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사의 대가, 수호전을 역사로 읽다 책리뷰

중국사의 대가, 수호전을 역사로 읽다중국사의 대가, 수호전을 역사로 읽다 - 8점
미야자키 이치사다 지음, 차혜원 옮김/푸른역사

1.<수호전>은 <삼국지연의>와 함께 중국고전소설의 정수로 꼽히는 작품으로 본인도 상당히 재미있게 읽었던 기

억이 난다. 그런데 허구가 3 사실이 7이라고 불릴 정도로 어느정도 정사의 맥락을 따라가는 <삼국지연의>와는

달리 <수호전>은 북송 말엽이라는 시대적 배경과 채경, 고구, 방랍 등 몇몇 실존 인물을 제외하면 완벽하게 꾸

며진 이야기라는 인상을 준다. 전장에서 요술이 난무하는 모습과 원수를 갚은 뒤 시체의 내장을 빼내는 잔인한

모습 등의 세부 장면도 이 작품이 과연 현실을 잘 반영한 것인지에 대한 궁금증이 생기게 만드는 한 요인이었

다. 과연 <수호전>이 얼마나 실제 당대의 모습을 담아냈는지 궁금해 하던 차에 <중국사의 대가, 수호전을 역사

로 읽다>라는 책이 눈에 들어왔다. 본인의 의문에 대한 답이 될 수 있을 듯해 읽어보았다.

2. 저명한 동양사학자라는 미야자키 이치사다의 저작으로 휘종, 송강, 채경, 고구, 동관 등 실존 인물의 역사

속 모습, 대종, 노지심, 임충 등 소설 내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나 실존하지 않은 가상 인물의 묘사에 대한

역사학적인 고찰, 소설의 서술에 얽힌 역사적인 배경과 당대의 풍습, 제도를 소개하고 있다. 이는 철저히 당대

의 사료 분석을 통해 이루어진 것으로 신뢰성을 높인다. 미야자키의 서술을 보고 나면 <수호전>이 가상의 이야

기이긴 하지만 당대의 사회적 배경을 나름 잘 반영한 작품이라는 점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3. 풍부한 사진, 삽화 자료는 시각적인 즐거움과 유익함을 제공한다. 북송 시기의 유적, 유물 사진과 당대의 모

습을 담은 당대의 그림을 통해 역사적인 배경의 이해를 돕고 명대 목판본 <수호전>과 에도 막부 시기 우끼요에의

대가 호쿠사이의 삽화는 <수호전>에 등장하는 사건과 인물의 모습을 생생하게 다시 떠오르게 한다. 호쿠사이의

삽화는 인물들이 비슷비슷해 보인다는 아쉬움이 있지만 꽤 역동적인 느낌을 준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수호전>

의 주요 현장의 위치가 나타난 중국 지도가 중간에 끼어 있다는 것. 이러한 지도는 책 초입 부분이나 말미 부분

에 두는게 효과적이라고 생각한다. 부록으로 <수호전>의 줄거리가 삽화와 함께 정리되 있는데 비록 108성의 호

걸들이 양산박에 모두 모인 부분 이후는 9줄 요약화 되어 있지만 그 전의 이야기는 잘 정리되 있어 도움이 된다.

4. 소설에서 황제를 속이고 백성들을 착취하는 간신으로 묘사되는 채경, 고구, 동관은 사서에도 황제의 총애를

등에 업고 축재를 하고 관군을 사사로운 일에 동원하며 공적을 부풀리는 등의 부정적인 모습을 보인다. 황제 휘

종은 소설에서는 간신들이 사라진다면 올바른 정치를 펼칠 수 있는 어진 군주로 묘사되지만 실제로는 정략적인

이유로 향태후에 의해 선택된 놀기 좋아하고 겁 많은 용렬한 군주일 뿐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이런 무능하고 부

패한 지도층 아래에서 백성들은 고단해 질 수 밖에 없다. 이러한 고통은 북송 휘종 치하 만이 아닌 이후 수백년

동안에도 계속 이어진다. 소설에 언급되는 어진 하급관료서의 송강의 모습은 이와 같은 좋은 관리가 있었으면 좋

겠다는 민중의 염원이 담겨 있다는 것이다. 사실 <수호전> 자체는 오랜 시일 동안 민중들에 의해 전해지고 수정

된 민중의 문학이라는게 저자의 주장이다.

5. 앞서 언급한 요술이 난무하는 전장과 시체의 내장을 꺼내는 장면은 완전한 실제의 모습은 아니지만 나름대로

의 역사적 배경이 있음을 이 책을 통해 알 수 있다. 당시 북송에서는 권력층으로부터 민중들까지 요술의 가능성

을 믿고 있었으며 몇 몇 지방에서는 사람을 죽이고 내장을 꺼내며 제사를 지내는 풍습이 있었다. 그 밖에도 소설

의 문구에 대한 역사적인 배경을 설명하는 흥미로운 서술들이 여러개 실려 있다.

6. <수호전>의 등장인물들은 처음 등장할때를 제외하면 눈에 띄지 않는게 너무 많은 인물들이 등장하기 때문이

라는 주장들은 본인도 소설을 읽으면서 느꼈던 것이기 때문에 공감이 갔다. 그런데 저자는 108성이 양산박에

다 모인 뒤의 서술은 가치가 없다며 그 이전까지만을 70회로 엮은 김성탄의 저본을 높게 치는데 개인적으로는 이

야기 거리를 더 많이 제공했다는 점에서 120회본이 좋다. 사실 70회본에서도 송강의 조정 귀순 의지를 보이는

서술이 간간이 발견되기 때문에 120회본의 전개가 비약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101P에 서술된 '왕경의 부대

에는 마령이란 마술사가 있었다'라는 서술은 마령은 전호의 부하이기 때문에 오류다. 수정되길 바란다.

7. 미야자키는 '진정한 아카데미즘은 결코 독자를 지루하게 만들지 않는다' 등의 말로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평이한 언어로 자신만의 독창적인 사고를 소개하려 했다고 한다. 참으로 훌륭한 생각이고 이는 <중국사의 대

가, 수호전을 역사로 읽다>에서 실지로 잘 드러난다. 더 많은 인물들을 분석했으면 좋겠다는 아쉬움은 그 만큼

잘 된 서술이기에 가지는 마음일 것이다. <수호전>을 재미있게 읽은 사람이라면 이 책도 좋아하게 될 것이다.
http://costa.egloos.com2009-10-16T01:09:000.3810

덧글

  • 뇌세척 2009/10/18 03:58 # 답글

    저도 재미있게 읽은 기억이 나네요. 끝에 부록은 저처럼 기억력 안 좋은 사람에겐 좋은 자료도 되고요(...)
    그나저나 삼국지에 비해 수호지는 관련 서적이 적은 게 아쉽습니다.
  • 소시민 2009/10/18 12:57 #

    네 생각보다 수호지가 국내에선 마이너하더군요. 삼국지는 꽤나 많은 관련 서적이 보이는데

    수호지는 이 책말고는 별다른게 없는것 같습니다.
댓글 입력 영역



메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