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이 산산이 부서지다 책리뷰

모든 것이 산산이 부서지다모든 것이 산산이 부서지다 - 8점
치누아 아체베 지음, 조규형 옮김/민음사

분명 아프리카는 인류의 보금자리 중 하나다. 그러나 아프리카는 현재까지 빈곤와 내전으로 고통받고 있으며 그

들의 역사와 문화, 풍습은 '문명인'이라 자처하는 타대륙인들에게 비주류로 인식된다. 이러한 배경하에서 아프

리카 문학은 분명 한국 독자들에게 낯설다. 나이지리아 출신 작가 치누아 아체베의 소설 <모든 것이 산산이 부서

지다>는 본인이 처음으로 접해본 아프리카문학이다. 이 작품을 통해 낯설었고 또한 그에 따른 편견이 없었다고

할수 없는 아프리카 전통 사회 역시 존중받아야할 인류의 한 자취이며 그러한 모습을 '산산이 부서뜨린' 서구 제

국주의의 책임이 크다는 것을 깨닫게 됬다.

문체는 평이한 편이다. 사건과 그에 따른 약간의 감정 서술 정도로 복잡한 심리묘사는 나타나지 않는다. 간간

이 부족 고유어가 눈에 띔으로 색다른 느낌을 준다. 내용 이해에 어려움을 격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올 수 있지

만 작품 뒷부분에 간략한 용어풀이가 수록되있으며(이 대신 용어가 등장할 떄 마다 그 페이지에 주석을 다는게

더 낫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 분들도 있을 것이다) 대부분 앞뒤문맥을 통해 그 의미를 쉽게 유추해낼수 있기 때

문에 문제 되지 않는다.

작품에서 다루어지는 우무오피아 마을은 가부장적 성격이 강한 농촌공동체다. '얌'으로 대표되는 농작물 수확

이 마을의 중요한 일이고 씨름 등의 온 마을 구성원들이 즐기는 축제가 열리며 조상의 혼령을 불러오면서 마을

의 문제를 해결하는 사람인 '에구구'로 대변되는 조상숭배풍습, 낮은 여성의 위치 등 농촌공동체적인 특성이 적

지않게 보인다. 이는 근대화의 물결이 몰려오기전 우리 농촌의 모습과도 유사해 우리 독자에게 친근감을 조성한

다. 작품에 간간이 등장하는 대대로 내려져온 그들의 옛이야기도 흥미를 돋군다. 접해보기 힘들어 잘 모름에 따

라 생기는 '야만적', '비문명인'이라는 편견이 무너지고 그들도 나름대로의 삶을 살아왔음을 인식할 수 있을 것

이다. 비록 타 부족과의 전쟁이 계속 벌어지고 지나치게 가학적으로 느껴지는 주술적 사고가 우무오피아 마을 사

람들의 정신을 지배하고 있다는 부정적인면도 존재하지만 '문명인'들도 전통사회에서 감추고 싶은 불편한 진실

을 몇몇 가지고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이를 문제삼아 그들을 '야만인'이라 매도하는것은 부당하다.

작품의 주인공 오콩코는 가부장적인 농촌공동체의 전형적인 아버지다. 게으르고 사회적인 성취를 이루지 못한 아

버지를 넘어서기 위해 열심히 일해나간 결과 마을 내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게 된 그의 입지전적인 모습은 분

명 평가할만할 하다. 그러나 오콩코의 지나친 남성주의적, 권위주의적 사고는 한 현대인에게는 너무 불편하게

느껴졌고 그에 대한 호감 역시 크게 감소하게 만들었다. 자식과 부인을 자주 때리고 (심지어 한 부인에게 총을

겨눈적도 있다! 비록 우발적으로 일어난 사건이지만 매우 충격적으로 느껴진건 어쩔수 없다.) 자신의 마음이 약

해질때 마다 '여자가 되어선 안된다. 남자로 계속 살아나야 한다'라는 생각을 가지는 그의 모습은 비록 한 시대

와 사회의 산물이라는 점이 크지만 매우 불편하게 느껴졌다.

