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스트릭트9 (스포일러 있음) 영화


1. '국가대표 완전판' 이후 1달 만에 영화를 봤다. '디스트릭트9' 국내 보다 몇달 일찍 개봉한 미국에서 대히트

했고 시사회 등을 통해 개봉 전에 미리 접한 분들의 평도 호의적이라 들어 상당히 기대가 됬던 영화다. 그리고

'디스트릭트9'은 본인을 실망시키지 않았다. 올해 본 영화 중에선 '슬럼독 밀리어네어'와 함께 최고로 꼽을 수

있다.

2. SF 장르에 속한 영화인데 그렇다고 먼 미래 우주에 진출한 인류의 모습을 다루는 영화는 아니고 2010년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수도 요하네스버그라는 근 미래(그래봤자 내년이니 사실 상 현재라고 봐도 될 듯)의

모습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과문해서 그렇게 느껴진거라 생각되지만 이 작품에서 SF적 요소는 외계인과
 
그들의 무기뿐이라고 해도 크게 무리없을 듯 하다. 개인적으로는 이 영화는 외계인이라는 SF적 배경을 차용함

으로 현대 인간과 사회의 모습을 고찰한 영화라고 생각한다.

3. 이 영화의 액션은 '트랜스포머2'나 '터미네이터4'와 같은 화려함과 거대함을 가지지는 않는다. 하지만 작고

간결하면서도 관객들의 눈을 즐겁게 할만할 발랄한 (물론 이 결과물은 잔혹하지만 말이다.) 액션을 선보이고 

있기 때문에 아쉬울건 없다. '뼈와 살이 분리되는' 잔인한 장면들이 꽤 눈에 띄지만 순간적으로 등장하고 재빨리

다른 장면으로 넘어가기 때문에 큰 부담은 없었다. 현대의 모습을 그대로 담았기 때문에 제작진의 창조력이 발휘될

화면은 외계인의 UFO와 무기 정도로 상당히 적은 편이다. 하지만 양보다 질이라고 그 얼마 안되는 것들은 미적으로

상당한 수준이다. 특히 요하네스버그 상공에 30년 가까이 떠 있는(위 짤방 포스터에도 나오는) UFO는 중후한 멋이

느껴진다. 개인적으로는 그 주위가 안전한다면 꽤 인기있는 관광명물이 되었을같기도 하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외계인의 무기는 화력, 외양 모두 좋았지만 개인적으로는 외계인의 무기라기 보다는 일반적인 것보다 더 세련된

인간의 무기처럼 보였다. 나쁘다는 얘기는 절대 아니다.

4. 이 영화는 꽤나 뚜렸한 정치사회적인 메시지를 남긴다. 이 영화에 등장하는 '외계인'들은 인간사회와 철저히

격리된 '타자'다. 영화 초반에 보여지는 인간에 의한 외계인의 강제 이주 장면에서는 '서명서에 서명을 하진 않아

도 손을 댔으니 동의한거나 마찬가지다'라는 억지스러운 강제적인 '공무 집행'과 저항 하는 외계인들을 사살하는 

모습, 심지어는  외계인들의 알 번식지를 태워버리는 생명의 존엄성이 무너지는 장면까지 나타난다. 알 번식지

를 태워버린 주인공 비커스는 이 광경을 보면서 마치 '팝콘 튀기는 소리'가 나는 듯 하다라고만 말한다. 여러 생

명을 몰살시키고도 무감각한 모습이 정말 소름끼쳤다. 이러한 야만은 외계인이 아닌 '약자' 인간에게도 몰아닥친

경우가 있었다. 이 나라에서 불과 20년 전까지 존재했던 '아파르트헤이트'를 비롯한 동서고금의 인권 유린 사례가

바로 그것이다. 결국 이 영화는 관객에게 실존한다면 언젠가는 인간과 조우할 순간이 올 외계인이라는 '타자'와

어떤 관계를 맺어냐 하냐는 질문을 던지는 셈이다.

