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리 건국 삼걸전 책리뷰

이태리 건국 삼걸전이태리 건국 삼걸전 - 6점
량치차오 지음, 신채호 옮김, 류준범 외 현대어 옮김/지식의풍경

갑작스럽게 밀려든 서구 문물으로 인한 정체성의 혼돈과 일본의 침략에 직면해 풍전등화의 위기에 빠진 구한말.

이러한 현실에 지식인들은 각자의 관점에 따라 제각기 다른 대응을 하게 되는데 이 중 민족과 국가의식을 확립하

고 스스로 실력을 키워야 한다는 자강론을 주장한 이들이 있었다. 단재 신채호도 그러한 이들 중 하나로 실현방

편 중 하나로 을지문덕, 이순신 등 호국영웅을 소개하는 전기를 씀으로 민중들의 애국심을 고취하려 했다. 이태

리 건국 삼걸전도 신채호의 이러한 인식을 바탕으로 번역되 국내에 소개됬다.

중국의 변법 사상가 량치차오가 쓴 이 책은 19세기 중반 오랫동안 분열되 있던 이탈리아를 통일시키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 카부르, 가리발디, 마치니의 행적에 중점을 두면서 이탈리아 통일 과정을 소개하고 있다. 본문 자체

는 122P로 짧은 편이다. 이탈리아의 분열 배경과 통일로 나타나게 된 변화는 다루지 않고 통일 과정도 삼걸 중

심으로 간략하게 소개되 있어 이탈리아의 통일 과정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이 책에만 그치지 말고 다른 전문서적

도 읽어봐야 할듯 하다.

일종의 영웅전적 성격을 띄는 이 책에선 삼걸들의 주목할만할 행적에 저자의 감정이 물씬 풍기는 문학적인 표현

와 상상력이 발휘된 부분이 더러 발견된다. 가리발디가 자신이 정복한 남부 이탈리아를 샤르데나 왕국에 바치면

서 그에 따른 포상을 거부하는 장면을 동서고금 수천 년 역사 가운데 가리발디 같은 이가 또 어디있겠는가라고

찬미하는 서술과 교황령이 통일 이탈리아에 편입되는 것을 보지 못하고 죽은 카부르의 모습이 정말 슬프다고 표

현하는 서술에서 문학적인 표현을 통해 나타난 저자의 감정을 확인할 수 있고 가리발디가 브라질로 부터 독립하

려는 리우 그란데를 지원하는 과정에서 전투에 패해 산타페로 도망치는 모습을 서술하면서 산타페로 목적지로 정

하되게 된 것을 가리발디의 눈물이 지도 상의 산타페에 떨어짐으로 이루어졌다는 부분에서 저자의 상상력이 발휘

된 서술을 확인할 수 있다. 이들 장치는 모두 저자와 역자가 주장하는 삼걸의 영웅적인 모습을 독자에게 강조하

는 역할을 한다.

122P에 불과한 본문만으로 책을 내기는 아쉬웠는지 출판사는 현대어 역자의 해제와 지도, 연표, 인물과 단체 해

설 등의 자료을 함께 수록했다. 이들은 모두 70P 가량으로 양적으로 풍부하고 질적으로도 제 몫을 다한다. 본문

에 실린 주석 역시 잘되있어 본문에서 이따금씩 보이는 오류를 정정하고 해당 구절의 이해를 확장시키는 정보를

제공한다. 이따금씩 원문에 실린 한자음차어가 무엇을 뜻하는지 명확히 모르겠다는 주석도 있어 번역의 어려움을

상기하게 한다. 앞으로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한 부분인듯 싶다. 주목할점은 원전도 같이 수록되 있다는 것이다.

한자와 한글이 섞인 문장들이 세로로 쓰여진 원전은 사료 강독 자료로 쓰기 좋을 듯 하다.

이탈리아의 통일 과정은 오스트리아, 프랑스 등 외세의 간섭과 왕정과 공화정으로 대립되는 통일 후 정치 체제를

어떻게 잡아야할지에 대한 대립으로 인해 순탄치 않았다. 이 책에서는 마치니의 영감, 가리발디의 용기, 카부르

의 지략이 아우려져 통일이 이루어졌다는 영웅주의적 사관을 제시할 뿐 위에 제시한 문제에는 깊이 들어가지 않

음으로 이탈리아의 통일 과정을 단순하게 다루었다는 비판의 소지를 남긴다. 책에서는 이탈리아 인들이 계속해서

자유와 통일을 염원했다고 서술하지만 각자 제각각의 이해 관계를 가진 이탈리아 인들이 한결같이 그러한 민족주

의적 열망을 가졌을지는 의문이다. 이러한 한계는 량치차오가 중국의 부흥을 위한 민중들의 애국주의적 각성을

이루기 위해 관점으로만 이탈리아 통일사를 서술함으로 발생한다. 이와 비슷한 사고를 가진 신채호도 민중의 '애

국심 고취'를 위해 그러한 목적에서 쓰여진 이 책을 번역한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역자 장문석씨가 쓴 2번째 해재의 수록은 매우 적절하다. 장문석은 해재에서 본문의 애국주의적

사관의 협소함을 지적하고 이탈리아 통일을 보는 애국주의적 해석과 사회주의적 해석의 대립, 비록 패했으나 오

스트리아에 대항하고 위로부터의 자유주의적 개혁을 시행함으로 통일을 이룰만한 국가로서의 지지를 얻은 샤르데

나, 통일이 과연 교황령과 남부에게는 어떤 의미인가라는 문제를 다룬다. 특히 통일에 대한 교황령과 남부의 태

도는 눈여겨볼만 한데 세속 통일 국가와 교황의 갈등 사이에서 어느 쪽을 따라야 할지 고민을 하게 될 카톨릭 교

도와 통일을 북부의 관료와 자본가가 남부를 착취하고자 하는 수단으로서 바라보는 남부 민중들의 관점은 민족

과 국가는 과연 자연 발생적인 존재인가라는 의문을 품게 한다. 북부의 정치가 다젤리오도 이렇게 말하지 않았던

가 "이제 이탈리아를 만들었다. 다음 차례는 이탈리아 인들을 만드는 것이다."

과연 량치차오와 신채호는 그들이 살던 시대로부터 100년 뒤에 그들의 조국이 세계 주요 경제국가로 자리 매김한

것을 보면 어떤 생각을 가질까? 국가가 강해지고 국민들의 애국심도 상당한것은 분명하다. 그러면 이러한 성과

를 이끌어낸 원동력은 무엇이라고 그 들은 평가할까? 과연 박정희와 덩샤오핑을 카부르, 마치니, 가리발디와 같

은 영웅으로 평가할까? 저승이 실재로 존재한다면 직접 그들에게 의견을 물어보고 싶다.

이탈리아 통일(이는 건국으로 봐도 무방하다)사를 깊이 아는데 적합한 책은 아니다. 역자들이 말한대로 이는 당

대 중국과 조선의 자강론의 한 사례인 사료로 봐야 한다.


http://costa.egloos.com2009-05-07T03:05:370.3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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