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 책리뷰

우리들우리들 - 8점
예브게니 이바노비치 자먀찐 지음, 석영중 옮김/열린책들

민음사판 '동물농장'에는 '자유와 행복'이라는 조지 오웰의 에세이가 실려 있다. '우리들'이라는 소설에 대한

감상문이었는데 올더스 헉슬리의 그 유명한 작품 '멋진 신세계'(여기서는 '용감한 신세계'로 명시됬다. Brave

라는 단어는 일반적으로 용감한이라는 뜻으로 쓰이는게 사실이지만 화려한, 훌륭한 이라는 뜻도 가지고 있다.

분명 역자는 최소한 멋진 신세계의 줄거리는 알고 있을텐데 어째서 용감한 신세계로 명시했는지 모르겠다.)에 비

해 정치적 의식이 강하다라고 소개하고 있다. 그와 함께 조지 오웰은 '우리들'이 구성이 다소 약하고 플롯에 에

피소드가 많고 복잡해 요약하기 어렵다는 점을 들어 짜임새가 조밀하지 못하다고 지적한다. 본인의 소감도 조지

오웰의 반응과 비슷하다.

책의 뒷면에 실린 문구대로 이 작품은 '1984','멋진 신세계'와 마찬가지로 미래의 전체주의 사회와 그에 충실

히 예속된 한 개인이 격는 의식 변화를 그린 디스토피아 소설이다. 우리들이라는 제목이 인상적인데 이는 전체주

의 사회의 개인은 전체의 한부분을 이루는 요소에 불과함과 단일한 가치 아래 통일된 집단을 강조하는 모습, 혹

은 이러한 전체주의 사회에 저항하는 개인들의 인간적인(당연히 이는 작품에 묘사된 인간을 부속으로 밖에 보지

않은 전체주의 사회에서는 금기다)연대를 강조하는 모습을 모두 담을수 있는데에서 기인한다.

'1984'와 '멋진 신세계'와는 달리 이 작품은 1인칭 주인공 시점이며 서술자의 40편의 기록으로 구성되 있다.

따라서 개인의 의식 흐름이 중점적으로 드러나게 됬는데 주인공의 의식은 점층적으로 고조됬다가 급격히 하강한

다. 체제에 대해 강한 신뢰와 자부심을 가지는 서술자는 처음에는 체제에 반하는 행위에 강한 거부감을 느끼면서

도 이를 방조하고 중반부에는 변칙을 사용하는 수준으로 체제에 불응하면서도 행위 도중이나 이후에 이러면 안되

지라는 거부감과 불안감을 느끼고(이 시점에선 불안감보다는 거부감의 정도가 더 강하다)후반부에는 약간의 불안

감을 느끼면서(이 시점에선 거부감이 많이 희석되고 불안감으로 채워진다. 사실 불안감을 느끼는 빈도 자체도 이

전보다 줄어들었다.)더욱 더 적극적인 반체제행위에 동조(주도적으로 나선게 아닌게 아닌 동조임은 매우 중요하

다)하게 된다. 그러고 난 뒤 결말부분은? 이부분은 스포일러이므로 직접적으로 밝힐수 없지만 '1984'와 '멋진

신세계'의 그것과는 별 차이가 없다고 말할 수 있다. 이러한 서술자의 심리변화를 중점적으로 부각시키는 구성은

'1984'와 '멋진 신세계'에 비해 미래전체주의 사회에 사는 개인의 내면이란 무엇인가를 잘 드러낸다는 점에서

상당히 인상적이다. 작품 중간 중간에 드러나는 환상적인 분위기의 묘사와 서술자가 느끼는 내안의 두 주체, 비

밀경찰에 대한 태도가 경외심에서 차츰 두려움으로 변해가는 과정 등은 이러한 내면 묘사를 효과적으로 이루어지

게 한다.

