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가게 찰리의 행복하고도 슬픈 날들 책리뷰

빵가게 찰리의 행복하고도 슬픈 날들빵가게 찰리의 행복하고도 슬픈 날들 - 8점
다니엘 키스 지음, 김인영 옮김/동서문화동판주식회사

이글루스 이웃 블로거 Hansang님(http://hansang.egloos.com/1882129#7222635.01)의 추천으로 읽게

된 작품이다. 책을 들쳐보니 '어떻게 저자는 이런 작품을 쓸 수 있었는가!'라는 그 유명한 아이작 아시모프

의 찬사까지 언급되 있어 큰 기대를 가지고 작품을 읽었다. 작품을 완독한 현시점에서 말하자면 약간 가독성이

떨어지는 것 같지만 독특한 설정(이건 본인의 독서 경험이 일천한 데에서 나온 것인지도 모르겠다. 이 작품이 나

온지도 반세기가 지났는데 그 동안 바보가 인위적인 노력으로 천재가 됬다는 설정을 다룬 작품이 드물었을 것 같

지는 않다.)과 과연 천재가 된다고 행복하기만 할까?라는 질문을 던짐으로 독자에게 다양한 생각할 거리를 제공

하는 모습은 매우 인상적이었다.

작품은 처음부터 끝까지 주인공 찰리의 '경과보고서'로 이루어져 있다. 어찌보면 '일기'라고도 볼 수 있는 찰리

의 변화 과정을 보여주는 일련의 '경과보고서'를 모아 놓은 구성은 일인칭 주인공 시점의 극치를 보여준다. 이

작품은 일반적으로 SF 장르 소설로 구분되지만 SF에 대해 별다른 지식이 없는 독자도 충분히 읽을 수 있다. 사

실 본인이 느끼기에는 SF 장르 소설로서의 특색은 약한편이며 '민음사 세계문학전집'류에 들어갈만할 작품이라

고 본다.

이 작품에서 찰리는 지적 장애아와 천재의 삶을 모두 경험한다. 지적 장애아일 때는 풍부한 지식과 그를 통해 맺

게 될 인간 관계를 희구한다. 수술을 통해 40여개의 언어에 능통하며 장애아 시절 때는 경외의 대상이었던 대학

생들과 학자들의 토론이 시시하게 보이는 천재가 되었을때의 찰리는 장애아 시절에 바랬던 풍부한 지식을 갖춘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이를 통해 얻기를 바랬던 '친구'들이 많이 생겨났을까? 지적 장애아 시절의 '우정'이 실

은 '약하고 특이한 자'에 대한 놀림이라는 것을 천재가 되어 깨닫는 것과 지적 장애아로 그대로 남아 본질을 알

지는 못하지만 '우정'에서 오는 행복감을 그대로 가지는 것. 어느 쪽이 찰리에게 바람직한 것일까? 과거 '지적

장애아'라는 이유로 집단에서 배제된 것에 대한 기억이 되살아난 것을 감수하더라도 천재가 될 만한 가치는 충분

할까? 지적 장애아 시절 때는 자상한 선생님으로 인식한 여성을 천재가 되어서는 사랑의 대상으로 삼는 것은 어

떤 의미일까? 작품 내에서 찰리가 천재가 된 시기에 맺게 된 인간관계에서 나올 수 있는 주요한 생각거리들이다.

확실한 것은 지적 장애아 시절에 동경한 그런 관계는 아니라는 것이다.

이 작품에서 눈여겨 볼만할 소재는 지적 장애자에게 가족이란 어떤 의미를 가지느냐는 것이다. 과연 지적 장애

를 가진 어린이를 교육시킬 때는 이를 인정하고 그대로 키우는 것이 좋을까, 아니면 어떻게든 정상지능을 되찾을

수 있도록 여러 수단을 동원하는 것이 좋을까? 지적 장애아를 자식으로 둔 부모들의 큰 고민일 것이다. 단 이

작품에서 후자의 입장을 가진 어머니는 정상지능을 가진 자녀가 태어남으로 찰리를 집 밖으로 보냈다는 점을 생

각하면 찰리가 정상지능을 가지도록 행한 여러 수단은 '저능아'를 낳았다는 불명예를 어떻게든 극복하려는 시도

로 보인다. 정상지능을 가진 자녀, 즉 찰리의 동생이 어린 시절 찰리가 지적 장애자 였을 때와 20년 가까운 세

월이 흐른 뒤 천재가 되서 나타난 찰리를 만났을 때에 보인 상반된 태도를 관찰하는 것도 흥미롭다.

이 책의 원제는 '엘저넌을 위한 꽃'이다. 엘저넌은 찰리와 함께 인위적인 방법을 통해 지능을 높이는 연구의 실

험대상이 된 쥐다. 여기서 찰리는 인간이 아닌 한마리 쥐와 동급의 실험대상으로 여겨진다. 천재가 된 찰리는

이에 대해 자신은 실험 이전 지적 장애아 시절에도 사람이었다고 강하게 주장한다. 학계에서 자신의 가치를 높이

고 후원재단의 성향에 맞추기 위해 찰리를 '수단'으로만 바라본 니머 박사에 대한 강한 일침이다. 그러면서 동

시에 찰리는 엘저넌에 대해 동료로서의 정을 느낀다. 찰리에게는 니머 박사보다는 엘저넌이 지적 장애자 시절에

바라던 '친구'일 것이다. 인간을 도구화 할려는 시도에 말없는 생물까지 친구로 받아들이는 크나큰 사랑으로 대

응한다는 모습이 매우 인상적이다.

책의 뒷부분에는 저자가 자신의 작품 창작과정을 회고한 내용을 다룬 에세이 '엘저넌, 찰리, 그리고 나'가 수록

되 있다. 자신이 바라는 최상의 결과를 얻기 위해 작품 설정을 매번 뒤엎고 설정이 잡힌 후에도 어떤 구성과 전

개를 취할 것인지 치열하게 고민하는 저자의 모습을 보면서 역시 좋은 작품은 쉽게 나오는 것이 아니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책을 읽고나면 평범함이라는게 눈에 잘 띄지 않으면서도 얼마나 위대한지를 새삼 깨달을수 있을거라 생각한다.

개인적으로는 찰리가 평범한 한 인간이 되었으면 한다. 앞서 천재가 된 뒤의 찰리의 여러 고뇌에 대해 언급했지

만 동시에 찰리는 천재가 됨으로 얻은 수많은 지식을 잃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찰리에게 평안이 찾아오길...

ps : 이 책의 제목을 좋아하시지 않는 분이 많은 걸로 아는데 개인적으로는 이것도 나쁘지 않다고 본다. 하지만

표지에 대해선 본인도 불만이다. 나중에 소장할 일이 있으면 원제목으로 다시 출간된 판을 구입해야겠다.
http://costa.egloos.com2009-03-30T03:40:090.3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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