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막7장 그리고 그 후>에서 드러난 어떤 페미니스트의 비민주적 행위 책에 관한 여러 잡다한 것들

... 3학년 첫 학기에 마지막으로 택한 과목은 '고대 그리스와 18세기 프랑스의 성의 표현 비교' 라는 일종의 사회학적

인 예술사였다. 큰 부담 없이 들을 수 있었으나, 강의를 함꼐 들었던 페미니스트들의 눈치를 많이 봐야 했던 과목이기

도 했다. 소포클레스의 희곡을 읽고 난 후 고대 문학의 사회성을 현대적인 시각으로 비판해도 좋으냐는 토론을 벌이고

있을 때였다. 나는 겁도 없이 여학생들의 토론에 뛰어들었다.

"예술은 소속한 사회를 반영할 수밖에 없다. 여성의 사회 참여에 대한 근원적인 혐오와 남성 우월사상이 명제화되었던

사회의 대변자였을 뿐인 작가에게 비난의 화살을 돌리는 것은 비이성적인 일이다."

내 말이 떨어지는 순간, 강의실에 있던 모든 여학생들의 호전적인 시선이 내게로 모아졌다. 그리고는 약 30분 동안 나를

향한 '언어의 난타'가 시작되었다. 2000년 전의 죄악은 2000년 후에도 죄악이라는 입장을 지닌 그들이었다. 길고 참혹한

성차별의 역사를 생각하면 그리 놀라운 일은 아니었지만 나는 몹시 당황했다.

지식과 논리를 동원하려 했으나 처음부터 승산이 없는 싸움이었다. 내 옆에 있던 두 명의 남학생 중 어느 한 사람이라도

내 편을 들어주었다면 용기백배하여 싸웠겠지만, 녀석들은 모두 입을 굳게 다문 채 눈치만 보고 있는 것이 아닌가? ....

.... 네 번째 여학생이 날 괴롭힐 즈음 나는 투항을 결심했다.

"현대 지성이라고 자부하는 하버드생이 그런 무책임한 역사의식을 갖고 있다니, 정말 그렇게 믿고 있니?"

"....."

"왜 대답이 없지? 이제껏 말 잘 했잖아!"

"잘못했다"

그 이후 나는 하버드에서 여성운동에 관한 토론이 벌어지면 절대로 참여하지 않았다...

                                                                                                     -  홍정욱 <7막 7장 그리고 그 후>  215~216P

- 당연히 문학작품에서의 한시대의 사회상을 반영한 양상에 대해선 다른 시대의 관점에 비교하여 비판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책에서 드러난 하버드대의 여학생의 행위는 다른 의견의 표출 자체를 봉쇄하게 만들었다는 점에서

바람직하지 못하다. 이따금 씩 '정치적으로 올바르다'라고 주장하는 인물들이 타인의 다른 의견의 표출 자체를

봉쇄하려는 태도를 보이는것이 목격되는데 이는 아무리 그들의 주장이 옳다해도 돌아오는건 냉소뿐이라고

생각한다. 민주주의의 기본 원칙 중 하나는 옳고 그름을 떠나서 다양한 의사를 표현할 수 있는 자유를 보장하는게

아닌가

덧글

  • 2009/04/17 21:47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소시민 2009/04/18 15:18 #

    이러한 행위가 반대편에게 공격의 빌미를 안겨주고 중도의 입장을 취하는 사람에게는 거부감을 주고 심지어 지지자에

    게도 환멸을 느끼게 한다는 것을 모른다는게 비극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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