행복과 자유 사이 어느 쪽이 인류에게 나은가라는 질문이 이 작품의 주 화두로 언급되는데 행복이란 자유 상태에

서도 충분히 누릴수있는 것이라는걸 생각하면 질문 자체가 난센스로 보인다. 이 질문에는 행복이란 '은혜로운

분'의 시혜에서만 나올 수 있다는 전제가 깔려 있다. 충분히 세뇌당한 전체사회의 한 부속품인 구성원들에게는

이 질문에 자유가 아닌 행복이라고 답하는게 당연할 것일지 몰라도 현 사회에서 '은혜로운 분'의 품에 안기는 방

향으로 퇴보해서는 안된다. 모든 사람이 같은 시간에 같은 일을 해야하고 이름은 알파벳과 일련번호의 혼합으로

구성된 코드로 바뀌며(1984와 멋진 신세계 조차도 이런 야만까지는 그리지 않았다.) 건물들은 유리로 만들어져

밖에서 내부를 감시하는게 가능해지고 자유로운 영혼이란 치료받아야만 하는 질병이 되어버린 사회. 무엇보다도

이러한 모습에 아무런 문제의식을 느끼지 못하고 도리어 찬미하는 모습은 자유를 보장하는 현시대의 개인이 보기

에는 한순간에 사형수를 액체로 만들어버리는 처형보다 더 무섭다. 사실 작품내에서도 '은혜로운 분'의 품에서

나오고 이는 진정한 행복이 아님을 주장하는 자들이 나오지 않는가.

하지만 본인이 과문해서 그런지는 몰라도 이 작품의 주인공의 의식 변화는 자연스럽게 이루어지지는 않다고 느껴

진다. I-330(1984의 줄리아와 비슷한 인물)과의 사랑이 주인공의 체제에 대한 일탈 행위를 이끄는 원인과 동력

으로 나타나는데 그 과정은 예전에 읽은 '암흑의 핵심'의 말로의 커츠에 대한 경의심을 가지는 과정 만큼이나 내

용 전개를 위해 필요한 짐겅다리의 돌이 군데둔데 빠진 듯한 인상이다. 분명히 에피소드는 많은데 조지 오웰의

말대로 제대로 요약되지 않는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이것만으로 과연 체제의 충실한 신봉자인 주인공의 마음을 흔

들수 있는지가 잘 납득가지 않는다. 물론 주인공은 적극적이고 주도적인 일탈행위가 아닌 의존적인 동조행위를

견지하지만 그래도 이를 이끌어내는 동력이 무엇인지 잘 느껴지지 않는게 사실이다. 사랑과 인간성은 뭐낙 근원

적인 것이라 조금의 충격이 있어도 바로 발산되는 것이기 때문일까? 과문한 본인은 잘 모르겠다.

비록 주인공의 의식 변화 과정의 원인은 불명확해도 이로 인한 의식 변화의 묘사와 미래의 전체주의 디스토피아

의 모습을 설정해낸 것은 인상적이다. '1984'와 '멋진 신세계'를 인상적으로 읽은 분이라면 이들 작품의 원류

격인 '우리들'을 찾아 읽어보는 것도 좋을 듯 하다.

http://costa.egloos.com2009-04-11T03:54:290.3810

덧글

  • TSUNAMI 2009/04/14 23:56 # 삭제 답글

    콜린 윌슨의 저작에서는 자미아틴의 작품이 <<1984>>에 영향을 줬다고 서술하더군요. 스탈린주의 국가에 출현을 예고했다고도 말이죠.


    .... 어, 그러고보니 자미아틴도 나중에 스탈린에게 '문학적 탄핵'을 받지 않았던가요.(?)
  • 소시민 2009/04/15 12:36 #

    네 조지 오웰 자신이 '우리들'에 호의적인 감상을 남겼으니 분명 어느정도 영향을 받았을 겁니다.

    책해설에 보면 자마이찐의 작품이 반혁명의 낙인이 찍혀 그의 작품활동이 금지당하고 친구들과 제자들까지도 그를

    피해야만 했다는군요. 결국 자마이찐은 파리로 망명해 그곳에서 생을 마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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