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씨표류기 (스포일러 한 가득) 영화


최근 '15소년 표류기', '신비의 섬', '방드르디, 태평양의 끝' 등 표류 소설을 여러편 읽은 본인에게 '김씨표류기'라는

영화는 매우 흥미롭게 다가왔다. 과연 현대 한국을 배경으로 한 표류기는 어떤 모습일까라는 호기심이 강하게 들어

큰 기대를 가지게 됬다. 그리고 큰 만족감을 안고 극장을 나왔다. 사실 '김씨표류기'는 위에 언급한 문학 작품에서 보

여진 전형적인 표류 묘사보다는 '걸리버 여행기'(비록 읽어보지는 않았지만 향간의 평에 따르면)와 같은 사회 비판적

의식이 투영된 풍자적 성격이 강한 작품이다. 기대했던 모습과는 방향이 조금 다르지만 영화에서 보인 모습이 매우

인상적이었으므로 문제가 되지 않았다.

영화의 배경인 '밤섬'과 '골방'은 표류소설들의 배경으로 많이 쓰이는 '대양의 외딴 무인도'에 비해선 그 척박함과 절박

함이 이미지가 옅어 보인다. 대한민국의 심장부 서울의 중심을 흐르는 한강에 위치한 밤섬은 무인도 이지만 그 주위를

다니는 유람선 등에 적극적으로 구호요청을 외치면 빠져나가는게 가능한 곳이다. '골방'은 그 곳에 파묻혀 사는 인물이

적극적인 의지를 가지면 스스로 빠져나올 수 있는 곳이다. 기약없이 우연히 그 주위를 지나치는 배가 등장하길 기다릴

수 밖에 없는 '대양의 외딴 무인도'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라고 느낄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영화 속의 인물 '밤섬'의 '남자 김씨'와 '골방'의 '여자 김씨'는 그 곳에서 빠져나오지 못한다. 그들에게는 '15소

년 표류기'와 '로빈슨 크루소'의 주인공들이 무인도를 빠져나가지 못하게 하는 거대한 벽으로 인식하는 '대양'과 같은

존재가 '척박한 사회현실'이기 때문이다. '토익 700점'인 남자 김씨는 치열한 생존 경쟁이 펼쳐지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낙오된 존재고 '얼굴 한편에 흉칙한 흉터'를 가진 여자 김씨는 학교 구성원들 사이에서 '왕따'로 인식되 결국 '자퇴'라는

이름의 퇴출을 당하게 된다. 사회에서 소외된 이들은 '대양의 외딴 무인도'에 갇힌 표류자들과 다를게 없다.

그들에게 '밤섬'과 '골방'은 도피처이지만 동시에 그들 만의 꿈을 펼칠 수 있는 공간이기도 하다. 남자 김씨의 '자장면'

을 자신 스스로 만들어 내기 위한 옥수수 재배는 분명 그 자체로는 힘든 일이지만 자기 스스로 성과를 내고 온전히

거두어 갈수 있기 때문에 매우 값진 일이다. 그렇기에 남자 김씨는 잘 만들어진 '사회'의 '중국집 자장면'의 배달을

거부하는 것이다. 여자 김씨가 무형의 공간인 '미니 홈피'를 통해 형성하는 '가상의 자아' 역시 사회의 제약을 벗어나

자신 만의 꿈을 펼치려는 모습이다. 단 이 과정은 타인의 미니홈피에 올라온 사진을 '복사 - 붙여놓기' 함으로 이루어

진다는 점에서 도덕적인 비판을 받을 수 밖에 없다. 사실 남자 김씨와 여자 김씨의 자아 실현은 '사회'의 구성요소를

성취하기 위한 것이라는 점에서 '사회'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 없다는 한계를 가진다. 아무리 홀로 설러고 해도 결국

'사회'에서 벗어날 수 없는 현대인들의 고뇌는 여기서도 나타나는 것이다.

남자 김씨의 '밤섬'은 한강환경단속에 의해 무너지고 여자 김씨의 '가상 자아' 역시 네티즌 수사대에 의해 무너진다.

이제 그들은 어떻게 해야 하는가. 남자 김씨와 여자 김씨는 편지와 모래사장을 통해 계속 교류해왔다. 하지만 이들이

서로 실재 얼굴을 보게 된 것은 그들의 '공간'이 붕괴된 때 부터다. 영화는 바로 그 시점에서 끝을 맺는다. 결국 관객

에게 그들의 미래는 어떻게 되는지에 대해 자유로운 상상을 할 수 있도록 맡긴 셈이다. 많은 사람들은 이를 해피엔딩

으로 보는 듯 하나 베드엔딩으로 갈 가능성도 농후하다. 소외되는 존재가 생겨나고 이를 방치하는 현대사회의 습성이

계속되는 한 베드 엔딩의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

이러한 결코 가볍지 않은 이야기는 뼈가 있는 웃음과 독특한 상징물, 재치있는 화면을 통해 힘을 얻는다. 방치된 오리

유람선을 끌고 온 뒤 '이제서야 집을 마련하는구나 라는 말과 새똥을 카드로 긁어내는 중에 내뱉는 '카드를 긁는 날이

오긴 오는구나'라는 대사는 웃음과 함꼐 씁쓸한 현실을 느끼게 한다. 조폭 코미디의 직설적이고 때로운 억지스러운

웃음 유도보다 훨씬 인상적인 유머 코드다. 남자 김씨의 좌절스러운 상황을 풀장에 빠진 것에 비유한 장면과 여자

김씨의 '복사 - 붙여놓기'와 그에 따른 네티즌들의 반응을 실제 길거리화한 장면은 정말 재치있고 미적인 감각과

주제 제시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좋은 신이다. 음악은 딱히 기억에 남지 않지만 최소한 볼 때는 화면에 잘

어울린 것 같다.

기대 이상의 좋은 영화였다. 영화의 두 김씨와 현실의 수많은 '김씨'들의 해피엔딩이 반드시 이루어 질 수 있는

사회가 왔으면 좋겠다... 아니 그 이상을 넘어 만들어 나가는데 작은 노력을 해야 겠다.

덧글

  • 배트맨 2009/06/16 23:09 # 답글

    제가 관련 소식을 통 모르겠는데, 흥행에는 성공을 한 것이였는지 모르겠습니다. 나중에 케이블 TV로 풀리면 한번 보려고요..
  • 소시민 2009/06/17 12:37 #

    로오나님의 이글루에서 본 건데 지지난주까지 71만명의 관객이 이 영화를 관람했다고 합니다. 지난주 차트에는

    10위권 밖으로 밀려났으니 75만까지도 달성하기 힘들것 같네요. 좋은 영화이니 한 번 보시는 것도 좋을 듯 합니다.
  • 배트맨 2009/06/17 13:32 #

    제작비가 얼마인지는 모르겠지만 얼핏 듣기로 CG 등도 사용이 되었다고 하는 것 같던데요. 70만명이면 물론 적게 들어온 관객 수는 아니지만, 손익분기점을 넘긴 것인지 모르겠네요.

    <천하장사 마돈나>를 보면서 주목할 만한 감독이라는 생각은 했었습니다. 나중에 챙겨볼께요.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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