5. 또한 이 영화는 주인공 비커스의 모습을 통해 '집단의 정의와 이익을 위해 한 개인이 희생되는게 정당한가'라는

논쟁거리를 관객에게 던져준다. 사실 이 영화에서 제시된 '집단의 정의와 이익'은 외계인의 가공할만할 무기를 사

용하는게 가능해진다는 파괴적인 무의미한것이므로 관객들은 비커스에게 절대적인 지지를 보낼 것이다. 하지만

실제 상황에서는 이보다 더 복잡한 양상을 보임으로 명쾌하게 결정내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역시 위와 같은 질문

에 사회 여러 구성원들이 깊게 사유해야만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영화 내에 등장하는 비커스의 동료와 가족들

(부인 제외)은 '집단'의 선전만이 판단의 근거가 되었기 때문에 비커스를 매도하기만 한다. 모든 이해 당사자의

의견이 고루 전달되어야만 합리적이고 옳은 판단이 나올 수 있고 따라서 어느 한 쪽의 입을 막으면 안된다는 진리를

다시 한번 상기시키게 하는 순간이다.

6. 이 작품이 마음에 드는 이유 중 하나는 그 누구도 인격적으로 완전하지 않다는 '현실적'인 모습을 보이는데 있다.

'집단의 이익을 위해 희생되어야 할 피해자' 비커스도 예외는 아니다. 초반 '외계인 강제 이주 공무 집행'에서 외계인에

대한 경멸적 시선을 보내는 비커스는 쫓김으로 외계인과 다를게 없는 사회적 위치로 전락하면서도 외계인에 대한

경멸적 시선을 버리지 않는다. 오직 '치료'를 위해서 외계인 '크리스토퍼'와 협력할 뿐이다. 작품 후반의 얼핏 보면

'크리스토퍼'를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듯한 장면도 본인이 보기에는 '크리스토퍼'가 죽어 '치료'의 기회를 영영 잃기

보다는 일단 '크리스토퍼'를 보내 3년 뒤에 치료를 받는 편이 더 낫기 때문에 비커스가 그리 판단한게 아닌가라고 

느껴졌다. 하긴 어쩌면 '크리스토퍼'도 유동체를 되찾기 위해 비커스에게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 '치료'라는 미끼를

던진것인지도 모른다. 개인적으로 마지막 장면은 관객의 상상을 제약한다는 점에서 아쉬웠다. 그 이전 부인이 철로

된 조화를 받는 장면에서 끝냈으면 더 좋았을거라 본다.

덧글

  • 배트맨 2009/10/17 18:21 # 답글

    좋은 리뷰입니다. 잘 읽었습니다. ^^
    다만 스포일러 표시를 해주셨으면, 영화를 안보신 이웃 분들께 더 도움이 되시지 않을까 싶습니다.

    6. 저도 이 작품이 참 마음에 들었습니다. 오락성과 완성도 그리고 작품성까지 모두 잡아낸 수작이라고 생각을 하고요. 다만 말씀하신 것처럼 엔딩 부분에서 보이는 그런 감성(장미꽃을 접고 있는 비커스), 어쩌면 좀 유치할 수도 있다고 느껴지는 그런 부분이 다른 한편으로는 피터 잭슨의 단점이 아닐까 싶습니다. 물론 연출은 다른 사람이 했지만요.

    하지만 매력과 장점이 매우 풍부한 작품이였기 때문에, 그냥 옥의 티 정도로 넘어갈 수 있는 부분이였네요. 전체적으로 엄지 손가락을 치켜세울만 합니다. ^^:

    저도 랙백이 놓아드리고 갑니다. 주말 포근하게 보내시고요..

  • 소시민 2009/10/17 18:48 #

    스포일러 표시 평소에는 해뒀는데 이번엔 깜빡했네요. 지적 감사합니다! ^^

    저도 마지막 장면에 대한 아쉬움은 '옥의 티' 차원에서 언급한 것입니다. 훌륭한 작품이라는

    점에는 변함이 없죠.

    배트맨님도 이번 주말 잘 보내세요~
  • SEviL 2009/10/18 01:21 # 답글

    개인적으로 마지막 장면은 배드엔딩(?)에 대한 연출차원의 위로...같은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보는 내내 불편했을 테니 그나마 마지막의 마지막은 조금 훈훈하게 마무리를? ^^;
  • 소시민 2009/10/18 12:58 #

    그렇게 받아들일수도 있을것 같네요, 하지만 비커스 본인에게는 행복한 결말은 아닌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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