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 않는 도시들 책리뷰

보이지 않는 도시들보이지 않는 도시들 - 8점
이탈로 칼비노 지음, 이현경 옮김/민음사

민음사는 1998년 이후 세계문학전집이라는 이름으로 세계 곳곳의 양질의 문학작품을 꾸준히 독자들에게 소개해

왔다. 10년 동안 소개된 작품들이 200여편이나 되니 이들 중 어떤 작품을 우선적으로 읽어야 하는지 선별해야

할 필요성이 생겼다. 이 중 이탈로 칼비노의 '보이지 않는 도시들'은 본인이 최근 관심을 가지고 있는 쿠빌라이

칸과 마르코 폴로가 등장한다는 점에서 눈이 가게 됬다. 하긴 선별이라고 해봤자 그리 거창한 것이 아닌 눈에 띄

이는대로 골라 읽는것(...)이니 만큼 바로 구해 읽었다.

일반적인 소설과는 다르게 이 작품은 서사적인 측면이 빈약하다. 마르코 폴로가 자신이 여행한 도시에 대해 쿠빌

라이칸에게 소개하는 것이 이 작품에 나타나는 유일한 '사건'이다. 이 작품은 9부로 구성되있다. 각 부의 도입

부와 마무리는 쿠빌라이 칸과 마르코 폴로간의 대화와 분위기 묘사가 서술 되 있고 본문은 마르코 폴로의 보고로

드러나는 도시들의 모습이 쓰여있다. 1~2 쪽 분량으로 실린 도시들은 모두 55곳이다. 수도관만으로 이루어진

도시 아르밀라, 낭떠러지 위에 걸려있는 거미줄과 같이 그물로 지탱되는 도시 옥타비아, 흙으로 묻혀져 상공에

서 바라보면 그저 평지로 보이는 도시 아르지아 등 상식적으로 도시의 존재에 납득은 가지 않으나 몽환적이고 신

비로운 매력이 물씬 풍기는 도시들을 이 작품에서 만나 볼 수 있다.

즉 이 작품은 도시라는 이미지들의 나열이라 할 수 있다. 그래서인지 특정한 주제의식을 찾아보기가 힘든데 해설

에 따르면 칼비노는 독자들이 자신의 텍스트에서 다양한 의미를 도출해내길 원했다고 한다. 따라서 이 작품에 대

한 해석에는 정답이 없다. 이는 특정한 주제의식이 강하게 드러나는 작품들에 대해서도 적용할 수 있는 말이지

만 이 작품은 주제까지도 독자가 제시된 이미지를 통해 조직해낼수 있도록 했다는 점에서 매우 색다르게 보여 흥

미롭다.

그런데 이 작품에 등장하는 쿠빌라이 칸과 마르코 폴로는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역사적인 인물로만 바라

볼 수는 없을 듯 하다. 앞서 밝힌 폴로가 소개하는 도시들은 현실에는 존재할 수가 없다는 점은 폴로의 저서 '동

방견문록'에도 그대로 믿기 힘든 초현실적인 서술이 더러 등장한다는 것을 생각하면 무리한 설정은 아니다. 하지

만 폴로가 소개하는 도시들에 라디오, 케이블카, 롤러코스터, 버스 정거장 등 13세기에는 존재하지 않은 사물들

이 존재하는 것은 문득 이상해 보인다. 퇴락해가는 제국의 칸 쿠빌라이라는 설명도 실재 역사와는 맞지 않으며

칸의 지도에 유토피아나 '멋진 신세계'와 같은 미래에 창조된 가상세계가 표시되어 있는 것도 이상하다. 작품

중의 쿠빌라이 칸도 이런 말을 한다. 어쩌면 자신들의 대화는 쿠빌라이 칸과 마르코 폴로라는 두 거지들이 하는

대화일지도 모른다고. 그렇다. 이 작품의 쿠빌라이 칸과 마르코 폴로는 흔히 인식되는 역사적인 인물로서만 바

라볼수 없다. 마치 이 작품의 주제가 독자에 따라 다양하게 해석 될 수 있는 것 처럼 말이다.

