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를 사는 지혜 : 배신 책리뷰

배신배신 - 8점
김용철 외 지음/한겨레출판

1. 시사주간지 '한겨레 21'은 2004년 부터 매년 봄 특정한 주제를 선정해 그에 대한 명사들의 강의를 듣고 질

문할 수 있는 '인터뷰특강'을 개최하고 있다. 또한 '인터뷰특강'의 내용은 반 년 뒤 책으로 엮어져 나오고 있

다. <21세기를 사는 지혜 : 배신>은 2008년에 열린 '배신'을 주제로 한 5번째 '인터뷰특강'의 내용을 그대로

담아낸 책이다.

2. 책은 김용철, 진중권, 정혜신, 정태인, 조국, 정재승의 강연과 그에 이어지는 청중들의 질문, 그에 대한 강

연자의 답변으로 구성된 특강의 내용을 그대로 담았다. 즉 이 책은 단방향적인 건조한 서술체가 아닌 생생한 대

화체이며 강연자와 사회자, 청중이 함께 주체가 되는 쌍방향적인 모습을 보이는 것이다. 그리고 매우 잘읽힌

다. 아무래도 일반적인 책의 서술보다는 깊이가 떨어진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지만 때로는 이렇게 말랑말랑하

게 사회 문제에 접근하는 방식도 괜찮지 않나 싶다.

3. 김용철의 강연은 2007년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든 자신의 삼성 고발에 대한 자세한 설명이 아닌 일종의 후기

라 할 수 있다. 눈치가 없고 순진하며 상식을 지키려는 한 검사는 검찰 내에서 '특별히 신경써야 할 검사'로 인

식된다는 김용철의 회고는 사회의 거대한 불합리 앞에는 개인은 작아질수 밖에 없다는 안타까운 현실이 상기되

기분이 씁쓸했다.

4. 정혜신과 정재승은 자신의 전공에 맞춰 배신을 심리학, 두뇌과학적 관점에서 설명한다. 정혜신이 소개하

는 '유사배신'은 인터뷰특강 전체에서 소개된 개념 중에서 가장 인상적이다. 아들이 법대에 들어갈거라 기대한

어머니는 아들이 예술대학을 선택한 모습을 보면 '배신감'을 느낄것이다. 하지만 어머니의 기대는 아들과 협의

가 된 것이 아닌 자신 만의 바람이다. 배신이 상호신뢰 속에 있던 그것이 어느 한 쪽의 파기로 깨지는 것이라고

정의된다면 위의 사례는 '상호신뢰'라는 전제에 어긋나기 때문에 배신은 아니지만 일반적으로 '배신'이라고 혼

동되기 싶기 때문에 '유사배신'이라 불린다. 이글루스 내에서 '유사역사학', '유사과학' 이라는 개념을 자주

접해서인지 또다른 유사개념은 흥미롭게 느껴진다. 이런 사례가 도처에, 그리고 본인의 삶에서도 자주 발견될

듯 하다. 꼭 기억하고 성찰해야겠다. 정재승의 강연은 본 내용 자체는 그리 흥미있지 않고 강연 전에 언급한

문과형 인간, 이과형 인간이라는 고정관념을 버리고 서로를 공부하라는 메세지가 더 인상적으로 다가왔다.

5. 진중권은 '대중'의 쏠림은 올바른 방향으로 가면 '황홀함'을 보이지만 잘못된 방향으로 가면 그 만큼 무서운

게 없다고 지적한다. 이에 지식인은 대중의 인기에 영합하지 않고 올바른 관점을 견지해야 한다고 말한다. 개인

적으로 이러한 지식인의 역할을 대중을 계도하는 것처럼 보이는게 아닌 대중의 지적 도우미로서 인식되도록 하는

게 중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정태인의 강연은 한미 FTA와 수도와 열차 등의 민영화의 위험성을 비판하는 내용

으로 채워져 있다. 내용의 심각성은 충분히 인식되지만 지난 4회 인터뷰특강 '자존심'과 크게 달라진게 없는듯

해 아쉬웠다. 조국은 변호사 수의 증가, 배심원제 확대, 법용어를 쉬운 방향으로 개정하는 등의 방향으로 대중

에게 확실하고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는 법의 대중화와 소위 말하는 '폴리페셔' 즉 무분별한 대학교수의 정계진

출에 대한 비판을 말한다. 조국은 논문을 제대로 쓰지도 않고 정계진출에 눈독을 들이는 교수들을 비판하면서 논

문작성실태를 평가할 체제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하는데 이는 논문평가를 통해 교수의 경쟁력을 높이자는 신자

유주의적 대학 개혁론자의 주장과는 다른 관점에서 접근한 것이라서 흥미롭게 느껴졌다.

7. 많은 강연자들이 김용철의 삼성 고발은 삼성에게는 '배신'이지만 시민사회의 공공성이라는 높은 가치에 대해

서는 '신뢰'를 지킨 것이기 때문에 높이 평가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그러면서 사회의 모순을 마음껏 '배

신' 할 것을 권하고 있다. 상당히 흥미로운 개념이다.

8. 크게 특별한 내용은 없지만 친근한 문체로 독자들의 사회문제에 대한 관심을 자극하는 것은 높게 평가받을만

하다. 강연에 참석하지 못한 이들을 위해 이렇게 책으로도 내놓은 한겨레 측에도 감사하다는 말을 하고 싶다.
http://costa.egloos.com2009-09-29T14:25:250.3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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