왓치맨 영화


'300'이라는 영화가 있었다. 선악구도가 지나치게 극명히 갈린 영화였지만 비디오 게임을 하는듯한 화려한 액션과

슬로우모션 등의 기술을 통해 태어난 빼어난 영상미가 일품인 영화였다. 그로부터 2년 후 '300'의 감독이 '왓치맨'

이라는 신작을 선보일것이라는 소식을 접했다. 타임지 선정 영미문학 베스트 100에 들어갈 정도로 뛰어난 작품성을

인정받았다는 원작에 대해선 잘 모르지만 일단 잭 스내이더가 연출을 한다니 영상미 만큼은 일품일 것이라 생각해

작품의 개봉을 기다렸고 드디어 보았다. 영화를 보고 난 뒤 든 생각은 본인이 기대했던 것과는 전혀 반대였다는 것.

'300'은 뛰어난 외양에 비해 내용이 단순했는데 '왓치맨'은 외양이 누그러졌지만(형편없다는 이야기가 아닌 '300'에

비해선 강렬함의 농도가 엷어졌다는 말) 내용은 상당히 심오하다는 인상이다. 본인이 기대했던 것과는 상이한 결과물

이기에 실망스럽다는 감정을 숨길 수 없지만 그렇다고 모 포털 사이트 관객 평점 5.3이라는 저평가를 받을만한 작품은

아니라 생각한다.

'왓치맨'이라는 타이틀을 보고 영화를 보기 전 까지는 '스파이더 맨'같은 화려한 액션을 강조한 슈퍼 히어로 영화일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실재 영화에서는 화려한 액션을 찾기 힘들다. 이 영화는 액션 보다는 슈퍼 히어로들의 과거를 

조명하고 현재 처한 상황에 대한 그들의 내면에 초점을 맞춘다. 영화에 등장하는 슈퍼 히어로들은 닥터 맨해튼(이

히어로를 보면 '바이오쇼크'라는 게임의 '폰테인'이 연상된다. 바이오쇼크 제작진이 왓치맨의 닥터 맨해튼을 참고한

것일까?)을 제외하면 슈퍼 히어로 다운 매력을 발산하지 못한다고 생각한다. 그저 일반인들보다 힘이 더 썐 주먹들이란

인상이다. 그래서 그런지 간간히 보이는 액션도 슈퍼 히어로만의 특수한 능력을 이용한 것이 아닌 그저 인간들끼리의

패싸움이라는 느낌을 준다. 이 영화는 일반인들이 알고 있는 슈퍼 히어로 액션 영화의 매력을 가지진 않는다.

대신 이 영화는 등장 히어로들의 과거와 내면을 조명하면서 관객에게 철학적인 질문을 던진다. 영웅과 합의된 사회

시스템, 이 중에서 어느 쪽이 올바른 사회안정에 기여할수 있는가, 인간과 히어로 사이의 괴리, 대를 위해 소를 희생하는

것이 정당한가 등 이 작품은 그에 매치되는 상황을 보여줌으로 관객의 사유를 자극한다. 이러한 질문에는 로어셰크의 

'난 자유주의자가 싫어!'라는 대사로 대변되는 당대를 풍미한 우파적 가치와 핵전쟁 발발 위험으로 까지 격화된 냉전의

심화라는 1985년의 음산한 시대적 분위기가 아우러져 있다. 그런데 1985년이라면 고르바초프가 집권으로 냉전이

완화될 기운이 감돌기 시작했을 시기로 아는데... 영화를 더욱더 잘 음미하기 위해선 그 시대에 대한 공부가 필요할 

듯 하다. 그래도 영화의 전반적인 이야기를 이끌어낸 '바이트'의 대를 위해 소를 희생한다는 생각이 깔린 계획은 

너무 오버스럽다는 인상이다. 아무리 미소 양 진영의 갈등이 심화되도 전면적인 핵전쟁으로 가는 극단적인 파국까지

전개되는 것은 양 진영 모두 바라는 바는 아닐 것이다. '바이트' 역시 영화에 언급되는데로 '비상한 천재'라면 더 좋은

방법을 생각해낼수 있어야 했다고 본다.

앞서도 말했지만 이 영화는 '300'만큼 강렬한 영상을 보여주지는 못한다. 아무래도 단순한 대결구도만을 그린 '300'

과의 구성적 차이에서 어쩔수 없었던걸로 생각한다. 여하튼 '왓치맨'은 '300'에 비해 상대적으로 부족할 뿐이지

나름 괜찮은 영상을 선보인다. '300'에서 잘 사용되었던 슬로우모션은 인상적이지는 않지만 이 작품에서도 간간히

보이고 닥터 맨해튼이 화성에서 창조해낸 유리구조물은 매우 아름답다. 잔인하고 냉혹한 삶의 태도를 견지해온

코미디언의 가슴에 달린 스마일 배지는 역설적인 분위기를 만들어내는 듯해 인상적이다. 각 히어로들의 외양도

매력적이다. 그런데 이 작품에서 계속해서 보여지는 잔인한 장면들은 솔직히 거부감이 들었다. 중반까지는 음 좀 

잔인하네 정도로 참을만했지만 로어셰크가 아동유괴범의 머리를 사각형 모양 식당용 칼로 계속하여 찍는 장면과

로어셰크에 원한을 품은 죄수들이 복수를 하려는 과정에서 복수에 방해가 된다는 이유로 감옥 창살 틀에 끼인 동료의

팔을 전기톱으로 절단하는 장면에선 그만 손으로 눈을 가려버렸다. 너무 순식간에 일어나서 잔인하다는 느낌이 오기

전에 지나가 버리는 장면이지만 온 몸이 산산이 부서지는 장면도 여러번 등장한다. 또한 이 작품에선 성관계를

묘사하는 장면이 여러번 등장하니 선정적인 것을 싫어하는 분들에겐 거부감이 들수도 있다. 음악은 자주 등장하지는

않지만 일단 흘러나올때는 상당히 괜찮다고 느꼈다. 사이먼 앤 가펑클의 사운드 오브 사일런스는 정말 감미롭다는

생각을 이 영화를 보면서 되새기게 되었고 닥터 맨해튼과 코미디언의 베트콩 몰살 장면에서 흘러나오는 클래식 음악

발큐레는 비슷한 장면에서 같은 음악을 사용한 고전 영화 '지옥의 묵시록'을 상기시킨다. 미국 현대사를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오프닝은 매우 인상적이다. 케네디 대통령 암살범은 사실 코미디언이고 닐 암스트롱이 달에 착륙하기

이전에 닥터 맨해튼이 먼저 달에 도달하는 등 미국 현대사의 주요사건에 히어로들이 함께한 모습은 볼만하다. 닉슨과

키신저, 리 아이어코카 같은 실존인물의 모습을 극 중에서 확인할수 있던것도 좋았다. 특히 '왓치맨'의 닉슨은 실재

닉슨의 외모를 재현했다는 점에선 '프로스트 VS 닉슨'의 닉슨 보다 훨씬 낫다. 물론 연기력은 '프로스트 VS 닉슨'의

프랭크 란젤라가 더 뛰어나겠지만 말이다.

극장을 나올때는 실망스러웠지만 이제는 나름 가치가 있는 영화가 아닐까라고 생각된다. 기회가 되면 원작도 보고

DVD가 출시 되면 다시 영화를 감상해보고 싶다. 단순한 슈퍼히어로 영화가 아님을 확인했으니 다시 볼때는 기대와는

다른 모습에서 오는 당혹감은 생기지 않을 것이다. 다시 보고나서는 어떤 느낌이 들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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