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잠이 옵니까? 책리뷰

지금 잠이 옵니까?지금 잠이 옵니까? - 6점
홍사덕 지음/베스트셀러

고전의 정의 중 하나로 유명하나 아무도 읽지 않았다라는 말이 있다. 그에 따르면 '지금 잠이 옵니까?'라는 책

도 고전의 반열에 오를 수 있을 것 같다. 포털 사이트에서 이 책의 제목을 검색하면 수없이 많은 글이 뜬다. 하

지만 글들의 99.99%(아니 100%라 봐도 무리 없을 것 같다.)는 책 표지에 나타난 저자의 강렬한 포즈와 직설적

인 제목에만 주목하고 있다. 정작 책을 읽어보고 책의 내용을 소개하는 글은 찾아보기 힘들다. 또한 인터넷 서

점 사이트인 알라딘에서도 이 책에 대한 독자의 평은 단 하나도 존재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앞에 소개한 정의에

따라 이 책을 고전으로 평할 수 있지 않을까...(...) 지금까지는 농담이고 사실 이 책은 오래전에 품절 되 시중

에서 새 책을 구입할 수는 없고 도서관이나 중고를 통해서만 볼 수 있다.

이 책은 지금으로부터 13년 전인 1996년 현역 의원 홍사덕이 자신이 생각하는 한국이 나아가야할 길, 여러 현안

에 대한 견해, 자신의 과거 행적과 성향을 서술한 내용이 담겨있다. 이 책의 제목은 정말 인상적이다. 지금 우

리는 아직도 가야 할길이 머니 지체해서는 안된다는 강한 질책과 여러가지 사정으로 어려운 국민에 대한 따뜻한

애정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중의적인 성격을 띈 제목은 책에 실린 홍사덕 의원이 주장하는 요지와도 부합한다.

책 뒷표지를 보면 '홍사덕이 답답해서 일주일만에 책 한권을 썼습니다'라는 문구를 발견할 수 있는데 그래서인

지 문장은 매우 직설적이고 빠르게 읽을 수 있다.

1996년의 홍사덕은 매우 정력적이며 패기가 넘치는 인물이었다. 또한 사람에 대한 애정이 넘쳐나기도 했다. 그

는 한국 정치의 후진성의 원인을 지역주의에서 찾는다. 정치인이 비전과 정책 개발에 소흘히 해도 거점 지역에

서 무조건 밀어주니 정치인들이 열심히 일한 동기를 얻지 못한다는게 홍사덕의 주장이다. 지역정당에서 공천을

받으면 당선이 매우 유력한데도 이를 거부하고 무소속으로 선거에 나섬으로 실제 행동으로 자신의 소신을 나타냈

다는 점에서도 평가할만하다. 남북교류의 필요성, 핵무기 개발 반대, 젊은이들의 3D 기피현상에 대해 당연한 선

진국적 현상이라는 지적, 대기 오염의 심화를 막기 위한 자동차 업계 규제 강화, 재산세와 양도소득세 강화, 표

현의 자유등의 다양성 보장 등을 주장하는 등의 진보적인 가치를 옹호하는 모습 또한 책에서 엿볼 수 있다.

여기까지만 보면 몇 몇 사람들은 의문을 제기할 것이다. 왜 그런 사람이 현재 위에 소개한 내용과는 배치되는 정

당에 소속 되었있는지를. 사실 책에 소개된 그의 생각을 좀 더 살펴보면 그가 속한 정당의 가치와 부합되는 점

이 많음을 알 수 있다. 홍사덕은 책에서 21세기 한국은 세계 5위의 중견국가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래야

만 일본과 중국 사이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이는 문화와 타 민족과 문화에 대한 포용력까지 포함

하는 개념이라고 설명하고 있지만 아무래도 이는 경쟁을 주 가치로 삼는 생각에서 나왔을 것이다. 여기서 현 대

통령의 '지금이 국가서열을 높일 기회'라는 말이 오버랩되지 않는가. 또한 해외 거대 기업에 대항하기 위한 재

벌의 좀 더 큰 거대화(물론 재벌가의 대를 잇는 기업 지배를 가능케 하는 상호증자는 고쳐야 한다고 목소리를 내

긴 한다.)와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쓰래기 처리와 도로 건설에 대한 민영화 등의 주장을 보면 홍사덕의 현 당적

을 두고 '배반' 이라고 부르긴 힘들 것 같다.

그러나 일부 주장은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이 책에서 홍사덕은 대학 입시를 위해 천문학적인 사교육비 발생을 해

결하기 위해서 대학 수를 늘리고 야간대학 활성화를 제안하고 있다. 이에 대해선 현재 대학 수가 너무 많다는 비

판이 나오고 있는데도 사교육비로 인한 가계의 고통은 여전하다는 점에서 확실히 설득력을 잃었다고 본다. 대학

이 늘어났다고 해도 사회에서 인정받는 대학의 수는 변함이 없지 않은가? 자신이 모신 상관(다나카 가쿠에이 전

일본 수상)의 비리의 전모를 누설하지 않기 위해 자살했다는 운전기사의 사례를 일본의 자율성과 경쟁력을 보여

주는 한 사례로 언급한 부분에서는 소름이 끼쳤다. 이는 진중권의 저서 '폭력과 상스러움'에서도 언급되는 사건

인데 진중권은 이를 전근대적인 집단주의의 발로로 해석한다. 어느 쪽이 더 인간적인 해석인지는 자명할 것 같

다.

몇 가지 문제점을 지적했지만 이 책을 낼 당시의 홍사덕은 분명히 소신있고 일을 열심히 하는 의원이었다. 하지

만 최근 몇 년 동안의 행적을 보면 과연 그가 1996년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는지는 회의적이다. 이것도 세월에

못 이긴 한 인간의 모습일까? 안타까운 일이다.


http://costa.egloos.com2009-02-17T03:28:210.3610

덧글

  • 빈디젤짱 2009/03/07 05:49 # 삭제 답글

    오우 매우 흥미롭게 읽었습니다 첨에 책제목에 박장대소를 했는데 내용은 매우 심오했나보군요 마지막 문단이 인상적이네요 결국 저자도 현실과 타협한겁니까 확실히 선지자의 길은 매우험하고 구불구불하죠
  • 소시민 2009/03/07 08:12 #

    매우 심오한 건 아니고 그냥 이따금씩 나오는 정치인들 책 중 하나죠. 흥미롭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만슈타인 2009/07/02 21:09 # 답글

    홍사덕 같은 사람들 때문에 그나마 한나라당이 정치색이 있는 정당으로 유지가 되는 거 아닌 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
  • 소시민 2009/07/03 18:02 #

    그런데 이번 국회 들어서는 눈에 잘 띄지 않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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