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제의 밀사 책리뷰

황제의 밀사 1황제의 밀사 1 - 8점
쥘 베른 지음, 김석희 옮김/열림원

쥘 베른의 소설들은 일반인들이 쉽게 도전하지 못하거나 아예 갈수 없는 세계를 탐험하는 내용을 주로 다루고 있

다. <지구 속 여행>, <달나라 탐험>, <해저 2만리> 등 작품이 출간된 19세기 당시에는 물론이고 지금도 탐사

가 쉽지 않은 자연적인 미지의 세계를 다룬 작품과 <80일간의 세계일주>등 기술적으로는 가능하나 재력 등의 이

유로 둘러보기가 쉽지 않은 이국의 모습을 다룬 작품들을 통해 독자를 그 세계를 탐험하는 듯한 느낌에 빠지게

한다. <황제의 밀사>는 시베리아라는 공간에서 펼쳐지는 탐험을 독자들에게 선사한다.

어찌보면 <황제의 밀사>는 <80일간의 세계일주>의 시베리아판으로도 생각할 수 있다. 80일내로 세계일주를

마쳐야하는 필리어스 포그와 적이 이르쿠츠크로 도달하기 전에 황제의 밀명을 전해야 하는 미하일 스트로고프가

각 작품의 주인공이라는 점에서 두 작품 모두 제한된 시간안에 길고 광할한 여정을 마쳐야만 하는 데에서 나오

는 긴장감이 팽팽하다. <황제의 밀사>의 당찬 여인 나디아는 <80일간의 세계일주>의 아우다와 오버랩된다. 또

한 여정 중에 거치게 되는 지역의 모습과 거주민들의 풍습이 언급된다는 점에서도 비슷하다.

<해저 2만리>, <지구 속 여행>, <달나라 탐험> 같은 작품에서 등장하는 쥘 베른의 풍부한 과학지식은 <황제의

밀사>에서는 찾아보기 힘들다. 대신 풍부한 지리적 지식과 인류학적 지식이 작품 내에 가득하다. 톰스크와 옴스

크, 이르쿠츠크 등 시베리아쪽에 위치한 러시아 도시들과 바이칼호와 바라바 늪지대, 우랄 산맥 등 지리적 자연

물, 니즈니노브보로드에서 열리는 세계 곳곳의 상인들이 몰려드는 상업 박람회와 반란자 페오파르 칸의 천막 진

영에 대한 묘사 등 당대의 지리, 인류학적 지식을 여러곳에서 살펴볼 수 있다.

주인공 미하일 스트로고프는 '황제의 밀사'라는 대임을 수행하기에 매우 적합한 인물이라는 인상을 준다. 다른

쥘 베른 소설의 주인공들도 각 작품의 상황을 해쳐나가기 위해 필요한 능력을 충분히 갖춘 인물로 묘사되지만 미

하일 스트로고프는 그 강인함과 용기, 감정조절능력, 목표를 이루기 위한 집념 등이 매우 대단해 상당히 매력적

으로 보인다. 그러한 능력을 가졌기에 온갓 고난 속에서도 모스크바에서 바이칼호 유역의 이르쿠츠크까지의 수

천 킬로미터나 되는 길을 돌파할 수 있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쥘 베른 소설의 등장 인물 중 <해저 2만리>의 네

모 선장 다음으로 돟아하는 인물이다. 앞서 말한대로 <80일간의 세계일주>의 아우다와 비슷한 위치에 있지만 보

다 적극적이고 당찬 면모를 보여주는 여성 나디아와 기사를 누가 먼저 송고할 것인가를 두고 겨루면서도 생사고

락을 같이함으로 독자에게 웃음을 주는 기자 해리 블라운트와 알시드 졸리베등의 캐릭터도 제 역할을 다한다.

수천 킬로미터나 떨어진 동생에게 타타르 군의 음모를 알리는 밀서를 전달하려는 황제의 밀사 앞에는 여러 위기

가 기다리고 있다. 이는 우랄 산맥에서의 폭퐁우와 유독한 곤충들이 넘쳐나는 바바라 늪지대 등 험준한 자연 환

경과 때때로 등장하는 타타르 군들의 방해, 타타르 군에게 점령당한 도시와 도로들을 피해야 함으로 심해지는 식

량과 교통수단의 부족 등 고난들이 계속하여 이어진다. 이러한 위기들은 현실감과 긴장감을 극대화 시킨다. 하

지만 때때로 너무 안일하게 이러한 위기가 해결되는 경우가 보인다는(아무리 큰 잔치를 벌여도 포로들이 그렇게

많은데 대책없이 모두들 술에 취해 잠든 모습을 보이는 타타르 군의 묘사는 잘 납득이 가지 않는다.) 점은 아쉽

다.

작품 자체의 재미는 괜찮은 편이지만 이런 재미로 인한 좋은 인상을 깍게 되는 부분이 있다. <80일간의 세계일

주>에서도 아주 가끔 보였지만 이 작품에서는 비서구인에 대한 편견이 자주 드러난다. 과연 페오파르 칸의 타타

르 군과 이에 호응한 중앙아시아 여러 민족의 봉기를 작품에서 다루는 데로 '러시아 제국에 대한 반란'만으로만

생각할 수 있을까? 러시아의 제국주의적 야욕으로 인해 문화와 인종이 전혀 다른 국가에게 정복당하는 민족의 정

서 또한 이해해야 하지 않을까? 타타르 족의 잔인한 포로 처형이나 약탈 행위는 분명 인도적인 관점에서는 지탄

받아야만 할 행위다. 하지만 '문명국'들 역시 '야만인'들을 식민화하는 과정에서 여러 더러운 행위를 많이 저질

렸다는 사실 또한 기억해야 한다. 작품에서는 타타르 족의 '야만성'을 설명하면서 별 관계가 없는 인디언 등 다

른 '비서구인'들까지 아무런 근거 없이 야만적이라 표현한다. '서세동점'시기 어쩔 수 없는 '문명국'인 작가의

셍각일까? '비서구인'의 한 사람으로서 불편하게 느낀 부분이다.

이따금 씩 보이는 안일한 전개와 비서구인에 대한 편견이 담긴 서술이라는 단점은 <황제의 밀사>를 쥘 베른의 걸

작 반열에 올리는걸 망설이게 한다. 하지만 시베리아 등 배경에 대한 풍부한 지식과 미하일 스트로고프의 강인함

에서 나오는 매력은 앞서 언급한 단점을 상쇄할만하다. 최소한 재미있는 작품임에는 분명하다.
http://costa.egloos.com2009-06-18T09:41:480.3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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