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라시아 천년을 가다 책리뷰

유라시아 천년을 가다유라시아 천년을 가다 - 8점
박한제 외 지음/사계절출판사

개인적으로 요사이 게임 '징기스칸4'와 마르코 폴로의 <동방견문록>으로 인해 몽골제국과 동서문명교류에 관심

이 생겼다. 그래서 이에 관련된 주제를 다룬 책들을 여러편 출판한 사계절 출판사의 도서목록을 살펴보았다. 개

중 <유라시아 천년을 가다>라는 책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 상세한 주석을 곁들여서 <동방견문록>을 완역한 김호

동 교수 등 역사학자 4명의 문명 비교 탐사기라는 홍보 문구가 호기심을 자극하였고 결국 구해 읽어보게 됬다.

책은 10개의 장으로 구성되 있다. 각 장이 다루는 주제는 중국, 중앙아시아와 몽골, 러시아, 유럽에서 각기 나

아간 양상을 각 지역사를 전공한 4인의 역사학자(박한제, 김호동, 한정숙, 최갑수)이 설명함으로 완성된다.

예를 들면 이 책의 4장의 주제는 '몽골 제국의 출현과 그 충격'으로 몽골에서의 세계제국 탄생과 몽골의 중국과

러시아 지배로 남게된 유산, 로마 교황의 몽골의 서역정벌에 대한 반응이 각 지역사 전공자들에 의해 서술됨으

로 주제를 이룬다.

서구 중심의 세계사를 극복하기 위해 서구의 팽창이전에 '세계 체제'를 이룬 몽골제국에 주목했다는 거창한 의식

을 표방하고 있지만 이 책은 가벼운 입문서 수준이다. 개인적으로는(사실 본인도 입문자 수준...) 최갑수 교수

의 로마 교황청은 12세기에야 진정한 의미의 탄생을 이루었다는 주장과 중국의 '중화사상'과는 다르게 돌궐

은 최고의 군주란 뜻인 '카간'을 자신들의 왕에게만 사용하지 않고 고구려 등 다른 나라의 왕을 지칭하는데도 사

용함으로 다른 문화권과 공존하려는 자세를 보였다는 김호동 교수의 주장이 색다르게 느껴져 상당히 흥미로웠지

만 전반적으로 위에 언급한 거창한 의식을 힘있게 이끌어나가기에는 본문의 힘이 부족하다고 느껴졌다.

1년여간의 준비 끝에 23일간에 걸친 중국으로부터 우즈베키스탄, 러시아, 이스탄불을 걸친 로마까지의 답사를

다녀온뒤의 성과라 하지만 책에 서술된 내용은 대부분 답사의 결과물이라기 보다는 이전 연구 성과물을 그대로

풀어낸 것으로 느껴진다. 즉 굳이 답사를 가지 않더라도 충분히 쓸수 있는 내용이다. 물론 흔적도 없이 사라진

카라코룸 터와 돌궐의 다원적인 개방적 사고를 보여주는 퀼 테긴, 빌게 카간, 톤육쿡의 비석에 대한 묘사와 로

마 교황청 비밀 문서고에 보관된 몽골 제국 제 3대 칸 구육의 친서를 현장에서 직접 열람하는 모습 등 답사의 현

장이 묘사되기는 하지만 흥미진진한 답사기가 실려있을 거라는 기대와는 어긋난다.

몽골에 대해선 잔인하고 야만적인 종족이라는 그들에게 정복당한 정주민들의 관점과 적대적이진 않지만 주목할만

한 문화가 존재하지 않거나 세계사에 미친 영향은 미미하다는 인상이 주류를 이루는듯 하다. 그러나 당대 최고

의 천문대가 건설되었고 <집사>라는 '세계사'를 정리한 역사상 최초의 역사서가 등장하는 등 몽골제국 하에서

도 나름의 문화적 성과가 나왔으며 광할한 제국을 효율적으로 연결한 역참제도, 지페 통용 등의 화폐제도 정립

등의 몽골이 뛰어난 행정수완을 발휘한 모습도 보이고 무엇보다 구육칸 주도하에서 다양한 종교간의 토론회를 개

최함으로 특정 종교에 편향되지 않는 모습을 보이고 인종과 종교를 초월해 인재를 발굴해 관료로 양성하는데에

서 (그런데 왜 한족에게는 그러하지 못했을까라는 의문도 남는다) 드러나는 다양성이 나타나는 점에서 몽골에 대

한 편견은 온당치 못하다.

몽골제국이 세계사에 남긴 가장 큰 유산은 저자들도 지적했듯이 서구 이전에 '팍스 몽골리카'라 불리는 동서양

을 잇는 100년 가량 이어진 '세계체제'를 건설했으며 체제가 붕괴된 이후 체제에 대한 동서양의 엇갈린 반응이

이후 세계사의 방향을 결정지었다는 것이다. 김호동 교수는 동서양 모두의 정치적 혼란으로 이전까지 실크로드

를 통해 이루어진 동서교류가 위축되어서 국제 상인들은 안정과 통합을 바라게 되고 결국 이들의 소망은 몽골제

국 탄생의 배경이 되었다 주장한다. 북경에서 키예프까지 유라시아 대륙일대를 하나로 묶은 대제국을 통해 해상

을 통한 국제교역이 활발해지고 문화전파현상도 나타났다. 중국 운남성의 풍토병이었던 페스트가 유럽에 퍼져 전

체 유럽 인구 중 30%의 목숨을 앗아가게 되고 이슬람 상인들이 몽골 제국 내의 여러지역을 돌아다니며 교역을 함

으로 자연스래 이슬람교가 확산되게 됬다.

몽골제국의 무너진뒤 '세계체제'의 구성원인 중국과 유럽은 서로 다른 길을 걷는다. 이민족에게 지배당함으로

자신들의 '화이사상'에 큰 상처가 남게 된 중국인들은 철저하게 고립의 길을 걸어간다. 만리장성 보수와 왜구

의 침입을 막기 위한 해안장벽 건설은 이러한 사고에서 나온 결과다. 이런 성들은 또다른 이민족 '만주족'의 중

국지배를 못했고 '만주족'이 건설한 국가 '청'에서도 고립적인 사고는 계속살아남아 결국 중국은 서구의 반식민

지라는 비극적 결말을 맞게 된다. 반면 이븐 바투다가 여행할 가치가 없는 곳으로 평가 절하했던 유럽은 몽골의

세계체제를 통해 접하게 된 '동방'을 잊지 못하고 결국 이는 '대항해시대'로 나아가는 동력이 됬다. '고립과 진

출' 어느 쪽이 인류의 발전과 행복에 크게 기여할 수 있는가. 비록 중국은 고립을 선택했으나 그 안에서 그들

의 전통문화는 더욱더 빛을 발하게 된게 사실이고 서구의 팽창으로 인한 성공은 동시에 비서구의 착취를 수반하

게 됬다. '고립과 진출'에 대한 고민은 계속 이어져야 할듯 하다.

답사기라고 하기에는 '답사의 흔적'이 부족하고 너무 거창한 주제를 잡았다는 느낌도 들지만 이러한 것을 신경쓰

지 않는다면 '유라시아 천년을 가다'을 통해 '몽골제국'의 모습과 그들이 남긴 유산에 대한 지식을 충분히 얻

을 수 있을 것이다.

http://costa.egloos.com2009-04-30T03:37:420.3810

덧글

  • 한단인 2009/04/30 14:08 # 답글

    아.. 이 책 사놓고 거의 읽지를 않았네요. OTL
  • 소시민 2009/04/30 18:40 #

    읽어볼만 하니 시간 나면 함 읽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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