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으로 가는 길 책리뷰

중국으로 가는 길중국으로 가는 길 - 8점
헨리 율. 앙리 꼬르디에 지음, 정수일 엮음/사계절출판사

돈과 시간이 있으면 얼마든지 이역 만리 먼 나라로 갈 수 있고 인터넷을 통해 순식간에 세계 곳곳에서 일어난 사

건들을 알아보는게 가능한 현시대인들에게 유럽의 신항로 개척 이전 시대는 각 문명권이 다른 문명권의 존재에

대해 거의 알지 못했거나 알더라도 교류는 거의 없었던 시대로 비쳐지는듯 하다. 하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

비록 직접적인 활발한 교류는 없었지만 서로의 존재를 인식하고 있었음은 물론이고 서로간의 교역도 직접적인게

아닌 여러 경로를 걸쳐 이루어졌지만 활발했던 때도 있었다. <중국으로 가는 길>은 동양의 대제국인 중국이 유

럽의 신항로 개척 이전까지 서양 등 타 문명권과 접촉한 양상을 다루고 있다.

1866년에 영국 동양학 학자 헨리 율이 저술하고 1915년에 프랑스 동양학 학자 앙리 꼬르디에가 증보를 가한 이

책은 상당히 오래됬지만 지금까지 문명교류사 연구에서 필독의 고전으로 인정받고 있다고 한다. 신항로 개척 이

전에 쓰여진 서구, 이슬람, 중국 등지에 남아있는 사료룰 정리함으로 주제를 풀어나가며 서구, 중앙아시아, 인

도, 페르시아, 아랍 등 분석의 대상으로 삼는 공간적인 범위도 넓다.

이 책의 가장 주목할만 할 특징은 엄청난 양의 주석이다. 책 전체분량 488P 중 후면에 따로 정리된 역자 정수일

씨의 주석만 무려 120여P를 차지한다. 여기에 본문에 실린 저자와 증보자의 주석까지 합한다면(본문의 한 페이

지 전체를 차지하는 주석도 있다!)책 절반 가까운 분량이 주석이라고 봐도 무리가 없을 정도다. 주석들을 살펴

보면 역사 연구라는게 정말 쉽지 않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작은 지명 하나 하나에 여러 언어를 대조해가며 현

재의 지명과 연결시키며 이 와중에도 학자들간의 논쟁이 빈번하게 일어나는 것을 보면 학문은 정말 그에 대한 열

정이 대단한 사람만이 할 수 있다는걸 느끼게 한다. 단 후면에 정리된 역자의 주석을 일일이 찾아보는 것은 조

금 불편했다. 물론 본문에 포함시킨다면 본문보다 주석이 더 많은 주객전도 현상(?)이 일어나 미관상으로 보기

좋지 않다는 단점이 생긴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은 이해한다.

중국은 이미 그리스와 로마 시절 부터 서양에 알려졌다. '비단의 나라'라는 의미라는 설이 가장 유력한 '세레

스'라는 이름으로 알려진 이래 서양은 신항로 개척 이전에도 중국과 접촉해왔다. 166년 로마 제국의 사신이 후

한 조정을 방문했고 8세기 부터 명나라 홍무제 시절인 1371년 까지 비잔틴 제국 사절단이 중국을 여러번 찾았다

는 기록이 남아있다. 중국의 비단은 로마인들에게 큰 인기였고 당, 원 시기 중국에서는 기독교의 한 파인 네스

토리우스교가 유행했고 특히 원 시기에는 로마 교황청에서 보낸 신부에 의해 세워진 기독교회가 네스토리우스교

와 경쟁했다. 하지만 이러한 교류는 직접적이고 일상적이지 못해 중간 중간 끊기고 정확하지 않은 사실이 알려

진 경우도 많았다. 비단을 나무에서 뽑아낸다는 잘못된 사실이 오랬동안 서양인들에게 인지되고 중국의 위치도

지금의 인도부근으로 비정한 사례등 잘못 인식되는 경우가 많았다. 특히 신항로 개척 후 항로를 통해 중국에 도

달한 유럽인들이 본 '차이나'와 마르코 폴로와 카르피니, 루브룩 시절의 '키타이'가 얼마동안 다른 나라로 인식

됬다는 점은 매우 놀랍다.

사산조 페르시아가 이슬람 세력의 침공에 놀라 중국 당나라에 원군을 요청했고 당 태종이 북인도에 위치한 마가

다 왕국의 '불손'한 태도에 분노해 인도를 침공했다는 사실 등 인도와 페르시아 등 중국과 가까운 편인 '서

방'국가와의 관계는 유럽쪽보다는 보다 직접적임을 알 수 있다. 포르투갈인들이 중국에 처음 상륙했을 때 아프리

카에서 했던것 처럼 중국인들을 노예로 잡아가려 한 시도와 티무르 제국의 궁정에서 스페인 사절과 명나라 사절

이 함께 있었던 적이 있었다는 등 여러 단편적인 사실들도 볼만 하다. 정말 놀라운 것은 신바빌로니아 왕국과 고

대 이집트도 주나라 시기인 중국에 사신을 보냈다는 설이 있다는 것이다.(고대 이집트의 중국과의 접촉의 증거

로 제시된 고대 이집트 분묘에서 발견된 자기병은 당송시기의 것으로 밝혀졌지만...) 심지어 중국이 바빌로니아

에서 기원했다는 설까지도 소개되는데 저자는 이에 대해 부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중국으로 가는 길>은 원래 모두 4권이다. 국내에 출판된 책은 시리즈의 개괄서적인 성격을 띄고 국내에 번역

되 나오지 않은 나머지 3권은 각각 오도릭의 여행기, 몬테 콜비노 등 기독교 선교사들의 여행기와 라시드 앗 딘

의 저서 <집사>에 나타난 중국의 모습, 이븐 바투다와 고에스의 여행기를 심층적으로 다루었다 한다. 저자는 이

들 책의 번역도 이어져야 한다고 말했지만 <중국으로 가는 길>이 번역출간된지 7년이 지난 지금도 아직까지 소

식이 없다. 우리의 인문학 서적 시장의 척박한 모습이 여기서도 드러나는것 같아 씁쓸하다.
http://costa.egloos.com2009-06-22T09:49:430.3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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