가능한것

인가? 그 와중에 <치즈와 구더기>라는 책이 들어왔다. 집단 속의 '개인'에 초점을 맞추었다는 '미시사'를 다룬

대표적인 책이라는 문구에 관심이 생겨 읽어보게 됬다.

2. '치즈와 구더기'라는 제목은 이 어휘가 책의 내용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기 있기 때문에 책을 다 읽으면

나름 인상적인 느낌이 든다. 그런데 개인적으로는 처음 이 책의 제목을 볼때 과거 낙농업자들의 삶을 다룬 책인

줄 알았다. 처음 책을 접하는 사람에게 책의 주제를 함축해 보여줄만할 제목은 아닌듯 하다. 60P에 가까운 서문

과 본문 곳곳에 보이는 각주는 전공자에게는 주제에 대한 논의를 확장시킬 수 있는 발판으로 도움이 되나 일반

독자에게는 높은 벽으로 느껴질듯 하다. 역자는 이 책이 문학적인 기법을 도입함으로 자칫 건조해질 수 있는 역

사 서술에 활력을 불어넣었다고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그다지 문학적이라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3. 책에서 다루고 있는 인물은 16세기 후반 이탈리아 프리울리 지방에 살았던 방앗간 주인 메노키오다. 그는 '하

느님'은 신성 자체는 인정되어야 하나 공기 등으로 어디에나 존재하고 천사와 같은 이행할 존재가 있어야 그의

명령이 실현되는 등의 '한계' 또한 가지고 있다고 주장한다. 또한 예수와 마리아는 성스러운 존재가 아닌 한 인

간일 뿐이며 '하느님'을 비롯한 여러 존재들은 '하느님'의 창조로서 이루어진게 아닌 '치즈에서 구더기'가 나오

는 과정과 같이 '혼돈' 속에서 창조되었다고 말한다. 당시 신교의 확장에 경계심을 가지던 로마 교황청의 심기를

건드릴 만할 주장들이다.

4. 메노키오는 이러한 이론적인 '반기'에 이어 현세의 가톨릭 기득권에 도전하는 주장까지 내놓는다. <자본주의

역사 바로 알기>에 언급된 '겉으로는 이자를 반대했으면서도 실상은 자신들이 이자를 통해 재미를 본' 것 과 같

은 탐욕과 <거울에 비친 유럽>에서 언급된 '마녀사냥'으로 대변되는 농촌 토속신앙 탄압과 같은 카톨릭의 부끄러

운 모습은 메노키오에게 큰 분노를 안긴듯 하다. 메노키오는 교회의 의식을 간소화하고 개인 스스로가 신앙생활

을 할 수 있으니 사제는 존재하지 않아도 된다고 주장한다. 이는 교회에 대한 직접적인 도전으로서 교회가 메노

키오를 종교재판에 세우게 만든 직접적인 원인이 됬을 것이다. 또한 메노키오는 존 멘드빌의 <여행기>를 통해(얼

마 전 <여행기>의 내용의 진실했음을 입증하려는 저자의 노력이 담긴 가일스 밀턴의 <수수깨끼의 기사>를 읽어서

인지 이 부분은 꽤 흥미로웠다.) 기독교 문명권 밖의 '이교도'들도 나름의 문명화된 삶을 살고 있음을 깨닫고 그

들도 하느님의 가호를 받으며 동시에 그들의 풍습을 가지도록 보호받았다는 상대주의적인 주장을 내놓는다.

5. 메노키오의 이런 혁신적인 주장은 시대의 산물이며 교육의 결과라 할 수 있다. '종교개혁'으로 인해 교회의

절대성에 이견을 제시하는게 있을 수 있는 일이라는 인식이 생겼고 '인쇄술'로 인한 서적의 대량 보급으로 교회

의 권위에 도전하는 논리의 논거를 축적할 수 있게 됬다. 초보적인 수준이지만 메노키오는 공립 학교를 통해 라

틴어를 익혔기 때문에 대다수의 농민과는 달리 글을 읽고 쓸수가 있었다.

6. 심문 과정에서의 메노키오는 자신의 주장을 강하게 내세우지 않고 애써 돌려 자신을 변호하는 것으로 보이며

첫 심문에는 자신의 주장을 굽힐 것을 약속하고 풀러난다는 점에서 비굴해 보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메노키오는

자신의 소신을 끝내 버리지 못하고 15년 뒤 다시 체포 되 화형을 당한다. 죽음이라는 극한까지 감수했다는 점에

서 그의 주장에 대한 확신은 증명된게 아닐까. 사실 작은 한 개인이 집단과 권력의 거대한 폭압에 메노키오가 첫

심문에 보인 반응과 같은 모습을 보이는 것은 매우 자연스러울 것이다.

7. 메노키오는 프리울리의 농민들에게 자신의 주장을 설파했다. 하지만 이에 호응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역시

선구자는 외롭고 고독하다. 그래도 미약한 시작이 후대의 광영으로 발전하는 사례가 많은것 처럼 메노키오 사후

400여년이 흐른 지금 최소한 그 때와 같은 가톨릭의 오만과 부패는 많이 사라졌다. 메노키오와 같은 초기 희생자

가 없었다면 이와 같은 변화는 힘들었을듯 하다.

8. 개인적으로 여러 인물과 현상, 제도를 고찰한 책이라고 생각했기에 한 인물에 초점을 둔 서술은 조금 당혹스

러웠다. 이런 모습이라면 기존 위인전기적인 서술과 다를게 없다는 생각도 들었다. 이 분야에 관심을 계속 기울

이고 공부를 해온 전공자가 아니라면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완전히 이해하지 못할 것 같다는 느낌도 있다.

역시 열심히 공부해야겠다.
http://costa.egloos.com2009-10-23T03:15:030.3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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