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옥중서신 책리뷰

김대중 옥중서신 - 양장본김대중 옥중서신 - 양장본 - 10점
김대중 지음/한울(한울아카데미)

1.김대중 전 대통령은 수십년 동안 죽음의 위협을 무릅쓰고 독재정권에 맞섬으로 민주주의 확립을 위해 노력하

고 대통령이 된 후 남북관계 개선, 외환위기 극복, PC와 인터넷의 전국민적인 보급 등의 업적을 남긴 분으로

잘 알려져 있다. 그런 분이 지난 달 세상을 떠났다. 그 분의 마지막 가는 길을 보면서 위와 같은 피상적인 수준

을 넘어서 그에 대해 좀 더 알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모 사이트를 돌아다니다가 우연히 존재를 알게된

<김대중 옥중서신>이 이에 도움이 될듯 싶어 읽어보게 되었다.

2.신군부에 의해 '내란음모혐의'로 사형을 선고받은 직후인 1980년 11월부터 1982년 12월 형집행정지로 석방

될 때까지 가족들에게 보낸 김대중 전 대통령의 서신 29편이 수록된 책이다. 처음에는 슬픔에 빠진 가족들을 위

로하는 종교적인 색채가 강한 모습을 보이지만 무기징역으로 감형된 이후부터는 가족들에 대한 당부와 함께 자신

이 읽은 책에서 얻은 지식을 정리하고 당시 국제 현안에 대한 자신의 생각, 사람과 세상에 대한 여러 단상들이

같이 기록되 서신이 매우 길어지게 된다. 한달에 단 한번만 서신을 보낼수 있어 엽서 한 장에 원고지 100장 분

량의 글을 깨알같이 기록하고 그러고도 할 말이 더 있는데 다 쓰지 못해 안타깝다고 토로하는 서신 내용을 보면

서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3. 민주주의를 위해 온 인생을 바친 현대사의 거인도 한 사람의 남편이자 아버지다. 29편의 서신에는 남편이자

아버지로서의 가족에 대한 사랑과 미안함이 짙게 묻어난다. 손녀 정화와 지영의 근황에 대한 관심, 자신의 '전

과'로 취직 등 사회생활에 불이익을 받는 차남 홍업에 대한 미안함, 복역기간 동안 고3 수험생과 대학 새내기

생활을 하게 된 삼남 홍걸에 대한 공부와 인생에 대한 조언 등은 자연스래 한 가정의 평안을 무너뜨린 잔혹한 독

재정권에 대한 분노로 이어진다. 특히 홍걸에 대한 조언은 지금 이 나이대의 젊은이들에게도 도움이 될 만할듯

하다. 처음에 어설퍼도 자신만의 뚜렸한 주관을 가지고 비판하라, 자신의 전공분야 뿐만이 아닌(물론 처음에는

전공부터 다지라 했지만)다른 분야의 책과 신문, 잡지도 고루 읽어야 시야가 넓어진다는 조언등은 본인에게도 좋

은 가르침이 됬다.

4.서신을 읽으면서 느낀점은 김대중 전 대통령은 확실한 우파 인사라는 것이다. 기업의 자유로운 활동 보장과

국제적인 공조를 통한 남북문제 해결, 공산주의 종주국 소련의 팽창에 대한 경계심 등 어느 곳에서도 그를 억압

한 자들이 말한 '빨갱이'라는 낙인이 느껴지는 문구를 찾아볼수가 없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이와 함께 빈부

격차, 지도층의 부패, 친일파 청산 실패 등 '정의'의 훼손과 같은 문제점은 단호하게 시정되어야 한다고 말한

다. 이를 가능케 하는 것은 그가 평생동안 지키려 했던 가치 '민주주의'다. 국제적인 관점에서도 그는 소련의

팽창을 막기 위해선 세계 각 국가들간의 격차등을 줄여야만 한다고 말한다. '반공'을 전가의 보도로 삼아 자신

들의 기득권을 지키려했던 자칭 '우파'들이 부끄러워야 할 대목이다.

