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럼독 밀리어네어 영화


영화가 시작되기 전 스크린에는 아카데미 최우수 작품상을 비롯한 수많은 이 영화의 수상 내역이 떴다.

이런 류의 자화자찬을 반길 관객은 영화의 완성도에 상관없이 거의 없는 듯 하다. 과거 디워의 아리랑 음악이

곁든 심형래 감독의 영화에 관련한 애환을 구구절절이 풀어낸 장면은 그렇잖아도 빈약한 완성도에 분노한 관객의

진을 완전히 빼놓았다고 평가받는다.(좋아하는 분들도 분명 있었지만) 배급사가 따로 넣었을 이 영화의 수상내역을

정리한 화면은 개인적으로도 현명한 생각에서 나온게 아니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영화 자체는 이러한 수많은

수상이 당연하다고 느껴질 정도로 잘 만들어졌다. 개인적으로 올해 극장에서 본 10편의 영화 가운데에서 최고였다.

퀴즈쇼와 퀴즈 하나 하나에 대응하는 주인공 자말의 인생 역정을 교차하면서 보여주는 구성은 매우 참신했다.

물론 퀴즈가 너무 쉽다는 것과 퀴즈와 그에 관련된 인생역정이 계속해서 맞아떨어지는 지나친 우연의 연발에 대해선 

충분히 비판할 만하다. 하지만 이 영화에 일관되게 흐르는 주요한 주제인 '이것은 운명일 뿐이다'를 생각하면 충분히

이해할만하다. 이 영화의 뛰어남은 여기서 나온다. 자칫 상투적이고 헛점이 많은 이야기를 뛰어난 편집과 그럴듯한

분위기로 관객을 판타지로 빠져들게 만드는 마력을 발산해 내는 것이다. 간혹 보이는 유머도 훌륭하다. 타지마할

신에서의 자말의 모습을 보면 절로 나오는 미소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솔직히 그 장면의 서양인 부부 관람객은

무식해 보인다.)

자말이라는 개인의 삶에는 현대 인도의 그늘이 따라다닌다. 화장실조차 잘 갖추어져 있지 않고 부패한 경찰이

치안을 담당하는 뭄바이의 극빈촌, 노래를 좀 더 잘 부를 수 있다는 이유로 어린아이의 눈을 숟가락으로 파내는

앵벌이 조직, 서구 선진국 관광객의 인도에 대한 오리엔탈리즘적 시선, 엄연히 존재하는 상류 계층의 하류 계층에

대한 멸시 등 영화 내내 관객을 불편하게 만드는 모습이 계속하여 드러난다. 이런 상황에서 '상류 계층' 퀴즈쇼

사회자가 자말을 궁지로 몰아놓고 '하류 계층' 빈민들이 자말을 영웅시 하는 것은 당연한 귀결이다. 또한 계속되는

자말의 퀴즈쇼에서의 성공에 대한 외부의 관심은 '백만장자'가 되었다는 지극히 배금주의적인 시선으로만 주를

이룬다. 하지만 자말은 퀴즈 쇼 이전에도, 퀴즈 쇼 이후에도 이런 사회적인 관점에 대해선 잘 모르고 관심도 없다. 

그에게는 오직 라띠카 뿐이다. 암울한 사회 현실과 돈에 짓눌리는 어느 '발전'된 사회의 한 구성원에게는 이러한

자말의 모습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이 영화는 외적인 부분에서도 거의 완벽에 가깝다. 인도라는 공간 자체가 이국적인 분위기를 물씬 풍기는 곳이니

만큼 배경 자체에서 나오는 미적 감각의 수준은 대단하다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여기에 작품 초반의 추격신과 후반

높은 건설현장에서 바라 보이는 아파트 단지(인도의 발전상을 보여주지만 동시에 아직까지도 개선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 빈민들의 모습과 확연하게 대비되는 상징이기도 하다.)의 모습, 돈의 바다에서 죽어가는 지극히 현실적인

존재의 모습 등 감각적인 장면들이 계속해서 나타난다. 심지어 퀴즈쇼 무대조차도 아름답다. 형광색 퀴즈 박스의

모습은 매우 인상적이어서 국내 퀴즈 프로그램의 퀴즈 박스도 이와 같이 바뀌었으면 좋겠다는 생각까지도 들 정도

였다. 이 영화의 인도풍 음악 역시 매우 훌륭하다. 영화를 관람하고 나서 바로 유투브에서 영화의 음악을 검색해 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Aaj Ki Raat', 'O... Saya', 'Latika's Theme' 같은 훌륭한 음악이 깔린 감각적인 영상을 보면

영화의 미의 극치란 이런 것이라는걸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영화가 끝난 뒤 크레디트에서 보여지는 단체 댄스 장면은

본편에 삽입됬으면 매우 뜬금없었겠지만 크레디트에 실림으로 훌륭한 관객 서비스 역할을 한다.

영화를 관람하고 난 뒤 DVD 출시를 기다리게 된 작품은 '다크 나이트'이후 이 작품이 처음이었다. 개인적으로는

원작소설에 앞서 영화를 접하게 된 것을 큰 행운으로 생각한다, 원작을 먼저 읽고 영화를 본 관객들에게는 영화가

기대에 못미친다는 얘기를 이곳 저곳에서 들었기 때문이다. 여하튼 원작소설도 꼭 접해봐야겠다. 훌륭한 영화를

만들어낸 제작진에 박수를 보낸다.

덧글

  • 배트맨 2009/04/24 17:47 # 답글

    어젯밤에 보고 왔습니다. 아직까지도 상영관에서 버텨주고 있더군요. 정말 다행이다 생각하면서 상영관으로 갔네요. 뒤늦게 보면서 유일하게 좋은 점이라면 텅 빈 객석이기 때문에 무개념 관객들이 없다는 점이네요.

    개인적으로는 작품상은 주고싶지 않고 감독상, 촬영상, 편집상, 각본상 이렇게 4개 부문 주고 싶습니다. 대니 보일 감독이 오랜만에 그다운 영화를 찍어낸 것 같아서 기쁘고요 ^^*
  • 소시민 2009/04/24 18:47 #

    제가 주로 이용하는 극장은 내린지 꽤 됬는데 아직까지 상영하는 극장이 있었군요. 다행입니다 ^^

    배트맨님의 리뷰 잘 읽었습니다.
  • 배트맨 2009/04/24 18:50 #

    잘 모르겠는데 관객이 꾸준히 들어왔었나 봅니다. 교차 상영으로 겨우 버티고 있더라고요. 이 영화도 내려갈까봐 가슴이 두근두근 했었습니다. 그래서 어젯밤 바로 달려가서 보고 왔네요. ^^;

    저 혼자 볼 줄 알았는데 관객이 그래도 조금 들어오더군요. 저도 소시민님의 리뷰 잘 읽었습니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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