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한산성 책리뷰

남한산성남한산성 - 8점
김훈 지음/학고재

지금으로부터 370년 전은 중국의 주인이 한족의 명조에서 만주족의 청조로 바뀌어가는 때였다. 환관의 전횡과

농민반란으로 쇠퇴해가던 명은 븍방에서 일어난 강력한 청의 압력에도 직면하게 되 멸망이 가까워지는 상황이었

다. 이러한 중국의 상황은 중국의 번국 중 하나였던 조선에게 큰 논쟁거리가 되었다. 세력이 계속 강해지는 '오

랑캐' 청이 명과의 사대관계를 끊고 자신들과의 사대관계를 맺을 것을 조선에 요구해온것은 건국시기 부터 명

을 '세계의 중심'으로 여겨온 조선 지배층들에게 크나큰 충격이었다. 조선의 거센 반발은 청의 침략을 불러일으

켜 결국 '삼전도의 굴욕'이라 불리는 결과를 초래하고 말았다. 김훈은 이러한 참혹한 역사를 그 주요현장의 이

름을 제목으로 삼은 소설로 풀어냈다.

소설은 남한산성에서의 47일에 주초점을 맞춘다. 구체적인 전황, 남한산성 출성 이후는 다루어지지 않고 전쟁

의 발발배경 정도만 독자의 이해를 돕기위해 작품 초반에 간략하게 서술되어 있다. 의도적으로 설정된 것은 아니

지만 그 47일이 12월에서 2월 초까지 걸쳐있다는 점, 즉 겨울이 시간적 배경이라는 것은 작품의 참담하고 을씨

년스러운 분위기를 효과적으로 조성하는게 큰 역할을 한다. 전반적으로 문체는 담담하지만 풍부하고 감각적인 배

경묘사도 함께 볼 수 있다.

역사를 배경으로 한 창작물은 고증과 상상의 충돌이라는 난제를 안고있다. 최근 사극의 트렌드에 대해 상상에 지

나치게 힘을 실어 고증이 무너졌다는 비판을 하는 모습을 여기저기서 볼 수 있는데 이러한 논란에서 이 작품의

저자의 태도는 주목할만하다. 작품이 시작되기 전에 실은 일러두기란의 총 4가지 항목에서 3가지가 위에 언급

한 난제에 관련된 것이다. 이 책은 오로지 소설로만 읽혀야 한다., 실명으로 등장하는 인물에 대한 묘사는 그

인물에 대한 역사적 평가가 될 수 없다., 옛 기록과 서로 다른 점이 많다. 이 세가지 항목은 소설이든 드라마

든 영화든 역사를 배경으로 한 창작물을 만들려는 모든 사람들이 분명히 작품의 초입에 명시해야할 내용이라고

생각한다. 이 책의 뒷면에는 인조실록에 기록된 남한산성에서의 47일이 짦게 정리된 내용과 후금의 건국에서 명

의 멸망과 청의 중국지배라는 30년간의 격동기 동안 이에 대처한 조선의 모습은 어떠했는지를 간략히 나타낸 연

표가 실려있어 당시를 실제적으로 이해하는데 도움이 된다. 단 연표 중 1644년 청이 명을 멸망시키고 중국대륙

을 지배했다는 항목은 수정이 필요한듯 싶다. 명은 농민반란군의 수장 이자성이 북경에 입성함으로 멸망했다.

물론 곧바로 청이 들이닥쳐 중국을 정복하긴 했지만 연표에 실린대로라면 청이 명을 직접적으로 멸망시켰다고 일

부 독자들이 인식할 수 있다는 점에서 수정되어야 할 듯 싶다.

이 작품에서 그려진 인조는 꽤 괜찮은 군주다. 신료들의 발언을 분별있게 수용하려는 모습(간혹 퉁명스러운 반응

을 보이기도 한다. 그런데 독자들도 그 상황에선 인조와 같은 반응을 보일 가능성이 높다.), 민초들에 대해 자

애로운 시선을 보내고 봉건체제가 옹호하는 한도 내에서의 '고통분담'을 서스럼없이 받아들이는 모습은 분명 좋

은 쪽으로 인상적이다. 이전까지는 인조가 그리 좋은 평을 받는 군주가 아니라고 알고 있었다는 점에서 더욱 그

렇다. 물론 앞서 작가가 밝힌대로 이 책에 나타난 역사적 인물의 평가를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은 위험하겠지

만 말이다. 영의정 김류와 각각 척화파와 주화파의 주요인물로 유명한 김상헌과 최명길의 모습도 단순한 진영

논리에 매몰된 인물로만 다루어지지 않는다. 이 작품의 또다른 주목할만한 포인트는 이름없는 민중의 비중이다.

나루, 서날쇠, 그리고 여기서도 이름은 나타나지 않는 병졸들의 모습에서 봉건체제의 신민들의 고통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간혹가다 현대인의 민족주의적 감정에 저촉될만할 서술이 등장한다. 정명수라는 인물은 고국에서

는 노비로 온갖 설움을 격었지만 청의 조선어 통역으로 다시 조선에 돌아왔을 땐 양반집 처자를 품고 대신들에

게 청탁을 받는다. 그는 민족주의적 관점에서 보면 분명 민족배반자이지만 동시에 조선의 신분제라는 사회적 모

순의 심각함을 동시에 보여주는 다면적인 인물이다. 어찌 그 뿐이겠는가. 민족이라는 개념이 정립되지 않았던

시기 민중들은 하루빨리 전쟁이 끝나길 바라길 뿐이다.

작품을 다 읽은 뒤 뒤에 실린 남한산성 지도를 보니 문득 그 곳으로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간 있을 때

그 곳으로 가서 역사의 애환을 현장에서 느끼고 싶다.

http://costa.egloos.com2009-02-23T03:26:560.3810

덧글

  • 케인 2009/02/23 15:10 # 답글

    딴소리이긴 하지만 제가 근무했던 부대가 남한산성이라...
    갑자기 암울했던 시기가 떠오릅니다.
  • 소시민 2009/02/24 10:30 #

    그렇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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