5.서신마다 천주교 신자로서의 강한 김대중 전 대통령의 신앙이 강하게 드러난다. 목숨을 잃을 뻔 하다가 기적

적으로 살아나는 등 역경을 거쳐올 수 있게 된 것에 대한 하느님에 대한 감사, 부인과 아들들에게 신앙생활을 열

심히 하라고 당부하는 등 그는 힘겨운 옥중생활을 강한 신앙을 통해 버텨 왔다. 무교인인 본인이 보기에는 잘 이

해가 되지 않고 부인에게 보내는 서신 중에서 전도를 할 때는 이렇게 하라는 일종의 가이드적인 성격이 강한 부

분을 볼때는 조금 불편했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맹목적인 신앙인이 아니다. 지동설등 과학에 대한 박해, 기득

권층에 편승한 교회의 모습, 형이상학적인 교리에만 집중해 세속적인 측면을 간과해온 모습 등 종교의 과오에 대

해선 분명하게 비판적인 자세를 보인다. 또한 종교의 중요한 책무로 사회의 약자에 대한 관심을 분명하게 강조하

고 우리모두는 죄인이라는 전제하에 용서의 중요성을 설파한다. 이런 생각으로 인해 훗날 자신을 처형시키려 했

던 전두환을 사면했던게 아닌가 싶다. 여하튼 그의 이러한 이타적인 종교관은 비신도에게도 큰 감명을 주기에 충

분하다. 그부터가 교회가 못한 약자에 대한 관심을 비신도들이 더 잘해냈다고 비판했으니 말이다.

6. 김대중 전 대통령의 서거 당시 쏟아져 나온 기사 가운데 그 분이 삼만권 이상의 책을 읽어나는 내용이 있어

놀랐던 기억이 난다. 그는 교도소에 수감되면서도 독서를 멈추지 않았다. 역사, 신학, 경제학, 문학 등 여러

분야의 책들을 폭넒게 읽음으로 그의 놀라운 지적능력과 통찰력이 발현되었다고 생각한다. 서신의 끝 마다 보내

주었으면 하는 책과 아들들에게 권하는 책의 목록이 적혀있다. 개인적으로 여기 소개된 책들을 틈틈히 찾아 읽어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7.책을 읽고 나니 김대중 전 대통령이 왜 이리 놓은 평가를 받는지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역경 속

에서도 굴하지 않는 그의 높은 인격과 높은 학구열로 인한 경탄할만할 지식과 통찰력이 잘 드러난 서신을 보면

서 계속 감탄하게 됬다. 일부 서술에 대해선 사람마다 의견이 있을 수 있지만 이정도로 사색을 했다는 자체가

높이 평가받을만 하지 않을까? 자식에게 이치에 합당하다면 남의 의견을 수용하라고 조언하는 분이니 이에 대해

지적을 받았다면 막무가내로 반발하지는 않을 것이다. 여하튼 추천작이다. 다시 한 번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명복을 빈다.
http://costa.egloos.com2009-09-14T02:03:520.31010

덧글

  • 위장효과 2009/09/19 18:30 # 답글

    원래 3김, 그중에서도 땡삼옹과 비교하면 항상 나오는 말이 있었습니다.(이미 80년대)
    "YS는 서울대 나왔지만 도대체 공부라고는 하나도 안했고, DJ는 고졸이지만 독학하면서 자기가 필요한 것은 다 갖추려고 노력했다." 그를 제대로 비판-무슨 빨갱이니 뭐니하고 무조건 때리는 사람 말고 그 정치적 주장을 논리적으로 반박하면서 대립각을 세운 사람들-하는 사람들조차도 DJ의 독서열, 학습열은 인정하고 들어갔으니까요.
  • 소시민 2009/09/20 12:55 #

    네 옥중서신을 보면서 확실히 DJ는 공부하는 지도자라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습니다.
  • 배트맨 2009/10/04 13:11 # 답글

    체크포스트에 담아놓았습니다. 잊지않고 저도 한번 읽어보고 싶어서요.
    좀처럼 책을 가까이 하지 못하는 부끄러운 배트맨이지만 말입니다.

    추석 전날에 고 노무현 대통령의 '성공과 좌절'이 도착했네요.
    조금씩 읽어보고 있는 중입니다.

    포스트 잘 읽고 갑니다..
  • 소시민 2009/10/04 16:21 #

    네 읽어보시면 김대중 전 대통령의 거인으로서의 모습, 평범한 인간으로서의 모습을 모두

    느낄 수 있을 겁니다. 저도 기회가 대면 '성공과 좌절' 꼭 읽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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