기독교 선교사와 재판소라는 식민행정기관으로 대변되는 서구 제국주의 세력의 침투는 우무오피아 마을의 전통체

제를 '산산이 부서뜨렸다'. 분명히 이는 '문명인'들의 '야만적'인 행위로 지탄받아 마땅하다. 그런데 이 작품

에서 다룬 서구의 침략은 독자의 비통한 분노의 감정을 크게 일으키게 하는되는 조금 부족해 보인다. 또한 이에

대한 우무오피아의 저항 역시 단발적인 모습으로 구체적인 서사로 나타나지 않는다. 결말 역시 활활 타오를듯한

불꽃이 눈 깜짝하는 사이 갑자기 사그라드러졌다는 느낌이다. 독자에 따라선 다른 의미로 받아들여 긍정적으로

판단될 수도 있지만 본인에게는 의아한 결말이었다. 주목할점은 우무오피아 마을의 기존 체제의 소외된 이들이

서구의 침략의 주요한 상징 중 하나인 교회에 귀의하는 모습을 보인다는 점이다. '오수'라 불리는 차별받았던

부랑자들은 기독교의 평등사상에 감화받아 교회로 가게 된다. 문듯 조선 말기 부패한 정부의 가혹한 탄압에도 천

주교를 믿으려 했던 힘없는 민중들이 떠올랐다. 식민지배의 사전작업이 전통체제 하에서 소외받던 이들에게 한줄

기 희망이 될수도 있다는 역설은 정말 무섭다.

서구 침략 이전의 전통사회는 완전무결함으로 수정이 필요없는 체제는 결코 아니다. 서구 제국주의 열강의 침략

으로 인한 전통사회의 붕괴를 무비판적으로 안타깝게 바라보는 현재 우리 일각의 모습은 분명 적절치 않다. 그렇

다고 이것이 서구의 침략을 '야만인들의 문명화' 과정으로 미화하는 시각에 대한 투항으로 여겨져서는 안된다.

사회변혁은 그 사회의 주인들이 스스로 이루어야만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조금 아쉬운 점도 있었지만 <모든 것

이 산산이 부서지다>는 본인에게 근대화의 물결 이전 전통 사회의 모습을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가라는 생각을 가

지게한 계기를 마련해준 좋은 작품이다. 앞으로 국내 출판시장에 좋은 아프리카 문학작품이 소개되길 기대해본

다.
http://costa.egloos.com2009-05-27T04:11:460.3810

덧글

  • 배트맨 2009/07/07 10:42 # 답글

    영화 <미션>이 갑자기 떠오르네요. 그 작품에서는 스페인/포르투갈의 제국주의와, 그 권력에 묻어가는 교황청을 비판하고 있는데요. 그 대척점으로 또한 신부(제레미 아이언스 외)를 내세우고 있지만요.

    영화속 원주민들의 삶과 이상은 어느 때가 더 행복했던 것일까 하는 의문을 던져보면, 타의가 아닌 자의에 의한 변화와 개혁을 성공시킬 때가 아닐까 싶어요. 그런 역사가 얼마나 인류에게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요.

    이 포스트를 링크해주셔서 잘 읽었습니다. ^^
  • 소시민 2009/07/07 18:40 #

    타의가 아닌 자의에 의한 변화와 개혁을 성공시킨 사례라면 일본이 있지 않나 생각하지만 생각해보면 이를 이끌어 낸

    원인이 미국 등 서구의 압력이라는 걸 생각하면 이것도 완벽한 자의는 아니겠군요... 정말 서구의 팽창이 이루어지지

    않았다면 지금 우리는 어떤 삶을 살아갔을지가 궁금해집니다. 부족한 글 잘 읽으셨다니 감사합니다 ^^
댓글 입력 영역



메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