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근대사 산책>에서 실린 재미있는 서술 두가지 책에 관한 여러 잡다한 것들

강준만 교수의 <한국 근대사 산책>을 읽다가 재미있는 부분을 발견해 포스팅 해본다.

1. ... 1847년 여름 세실 서한의 회답을 요구하기 위해 온 프랑스 군함 두 척이 전라도 앞바다에서 암초

에 걸려 만경과 부안의 경계인 신치도라는 섬에 닿았을 때 주민들이 격은 '공포' 해프닝이다.

" 이 배에서 건져낸 물건은 거의 대포나 총이었는데 관리들은 이것들을 재빨리 창고롤 옮겨놓고 문을

굳게 잠가버렸다. 창고 문을 잠근 뒤 마을사람들은 한시름 놓을 수 있었다. 그런데 창고 안에서 똑딱똑

딱 하는 야릇한 소리가 새어나오는 바람에 섬은 다시 공포에 사로잡히고 말았다. 그 무기들 속에 시계가

들어 있었던 것을 사람들은 알턱이 없었다. 일주일이나 계속해서 똑딱 소리가 들려오자 마을사람들은

회의를 열었다. '서양 귀신이 우리 섬을 해치기 위해 일부러 도깨비를 떨어뜨려놓고 간 게 틀림없다!'

'당장 굿판을 벌여 서양 도깨비를 몰아내자!' 뭍에서 불러온 용하다는 무당이 한바탕 굿을 한 뒤 얼마

지나지 않아 우연의 일치로 똑닥 소리가 뚝 그쳤다. 감겼던 시계의 태엽이 다 풀어져 소리가 멈추었던

것이다'
  
                     
                                                                                       <한국 근대사 산책> 1권 59P~ 60P

지금 보면 우스운 일이지만 당시로서는 큰 두려움의 대상이었을 듯 하다.

2. ... 잘 믿기진 않지만 <남가몽>에는 이런 이야기가 있다.고종은 옥좌에 앉자마자 제일성으로 한다는

말이 계동에 사는 군밤장수를 잡아다 죽이라는 것이었다.
놀란 대신들은 "전하가 지금 보위에 오르시어

성선의 덕으로써 정치를 하셔야 하는데 어찌해서 주살의 위엄을 먼저 보이십니까"라며 황급히 제지했다.

이에 고종은 "다른 이유는 없다. 내가 여러 번 군밤 하나를 달라고 하였으나 한 번도 주지 않았으니 이

어찌 인심이 그럴 수 있단 말인가. 이같이 이익만 알고 의리를 모르는 자는 죽어 마땅하며 그럼으로써

다른 사람의 불선한 마음을 막아주어야 하는 것이다. 어찌 내가 사사로운 감정을 가지고 그를 죽이려고

하겠는가"
라고 반박했다. 이 말을 듣고 대신 한 사람이 다음과 같이 말했다고 한다.

"훌륭하도다! 왕의 말씀이시여. 훌륭하도다 왕의 말씀이여. 다른 사람의 불선한 마음을 막는다는 교를 내

리시니 과연 임금의 도량에 알맞습니다. 그러나 일개 하찮은 군밤장수를 효수하라는 것은 전하꼐서 처음
 
등극하신 자리에서 혹 국가의 화평한 기운에 미안한 일인 듯 생각됩니다."


이에 수렴청정을 하게 된 조대비(신정황후)는 "대신이 말씀드린 것은 금석과 같은 말입니다. 그 효수하라는

명령은 거두어들이시는 것이 타당할 것 같으니 짐짓 그만두고 논하지 않는 것이 옳을 것 같습니다"라고 최종

판단을 내렸다고 한다.

                                                                                                 <한국 근대사 산책> 1권 75~76P

고종을 최측근에서 모신 정환덕이 쓴 구한말 3대 비사로 알려진 <남가몽>에서 가져온 일화다.

왕위에 오르자마자 내린 명이 자신에게 밤을 주지 않은 군밤장수를 참하라는 것 자체가 놀랍지만

이를 그럴듯한 논리로 포장하는 고종의 발언도 흥미롭다. 대신들이나 조대비나 임금 앞이라 돌려 

말했지 속으론 황당했을듯(...) 저자는 이 이야기를 인용함으로 왜 19세기에는 이렇게 철 없는 어린

아이가 계속해서 왕위에 올랐는지 의문을 제기한다. 세도정치가들의 정권장악음모에서 나왔다는게

유력하다고 언급한다.

덧글

  • 슈타인호프 2009/08/17 10:51 # 답글

    처, 첫 번째 어명이 군밤장수 처형 명령이라니--;;;;
  • 소시민 2009/08/17 18:38 #

    아무리 철없는 마음에 명을 내렸다지만 ㅎㄷㄷ하죠
  • ㅎㄹㅇㄴ 2009/08/17 12:21 # 삭제 답글

    우리의 형제가 민비만 말고 저 ㅄ같은 고종도 같이 죽여줬어야 했는데...
  • 소시민 2009/08/17 18:39 #

    뭐 철없는 한 때의 일이니까요. 장성한 후에는 나름대로 '노력'은 했습니다.
  • JOSH 2009/08/17 12:49 # 답글

    우리 명복 어린이께서는 흥선군께서 제대로 용돈을 안주시어
    군밤에 대한 처절한 갈망을 흑흑흑...
  • 초록불 2009/08/17 15:02 #

    대원군 자신도 상갓집 개라 불렸으니... 용돈을 줄 리가 만무했을 겁니다.
  • 소시민 2009/08/17 18:40 #

    고종 즉위 전 흥선대원군은 여러모로 마음고생이 심했을듯 합니다.
  • oldman 2009/08/17 16:05 # 답글

    군밤장수처형도 ㅎㄷㄷ하지만 첫번째 어명이라는 사실에서 더큰 놀라움을 감출 수 없습니다.
  • 소시민 2009/08/17 18:41 #

    정말 놀라운 일이죠. 이런 어린 왕을 2명이나 탄생시킨 (순조와 헌종은 어쨌든 직계 후손이니) 19세기 조선의 정치

    상황은 정말 보기 좀 그렇더군요.
  • 뇌세척 2009/08/18 00:57 # 답글

    역시 무당도 뭍의 무당이 최고라며 섬의 영웅이 되었을 무당을 떠올리니 너무 재미있네요.
  • 소시민 2009/08/18 22:55 #

    뭍에서도 서양귀신까지 물리친 효험있는 무당이다라는 명성이 자자했을 법도 합니다(...)
  • 한단인 2009/08/18 03:04 # 답글

    1. 오호라.. 그 에피소드는 왠지 떡춘 2호 특집인 '미지와의 조우' 에 적절한 듯 싶군요. 1인칭 시점에서 글을 쓴다면 괜춘할 듯..

    ...아직 시한이 있으니 투고 생각없으신지?(도주한다)
  • 소시민 2009/08/18 22:56 #

    제 수준으로는 저 책의 서술을 복사하는 수준 밖에 안되니 떡춘 투고는 힘들것 같습니다...(응?)
  • 한단인 2009/08/18 23:12 #

    으윽.. 저..저도 이번 특집 원고는 그렇게 썼는데.. OT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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