그렇다면 칼비노가 굳이 이 둘을 작품의 화자로 삼은 이유는 무엇일까?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작품 내에서 쿠빌라

이 칸은 도시에 대한 획일적인 정복과 소유적 사고를 강하게 드러낸다. 도시들의 상징을 다 안다면, 모든 도시

가 체스와 같아 그에 따른 규칙을 다 알게 된다면 자신의 제국을 완전히 소유할 수 있다고 쿠빌라이 칸은 생각한

다. 그래서인지 쿠빌라이 칸의 도시 묘사는 지극히 전형적이고 평범하다. 이러한 사고에 어울릴만할 인물은 몽

골제국의 최대 판도를 완성시킨 쿠빌라이 칸이 아닐까. 반면 마르코 폴로는 세계 곳곳의 도시들을 둘려보고 그

도시들이 획일화 될 수 없음을 칸에게 설명한다. 실재로 마프코 폴로는 유라시아 대륙 곳곳을 다녀보고 자신이

본 다양한 각지의 모습에 대해 개방적으로 서술했기에 분명히 작품 내의 모습과 매치가 된다고 본다.

폴로가 소개하는 55개의 도시들은 제각기 차별화되는 모습을 가짐으로 쿠빌라이 칸의 도시관을 뛰어넘는다. 하

지만 그러면서도 쿠빌라이 칸은 폴로가 묘사하는 도시들이 서로서로를 닮았다는 것을 느낀다. 그렇다. 겉보기에

는 아무런 관련이 없어 보이는 도시들은 각자 모든 도시에 적용할수 있는 공통적인 모습을 드러낸다. 계속 팽창

함으로 도시를 모르는 염소지기의 목초지까지 빼앗은 체칠리아, 수없이 몰락함과 번영함을 반복하는 클라리체의

최초로 번영했던 시기의 파편을 보존하려는 모습, 대를 이어 똑같은 직업과 대화를 보이지만 그를 넘는 세월이

지나면서 변화게 되는 멜라니아의 시민들, 낙타몰이꾼에게는 항구로, 선원에게는 낙타봉으로 보인다는 관점에

따라 달리 보이는 도시 데스피나 등에서 작품 뿐만이 아닌 현실 세계의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의 도시들에서 나

타나게될 공통적인 속성을 엿볼 수 있다. 이 작품의 제목은 '보이지 않는 도시'다. 하지만 보이지 않는 다는 것

은 존재하지 않는 것의 동의어가 아니다. 독자는 이 작품 속 가상의 도시에서 현실의 도시의 모습을 그려낼 수

있을것이다.

처음에는 <동방견문록>의 소설적 변형을 기대해서 이 작품의 서술에 조금 당혹스러웠다. 하지만 매혹적인 몽환

적 도시 묘사와 여러 방향으로 사유를 할만할 생각거리를 던져주었다는 점에서 상당히 가치있는 소설이라고 생각

한다.
http://costa.egloos.com2009-05-12T03:00:000.3810

덧글

  • 배트맨 2009/05/14 12:16 # 답글

    저는 마이에서 제목을 보고서, 이 리뷰가 처음에 <눈먼자들의 도시>인줄 알았습니다. 페르난도 메이렐레스 감독의 전작이 매우 인상적이였기 때문에, 보고 싶었는데 놓쳤었거든요. 원작 소설이 워낙 유명하다고 하지만, 책과는 담을 쌓고 살아서 영화로 대신하고 싶었는데 말입니다.

    책 제목이 비슷하네요. 제 무식은 정말 어쩔 수가 없군요. T.T
  • 소시민 2009/05/14 18:32 #

    그러고보니 아직 <눈먼자들의 도시>는 읽어보지 못했군요. 저도 뭐 본격적으로 책을 읽은지 얼마 안되니 별로 나을

    건 없죠.
  • 배트맨 2009/05/14 19:12 #

    무슨 말씀이십니까.. 독서로 따지면 저는 티코(그것도 중고차), 소시민님께서는 벤츠로 보이시네요. 저도 책 좀 읽어야 할텐데 쉽게 손에 안잡히네요. ('로마인 이야기' 몇년째 7권입니다. 막상 읽으면 무척 재미있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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